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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만남
요하니
눈을 맞으며 그녀가 서 있었다.
조금 전에 인기척을 느꼈기 때문이다. 한번 한숨을 내쉬었을 때 저편 돌 잔해에서 한 남자가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었다. 가소롭게도 한손에는 조잡한 칼이 들려 있었다. 그에 비하면 그녀의 창은 꽤 첨단무기에 가까웠다. 그녀는 들고 있던 창을 두 번 돌린 후 바닥에 내리 꽂았다. 그 서슬에 남자는 잠시 망설였지만 무장해제된 그녀를 더 이상 경계하지 않았다.
“인간이오?”
우스운 질문이었다.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집단이 멸망한 것은 벌써 300년이었다. 살아남은 인간은 여기저기 숨어 있다. 그 중에는 인간이 아닌 존재도 있다. 안드로이드. 일부는 황금기의 유산이었고, 일부는 사냥기에 태어난 개체였다.
“아니면?”
그녀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사냥기에 태어난 개체는 인간의 모습을 흉내 내고 있었다. 그것은 가장 적절한 의태였다. 사람을 유인하기 위해선 사람의 모습이 적절하다. 인간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니까. 다른 인간을 찾아 헤멘다. 지금처럼.
“꼬박 1년만입니다. 인간을 만난 건. 그쪽은 얼마만입니까?”
남자는 함박웃음을 웃으며 그녀에게 걸어왔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남자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주머니를 들어보였다.
“곡식가루가 좀 있는데, 혹시 고기 있습니까?”
그녀는 자기 주머니에서 육포 한조각을 꺼내 던졌다. 그것을 받아든 남자는 자신의 주머니를 던졌다. 그녀는 주머니를 열어 맛을 본 뒤 꽤 괜찮은 품질이라고 생각했다. 육포 두조각 값어치는 될 듯했다. 그래서 한 조각을 더 던졌다. 남자는 그 호의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한조각을 씹어먹으며 말했다.
“인간을 흉내내는 사냥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소? 완전히 똑같다고 하더군. 그래서 조심했었는데, 그것도 만나야 말이지. 1년만에 만난게 당신이오.”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 모습에 남자는 놀라며 변명했다.
“당신을 그 사냥꾼으로 의심한 건 아니오. 기분 나빠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어쨌든 인간을 찾기 어려운 시대아닙니까. 한동안 같이 다닐지도 모르고......”
남자는 조심스레 자신의 소망을 비쳤다. 여자는 한숨을 내쉬고 창을 뽑아들었다. 그 모습에 남자는 깜짝 놀라 뒷주머니에서 칼을 뽑아 들려 했다. 하지만 육포기름에 미끄러져 마지막 무기가 뎅그랑 떨어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여자는 남자의 가슴을 창으로 찔렀다. 기계처럼 간결한 움직임이었다. 남자는 눈을 부릅뜨며 단말마를 뱉었다.
“사......사냥꾼......”
그러자 여자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다시 봐도 웃기는 군. 이 시스템은.”
여자는 창을 거칠게 뽑아냈다. 그러자 경쾌한 전기음이 지직거리며 터져나왔다. 남자가 쓰러지자 여자는 남자의 전자심장을 두 세번 정도 확인 사살했다. 세심하게도 고개를 숙여 전자 심장의 마지막 두근거림을 확인했다. 전자 심장은 사실 두근거리지 않았다. 째각거리는 시계소리에 가까웠다. 째각. 째각. 한동안 박자가 늦어지더니 곧 멈추었다.
여자는 생각했다.
과연 이 안드로이드는 마지막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실패를 후회했을까. 아니면 자신을 끝까지 인간이라고 생각했을까. 몇 개월간의 좋은 사유거리가 될거라 생각했다. 어쨌든 시간을 때울 수 있는 건 좋은 일이다. 밤은 금방 오니까.
여자는 창을 챙겨들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발걸음마다 눈 위에 발자국이 깊게 남겨졌다. 눈은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조용했다. 간간히 눈더미 부서지는 소리만 들려올 뿐. 문득 눈이 참 오랫동안 그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한 3년째인가. 계속 내리고 있다. 대부분의 생명이 혹한에 죽고 없다. 재미난 일이다.
모든 소리가 잦아들고 밤이 찾아온다. 하지만 단 한가지 소리만은 잦아들지 않았다. 째각 째각. 우스운 시스템이다.
눈을 맞으며 그녀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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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형 인간의 오마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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