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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밀게에 좋지 않은 필력으로 글을 올렸더니 베스트를 보내주셔서 감읍하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소개팅 시켜준다던 동생놈은 지 여친 만나러 가서 소식이 없기에 음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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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도 많이 바뀌는 탓인지 예전에 군생활 하셨던 분들은 부대 자체조달 형식으로 복날을 버티셨겠지만
제가 한창 밥 할 때는 초복 말복에 삼계탕, 중복에 냉면이 식단으로 편성되어 있었음.
이등병 때는 선임들 틈바구니에 껴서 마늘이나 손질하면서 쉬엄쉬엄 보냈지만 취사장 왕고를 잡은 시점이 하필이면 초복 즈음이라
혼자 후임들을 캐리해서 만족스러운 삼계탕을 준비를 해야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음.
더욱 큰 문제는 새로온 1종계원이 아직 이등병인데다가 1종 계원 사수가 전역하고 나서 들어온 신병이라 아직 일이 익숙치 않아서 걱정이 더 컸음.
그리고 초복 1주일 전, 새로 온 1종계원이 수첩 들고 취사장 찾아왔음. 물론 이등별님 특유의 어리버리와 어색함은 패시브로 깔고 있었음.
"저... xxx 상병님? 삼계탕 닭... 얼마나... 시킵니까...."
내 기억에 15kg 한 박스가 35~40수 정도 되었던 걸로 기억 함. 그런데 복날만 되면 높으신 간부 양반들이 꼭 병사식당에 와서 식사를 하고 감.
병사들이 어떤 식사를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오시는 거라는데, 속이 너무 뻔히 보이는 개소리죠 ㅅㅍ
그러다보니 좀 더 많은 양이 필요했음.
"160마리. 마늘도 평소보다 더 필요하다. 가서 아이스크림 더 얻어올 생각하지 말고 숫자 제대로 챙겨와라, ㅇㅋ?"
불출하고 남은 아이스크림 = 1종 계원과 취사병 거 라는 공식을 이미 몸으로 체득한 놈이기에 농담삼아 닭이나 제대로 챙겨오라고 신신 당부를 함.
그리고 초복 사흘 전 부식차를 여니 아니나 다를까 컵 초코퍼지 한상자가 더 들어와 있었음. 우왕ㅋ굳ㅋ을 외치며 1종 계원한테 밥을 먹게 하고
우리의 기력넘치는 일,이등병 형제들에게 부식 나르는걸 도와달라고 부탁함. 맨입으로는 아니고 컵 초코퍼지를 하나씩 나눠주며 시켰음.
그 때 나는 사람 환장하게 하는 명태살 튀김과 떡볶이를 만드느라 기력이 빠져 취사병 휴게실에서 선풍기를 켜고 누워있었음.
갑자기 우리 취사장 막내가 쫄래쫄래 뛰어 들어오더니 애타는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게 아니겠음?
"xxx 상병님, 좀 이상한게 있습니다."
평소 개념은 있지만 겁대가리라는게 없어서 칼 처음 잡아봤다는 놈이 웬만한 애들 두세달 가르친 것보다 위험한 일을 능숙하게 해내서
부대의 새싹이 될 막내가, 이 정도 표정을 짓는거면 뭔가 잘못돼도 한 참 잘못됐다는 거였음.
당장 뛰어 나가서 내리고 있는 부식과 부식 불출표를 대조해 봄.
혹서기 혹한기에는 원래 기름에 튀기는 음식이 많이 나오는 편이라 야채 편성이 봄,가을보다 1인당 할당량이 좀 적은 편임.
근데 부식 내리고 있는데 평소같으면 끝났어야 하는데 부식차 안에 부식이 아직 한 가득 쌓여있음.
부식차에 올라가서 확인 해보니
닭이 160마리가 아니고 160kg이 들어왔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ㅅ1ㅂ...
"야, xx. 와봐."
평소에 식은 밥을 먹게 하는 것도 겁나 싫어하고, 밥 먹을 때 후임들한테 지적질 하는 스타일이 아님.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는지 밥 씹다 말고 1종 계원이 튀어 옴.
"저거 뭐냐?"
쌓여 있는 닭상자를 가리키자 우리 1종 계원이 넋이 나간 표정을 짓고 있음.
인트라넷에 지역 급양대 홈페이지 들어가면 특수한 매뉴는 1포장 단위당 몇 마리, 몇 팩 이런식으로 적혀 있는데 이놈은 모르고 있었음.
수첩에 160마리라고 적어야 하는데 이놈이 생각없이 160으로 적어간 다음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평소처럼 kg 단위로 불출 신청을 한거임.
물론 식수에 맞게끔 냉장고 댓수가 정해져 있으니 넣을 공간은 없ㅋ엉ㅋ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는 갑자기 땀을 비오듯 흘리는 우리의 이등별 계원... 갑자기 취사병 휴게실로 달려가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함.
나랑 동갑이라 반쯤 말트고 지내던 진짜 착하디 착한 급양보급관이 취사장으로 뛰어오더니 경례도 안받고 바로 부식차로 뛰어 올라감.
30초 정도 정적이 흐르고 보급관이 부식차에서 내려와서 처음 꺼낸 말이
"미안한데 담배 있냐?"
아무말도 없이 보헴 no.6를 빼서 물려주고 불도 붙여줌. 난 부식차 문을 닫은 다음 옆에서 같이 피움.
3분동안 서로 한마디도 안했음.
"저거 어쩝니까?"
보급관이 한숨을 쉬면서 전화를 함.
이번엔 사람들 안볼 때 나랑 형동생하는 사이인 보급장교가 내려옴.
부식차를 열어본 형님도 "보급관, 담배 있어요?"와 한 숨을 연발함.
난 잽싸게 형님한테 담배를 물려 드리고 불 붙이기 서비스까지 해줌.
그렇게 아무말 없이 5분 정도 흐르고 분노한 형님이 우리의 이등별 계원을 부름.
"저거 뭐냐?"
노기 서린 보급장교 형님의 맨트에 잔뜩 얼어있는 이등별이 할 수 있는 건 "죄송합니다" 뿐이었음.
분노에 가득찬 보급장교 형님이 진짜 식당에 있는 애들 다 돌아볼 정도로 크게 소리를 침.
"야 이 씨... 저걸 어디다가 넣냐? 니가 도라에몽이냐?"
분명이 화가 나 있는 상황인데도
나랑 보급관은 그 상황에서 참지도 못하고 빵 터짐.
으크킄ㅋ크크크크크킄ㅋㅋㅋ크킄킄ㅋㅋㅋ크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킄ㅋ크크크킄ㅋㅋ
아, 쓰다가 또 웃음도 터질뻔 했네.
아무튼, 주변 큰 사단 보수대에서 받아오는 거라 이건 다음 편성까지 텀도 있고, 거기 냉동창고 점검 계획이 있어서 보수대로 반품도 안됨.
심지어 인근 부대에 전화도 해봤지만 보관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재산전환도 물거품이 됨.
남자 셋이 앉아서 머리를 굴려도 답이 안나오는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끝내주는 아이디어가 생각났음.
바로 간부식당 급양관리관.
콜 하고 정황을 설명함. 우리 부대가 좀 특이해서 병사 수 2/3만큼 간부가 있어서 식수 차이가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게 아니었음.
게다가 군납이라서 바깥보다 삼계닭이 싸니까 그 쪽도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음. 남는 냉동실까지 빌려주는걸로 합의 봄.
내 아이디어에 보급장교 형님이 무릎을 치더니 그 쪽은 예산, 우리는 닭을 주는 걸로 단위 부대간 재산전환을 하기로 하고 대충 처리 함.
원래 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되게 하겠다는 굳은 결심을 내비쳤음.
보급관은 사단 보수대에 있는 자기 선임에게 전화를 걸어 당분간 부식 아이스크림과 과일을 안받고 예산 초과 금액을 떼우기로 약속 함.
마지막으로 나는 남은 닭으로, 쉽디 쉬운 콩나물국 대신 사지방에서 레서피를 출력해와서 고난도의 초계탕을 만들어 내야 했음.
이등병 보급계원은 온 부대원의 분노와 증오를 한 몸에 받아서 내가 전역할 때 까지 관등성명이 도라에몽이었다가
그것도 귀찮아서 또라로 줄여서 부르게 되었음.
3줄 요약
1. 불출 신청 잘못 했다가 이등병이 훅 갈뻔함
2. 여차저차 다행히 때움
3. 후임 계원 별명이 도라에몽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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