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다이나믹 입니다.
저의 첫 자작 '부자들만걸리는병'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추구하는것은 귀신이 나오는 원초적 공포가 아닙니다.
제 단편의 모토는 '생각의 반전'입니다. 오유중에서 성격이 그나마 공포게시판이 가장 어울려
공게에 적고 있음을 양해해주십시요.
제 첫 자작이 못쓴글인데도 관심을 받은이유는 소재의 독특함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음부터는 소재의 독특함보다는 내용의 참신함으로 여러분의 관심을 끌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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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보다 더위를 더 못참는사람.
더위보다 추위를 더 못참는사람.
나에게 저 두가지중 선택하라면 나는 후자를 선택하겠다. 나는 추위를 잘 못참는다.
키도작고, 덩치도 작다. 거기에 살도 찌지 않는 마른 체격이다. 이런 환경이 나를 추위에 못버티게 만드는 모양이다.
나는 추운것을 싫어하지만 차가운 냉수는 좋아한다. 아이스크림은 더 좋아한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나는 손이 시려운것은 싫지만 손이시렵도록 눈싸움을 하는것은 좋아한다.
차가운 바람은 싫지만 나의 코를 통해 들어오는 시원한 공기를, 또 폐를 통해 느껴지는 그 시원한 두근거림을 나는 좋아한다.
겨울에 나의 코는 마비가 되는것 같다. 차가운 공기가 나의 코를 직접 마비시키는 것인지, 아니면 강한 바람이 내가 지나가는곳마다 냄새의 흔적을 없애는지, 아니면 또다른 무언가가 작용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사는곳은 기차역이 붙어있는 곳인데 집에서 걸어서 5분정도면 기차역에 갈수 있었다. 기차역 주변에는
이제 하나둘 생겨나는 상가들로 활기를 띠고 있고, 밤이면 술집들이 또 그옆에는 모텔들이 한창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나는 두꺼운 외투에 목도리를 둘러 나의 왜소한 체격을 가리고 기차역 앞을 지나 시장으로 들어간다. 장갑을 꼈지만 손이 시려운것에 절로 욕이 나오려는것을 억눌렀다. 시장에 진입하자 마자 나는 나의 일터로 향했다.
내가 일하는곳은 생선 도매상이었는데, 취직한지 얼마 안되서 그런지 생선손질이 서툴러 손에 베인상처가 많았다. 오른손에는 엄지손가락 밑에 지팡이 모양으로 파인 상처가 욱신거렸고, 그 바로 옆에 자그맣게 베인 상처들에 물기가 닿으면 따끔거려서 칼을 제대로 쓰지도 못했다. 참 이상하다. 나는 오른손잡이인데 어째서 오른손에 상처가 생기는것일까?
생선을 손질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는데 머리를 먼저 떼어내고 배를 가르는 방법과, 배를 가른 후 머리를 떼어내는 방법이 있다.
이중 초보자가 하는 방법은 배를 가른 후 머리를 잘라내는것이다. 머리를 먼저 떼어내면 머리부분과 연결된 내장부분이 터져 배를 가르기 시작했을때에는 이미 손쓸 수 없이 내장의 지독한 냄새가 생선살에 엉겨 붙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위험부담이 있는 만큼 머리를 먼저 처리하면 생선은 훨씬 깔끔하게 정리가 된다.(물론 나는 이방법을 쓰지도 않고, 깔끔하게 손질된다는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내가 쓰는 방법은 배를 먼저 가르는 것이다. 배를 먼저 갈라 속에 있는 내장을 드러낸다. 생선의 내장, 특히 고등어의 내장은 사람의 몸과 구조가 거의 같다. 배의 한가운데는 대장과 소장처럼 보이는것이 꽈리를 트고 있고, 그 위로는 작은 녹색의 쓸개도 보이는것 같다. 그리고 쓸개위를 지나 머리쪽에 근접한 아가미에는 허파처럼 생긴것이 붙어 있다. 이중 녹색부분의 쓸개(확실히 어느부위인지 모르지만 나는 쓸개라 부른다.)를 잘못건드려 터지면 그 냄새가 장난아니게 지독하다. 이런 생선의 장기들을 제거하고 다시 물을 뿌려 깨끗이 청소를 해준다. 또 배를 가를때에는 생선 가시를 한쪽에 집중될수 있게 하는것이 좋은데, 나는 가시를 오른쪽으로 집중시켜 배를 가르고 가시가 붙어 있는 오른쪽 부분에 생선살도 더 많이 붙어 있게 한다.
그리고는 다시한번 물을 뿌려 생선을 완전히 마무리한다. 그다음에는 간단하다 정말 거대한 중국 사극에서나 나올법한 칼로 머리를 ‘뎅강’하고 잘라내면 끝이다.
이렇게 하루종일 생선을 손질하다가 팔리지 않고 남은 생선이 있으면 퇴근하기전에 염장을 한다. 소금으로 절인 생선은 다음날 아침에 팔게되는데, 이 염장한생선의 가격이 보통의 생선의 가격보다 더 비싸고 더 잘팔린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에게 선택받지 못해 할 수 없이 변신을 거듭한 생선이 결국에는 미운오리새끼의 백조처럼 관심을 끌게 되는 것이다.
또한 그 맛이 일품이어서 염장한 생선(특히 내가 제일 손질을 잘하는 자반 고등어)을 맛본 손님들은 다음에 들러서는 다시 염장생선들 사서 가곤 했다.
남은 생선을 염장해서 다음날 아침 팔수 있게 준비를 하면 나의 하루일과는 끝이난다.
나는 다시 외투와 목도리, 그리고 장갑으로 중무장을 하고 생선 도매장을 빠져나온다. 생선도매장이 안보이는 시장입구에서 기차역이 보이는 큰길로 접어들면 나의 코가 또다시 마비증세를 보인다. 시장 안에서는 내 몸에서 지독히 빠져나가지 않던 생선 비린내와 내장냄새(일반사람들은 이 내장냄새를 잘 느끼지 못하지만 나는 느낄수 있었다.)가 금세 나지 않는 것이었다.
내가 큰길에 접어든 시간은 밤 9시를 넘겨서 였다. 나는 기차역을 향해 큰길의 인도를 걸어갔고, 횡단보도를 건넜다. 바로 옆에 육교가 있었지만 이상하게 육교가 있음에도 이 큰길에는 횡단보다가 있어 사람들은 육교를 잘 이용하지 않았다.
기차역 앞에서 나는 다시 왼쪽으로 꺽어 모텔들이 즐비한 어두운 골목으로 걸어갔다. 아직 늦은 밤이 아니었는데 나의 손을 잡아끄는 아줌마들이 있었다.
나는 아줌마들의 손을 뿌리치고 모텔가의 끝을지나 작은 중국집이 있는 맞은편 지하도로 몸을 이끌었다. 지하도에서 이제 다시 막 지상으로 올라오는 계단에서 한 여성에게 추근덕 대는 치한을 목격하였다. 치한은 얼굴이 붉은 것을 보니 한껏 술에 취한 것 같았고, 덩치는 크지 않았지만 입고 있는 잠바가 지저분하고 신발또한 슬리퍼에 머리도 몇일감지 않은것처럼 보이는 것으로 봐서는 건달이나 양아치는 아닌것처럼 보였다. 여자는 겨울임에도 옷을 참 춥게 입은 것처럼 보였다. 짧은 블랙슈트를 입고 있었는데 상의는 흰 블라우스에 정장을 스타일로 입었고 가슴 부근에는 브로치로 포인트를 둔게 쉽게 잊혀지지 않는 스타일이었다.나는 그 쪽으로 점점 다가가면서 무수히 많은 생각에 갈등하였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물론 그 여지의 눈이 나를 향해 간절히 도움의 눈길을 주고 있었지만 나는 과감히 무시하고 걸음을 재촉했다.
지하도롤 빠져나와 바로 왼쪽의 한 고시텔로 들어가려던 나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다시 그 지하도롤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그 치한과 여자를 찾아 헤맸다.
지하도 한쪽에 있는 화장실근처에서 여성의 흐느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나는 지체없이 그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몸속에 품고 있던 칼로 몸을 찔렀다.
‘푹’ 하는 소리와 함께 깊이 배를 찔린 여성은 나를 향해 아까와 같은 도움의 눈빛을 보냈지만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칼을 뽑아내었다. 술에 취한 치한은 갑자기 어한이 벙벙한채 나를 쳐다보며 무슨말을 하려고 하다가 그만 도망치고 말았다.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여성의 배를 갈랐다. 입고 있는 옷이 얇았지만 사람의 피부는 역시 두껍다. 나는 배를 가르다 칼날이 끊어져 오른손 엄지손가락 아래 지팡이처럼 생긴 상처가 또 하나 생기고 말았다. 장갑을 끼고 있었지만 칼날은 장갑을 뚫고 들어온 것이다.
나는 귀찮은 듯 칼날을 빼고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던졌다.
장갑은 벗지 않았다. 손이 시려운 것은 참을수 없으니까...
그리고는 내장을 몸밖으로 꺼내 한쪽에 치운다음 목을 자르려고 했지만 칼이 너무 작아 목은 잘리지 않았다. 그래서 할수 없이, 다음단계로 넘어가 주머니에 있던 소금으로 염장을 해주었다.
[역시 사람의 내장은 생선과 정말 비슷하다니까, 오히려 냄새는 더 지독하군]
나는 다시 외투의 깃을 추켜세우고 지하도를 빠져나왔다.
지하도를 빠져나와 바로 고시텔로 들어가려다 옆에 있는 편의점에 들러 꽤 비싼 상표의 아이스크림을 사서 나왔다.
지하도의 그 비린내는 이제 밖으로 나온 나에게 더 이상 나지 않는다.
차가운 공기가 나의 코를 통과해 폐로 전해져 왔다. 가슴이 시원해지면서 이마의 땀을 닦아주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추위를 더운것보다 못참는다. 하지만 나는 여름보다 겨울을 더 좋아하고 사랑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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