전북 최강희 감독 “4강 못들면 옷 벗어야죠”
최강희 전북 감독. 구마모토=국영호 기자
“4강 못 들면 옷 벗어야죠.”
프로축구 K리그 전북 현대의 2009 시즌 전망을 묻는 말에 최강희 감독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전북 사령탑 5년차를 맞아 ‘최강희 축구’에 가장 근접한 축구를 펼칠 수 있다고 판단이 선 듯 했다.
최 감독은 전북 지휘봉을 잡은 2005년 7월부터 점진적으로 향상된 성적을 내왔다. 2005년 후기 12위를 시작으로 2006년 전기 7위-후기 13위, 2007년 8위, 2008년 6위(이상 정규시즌 결과)였다.
올 해는 상위권 도약이란 기대에 차 있다. 스토브리그에서 베테랑 김상식(33)과 이동국(30) 등을 비롯해 요소요소에 ‘알짜’ 선수들을 데려왔거나 영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기존 선수들은 ‘최강희 축구’에 눈을 뜨고 있다는 게 최 감독의 자신감이다.
▲‘빅3’ 진입해 AFC 챔피언스리그 복귀가 목표
2005년 부임 첫 해 FA컵을 품에 안은 최 감독은 이듬 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해 아시아 무대를 제패했다. 2007년부터 K리그에 집중해온 전북은 2009년 승부를 걸기로 했다.
지난 해 준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자신감을 붙은 최 감독은 “올 해는 변수가 많은 해여서 해볼만하다. 지난 시즌 준우승한 FC 서울이 전력에 변화가 거의 없어 우승권에 다가서 있을 뿐 나머지 팀들은 변화가 많아 종잡을 수가 없다. 우승팀 수원 삼성은 주축 선수 몇몇이 이탈했고, 3위 성남 일화는 감독과 선수단이 물갈이됐다. 4위 울산 현대도 비슷한 변화를 겪었다. 그에 반해 전북은 상향 조정된 스쿼드를 갖추게 된 게 강점”이라며 “여기에다 수원, 서울, 울산은 올 해 챔피언스리그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K리그에 집중하기가 힘들 것이다. 전북이 초반부터 치고 나갈 수 있는 기회다. 내년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따내고 싶다”고 밝혔다. 내년 챔피언스리그에 나서려면 K리그에서 3위 안에 들거나 우승, 아니면 FA컵 정상에 올라야 한다.
▲호남축구 꽃 피운다
최근 전북은 같은 호남권의 전남 드래곤즈와 합의해 다음 달 7일 시즌 개막에 앞서 오는 28일 프리시즌 매치를 치르기로 했다. 이른바 ‘호남더비’로 양팀은 이 매치를 매년 정례화하기로 했다. 올 시즌 상위권 성적을 기대하고 있는 전북이 호남축구의 열기를 확산시키고자 아이디어를 낸 것이었다.
사실 호남축구는 경남권 축구에 밀려왔다. 포항 스틸러스와 부산 아이파크(이상 4회), 울산 현대(2회)가 K리그 정상에 올랐지만 전북과 전남은 각각 리그 컵대회 1회 우승에 불과하다. 그러나 올 시즌 전북은 대반격을 꿈꾸고 있다.
최 감독은 “사실 수도권이나 경남권의 강팀들을 상대로 시즌 내내 레이스를 치르려면 우리는 부족한 선수 구성이다. K리그 우승에 도전한다는 건 쉽지 않다. 포스트시즌에 오른 다 해도 경기간 일정이 짧아 낮은 순위의 팀들이 우승한다는 건 사실상 힘들다”고 자세를 낮추면서도 “하지만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면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동국도 ‘부활 제조기’ 아래서 재기하나
최 감독은 ‘부활 제조기’로 유명하다. 울산에서 부진의 늪에 빠졌던 김형범(25)과 정경호(29·올 해 강원FC 이적)를 각각 2006년과 2007년 데려와 살려낸 게 대표적이다.
올 해엔 최 감독 밑으로 최근 2년간 미들즈브러(잉글랜드)와 성남에서 제 자리를 못 잡던 이동국이 들어왔다. 최 감독은 곧장 이동국 중심의 전술로 ‘이동국 살리기’에 나섰다. 새 팀에 적응 중인 이동국도 연습경기에서 아직 골맛을 보지 못했지만 동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재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 감독은 “이동국이 팀 전술의 중심이다. 원톱 이동국이 살아나야 팀의 득점이다. 4-1-4-1과 4-2-3-1 포메이션의 최전방 공격수로 이동국을 배치해 다양한 득점 루트를 찾으려 하고 있다”면서 “이동국이 2006년 시즌 초반 부상을 당한 뒤 제대로 몸을 만들지 못한 상태에서 잉글랜드 무대로 진출한 여파로 아직도 최상의 경기 감각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골을 못 넣고 있다는 불안감을 떨쳐내야 한다. 이동국이 제 페이스로 올라설 때까지 시즌 중 계속해서 기회를 줄 생각이다”고 밝혔다.
구마모토(일본)=스포츠월드 국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