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얘기지만, 저는 오래된 습관으로 인해 몸의 기능을 한가지 잃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팔을 들어올릴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부드러워야할 살결은 대리석의 표면처럼, 손가락들은 납덩이처럼 무겁게 느껴지며 심지어는 감각조차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작은 병원을 여러군데 방문한 끝에, 어느 한 병원을 소개받게 되었습니다.
특이체질을 가진 환자들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라더군요.
의사는 주의깊게 제 증상을 관찰하더니 질문했습니다.
“환자분은 어떤 습관이 있으십니까?”
“그야……뭐, 평범합니다. 불안하면 다리를 떤다든지, 물을 많이 마신다든지 하는 거요.”
“혹시 피부나, 몸의 어느 부위에 오돌토돌하게 돌출된 무언가를 떼어내진 않으셨습니까?”
“……!”
“표정을 보아하니 확실하군요. 무엇을 떼어내셨는지요?”
“그게……실은 코 옆에…….”
“속이 아니라요?”
의사의 예리한 시선이 내 코 주변에 머물렀습니다.
저는 견디지 못하고 그만 버럭 소리 지르고 말았죠.
“그래요, 제길, 코를 파다가 떼어냈단 말입니다. 그게 도대체 제 증상하고 무슨 상관이 있는 거죠?”
“다른 때는 느끼지 못했던 이상한 게 만져졌을 겁니다.”
“……맞아요. 그게 무슨 상관…….”
“우리 몸은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인체가 그리 완벽하게 설계된 편은 아니라서, 가끔씩 특이체질을 가지고 태어난 분들의 경우엔 ‘버튼’이 튀어나오곤 하죠.”
“버튼이요?”
“저희는 그렇게 부릅니다. 편의상.”
“제가 그 버튼이란 걸 떼어냈기 때문에 팔이 안 움직이는 겁니까?”
“맞습니다.”
"왜 팔이 안움직이는 거죠? 상식대로라면 후각이 마비된다든지 해야하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인체의 신비라고 하는거 아니겠습니까? 버튼은 어디로든 연결될 수 있으니까, 앞으로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러면 버, 버튼을 도로 집어넣어야 되는 겁니까?”
의사가 하하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하지만 눈가는 전혀 웃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저 입으로만, 소리로만 웃을 뿐이었죠. 그가 상체를 앞으로 숙이면서 말했습니다.
“상상력이 풍부하시네요.”
“네?”
“그런 게 불가능한 게 당연하잖습니까. 진짜 버튼도 아닌데.”
“………….”
“아무튼 처방약을 복용하시면 자연스레 나아질 겁니다. 처방전 가지고 아래 약국에서 약 받아 가시면 됩니다.”
영구적인 정지가 아닌게 다행이었습니다. 아주 일시적인 증상이라더군요.
저는 벌겋게 달궈진 얼굴을 가리면서 밖으로 나왔습니다. 진료실 안에서 제 부끄러운 습관을 고백한 걸 누가 듣기라도 했을까봐서요. 하지만 간호사들은 환자들의 이런 반응이야 아주 익숙하다는 듯이 자기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대기실의 의자에 앉아서 내 이름을 호명하기를 초조하게 기다렸습니다. 습관대로 다리를 덜덜 떨어대자, 막 병원에 들어서던 남자가 제쪽으로 시선을 던지더군요. 저는 민망함에 어색하게 입술을 일그러뜨렸습니다. 그가 제 옆으로 와서 앉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습관 때문에…….”
“그쪽도 ‘버튼’ 때문에 오신 건가요?”
“네. 그러면 그쪽도?”
그는 제 이야기를 듣더니만 하하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저를 비웃는 건 아니었습니다. 아주 시원한 웃음이었으니까요. 그의 첫인상은 유쾌한 사람 같았습니다.
“코에 있는 걸 떼어낸거니 참 운이 좋습니다. 제 경우에는 무릎에 붙은 걸 떼어내서, 한동안 걷지도 못하고 앉아서만 지냈거든요.”
조금전에 그가 멀쩡하게 걸어들어오는 걸 봤기 때문에, 저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다 나은신 것 같은데 병원엔 왜 오신 거죠?”
“다른 부분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겉은 멀쩡해 보였다. 하지만 몸의 기능은 아주 여러 가지니까 겉모습만 보고 속단하긴 일렀다.
“처음이 아니시란 겁니까? 도대체 왜…….”
“왜 그렇게 부주의 하냐구요?”
그가 상체를 숙이면서 낮게 속삭였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중독이거든요.”
“네에? 그럼 취미로, 아니……버튼을 떼는 습관이 생겼단 말입니까? 너무 위험하지 않나요? 어디가 잘못될지 모르는데. 뇌나 심장에라도 연결돼있으면 어쩌시려고…….”
그가 씨익 웃었습니다.
“그러니까 스릴 있는 거죠.”
“그럼 그쪽도 습관같은 걸 가지고 계십니까?”
“저는 도박 중독자였습니다. 버튼 덕분에 완전히 끊었지만.”
그 순간 간호사가 누군가의 이름을 호명했습니다. 그의 이름이었는지,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악수를 청했습니다. 저는 감각 없는 팔로 그의 악수를 받았습니다.
그 순간 저는 문득 간지러움을 느끼고 뒷덜미를 움켜쥐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목에 점같은 건 없을 텐데, 오돌토돌한 뭔가가 만져졌습니다. 그가 진료실에 들어가다가 말고 제 쪽을 돌아보았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그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이 호기심을 도무지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목에 있는 이 버튼은 어디로 연결되어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