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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500689
    작성자 : 돼지한마리
    추천 : 36
    조회수 : 14878
    IP : 211.238.***.201
    댓글 : 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7/26 10:52:52
    원글작성시간 : 2012/07/25 22:26:27
    http://todayhumor.com/?humorbest_500689 모바일
    꿀빠는 법원공익썰 2

    1편

     

    헐 베스트 갈 줄은 모름. 베오베는 못감.

     

    그럼 계속해서 써보겠음.

     

    우선 내가 다녔던 곳이 특수한 건 지는 모르겠는데, 우리 법원에서는 점심을 사줌. 공익 월급에 점심값 5천원이 들어있긴 한데, 그런거 상관없이 공무원들이 식비로 사주는 거임. 대한민국이 정이 있는 사횐데 공익이라도 그냥 놔두고 자기들끼리 밥먹으로 갈 수는 없으니까 그런거 같음. 매일매일 3명이서 근무하는데 당연한 것도 같음. 그리고 회식이 있는 날이면 행복함. 회식이라고 뭐 어디로 거창하게 먹으러 가는 건 아니고, 그냥 법원 옥상에서 그릴에 고기 구워먹으면서 술마시던가, 관사에서 고기 구워먹으면서 술마시던가, 집 새로 지은 공무원 집에서 조개 구워먹고 술마시던가임. 회식때면 공무원들 가족이 다 옴. 난 고기 먹으면서 아래 등기소 직원 아들 둘하고 놀아줌. 사촌동생 포함 동생만 13명이라 애들하고 노는데는 이골이 나있음. 물론 맨날 그냥 밖에서 구워먹는 건 아님. 가끔 간장게장 잘하는 집도 가고, 백숙 먹으러 가고 그럼.

     

    근데 공익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점심 먹으러 갔는데 식당 아줌마가 나 알아봄. 보니까 어머니 친구분임. 어렸을때 나 자주 봤다고 하시는데 사실 잘 기억은 안남. 어머니 친구가 한둘이어야지. 하여튼 서비스가 급 좋아짐. 반찬 막 퍼다주심. 이때부터 공무원들이 뭔가 눈치를 챔. 반년 지나니까 회식하러 갈때마다 내가 가서 알아보고 내가 예약함. 물론 어머니나 아버지 친구분임. 동네가 좁아서 25년 넘게 장사해온 어머니랑 25년 정도 공무원하신 아버지를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음. 예약할때마다 아줌마나 아저씨가 누구 아들이지? 하고 알아보고 서비스 주심. 덕분에 밥은 잘먹음.

     

    이게 법원에서 일하다보면 밥을 자주 얻어먹게 되는데, 보통 판사님(입에 하도 붙어서 판사라고 하기 좀 그럼)이 오시는 날에는 조정위원이라고 지역유지들이 밥을 삼. 조정위원이 뭐냐면 일당 5만원 정도 받고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 조정해주는 거임. 니가 좀 참아라, 라고 하시는 어르신들 업그레이드 판임. 일당 5만원 받고 사는 밥은 1인당 5만원급임. 법원 식구들 다 가서 먹으면 돈 꽤나 깨지는데, 2주마다 세명씩 오면서 이걸 내는 것임. 사실 조정위원 직함 때문에 그럼. 이거 하면 판사하고 안면트니까 이 사람이 어디가서 내가 누구 판사하고 아는 사람인데 하고 콧방귀 좀 낄 수 있음. 그래서 사람들이 밥 사주는건데, 공무원들도 그거 알고 있으니까 별 말 안하고 얻어먹음.

     

    그 외에도 가끔 밥사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주로 법무사에서 함. 법무사라는 게 뭐냐면, 변호사처럼 사건 자체를 대행해주는 게 아니라 보통 사람은 법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돈 받으려고 신청하는 법을 모르는데, 법무사가 그걸 대신해서 신청해주는 것임. 변호사가 큰 건 물어서 돈버는 타입이라면 법무사는 자잘하게 돈 버는 타입임. 보통 사건 하나당 수임료가 10만원 정도면 된다고 알고 있음. 하여튼 그것 때문에  이 사람들이 매일매일 법원에 와서 문건을 주고 가는데, 사람이 맨날 보다보면 친해지기 마련임. 게다가 이 사람들이 내는 사건을 처리하는 게 법원 일인데,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친해져서 나쁠게 없음. 막 사이 나쁘면 사소한 걸로 트집잡고 그러는 수가 있으니까 우선은 친해져야 하는 것임.

     

    그러다보니까 밥을 사던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간식을 들고 옴. 여름에는 팥빙수 특히 많이 가져다 줌. 보통은 법무사가 오질 않고 거기서 일하는 사무장이 오거나, 일하는 아가씨나 여사님이 주로 오심. 사무장이 오는 곳은 좀 신생 법무사던가, 아니면 약간 골치아픈 사건 있을때임. 주로 시 쪽에 있는 지방법원급에 가는 사람들은 아가씨들이나 은퇴한 공무원들이 많이 한다는데, 내가 있던 동네는 군이라서 대부분 여사님이나 나이 좀 있으신 분들이 옴. 근데 이런 일 하는 여사님들 진짜 말 엄청 잘하고 사근사근함. 업무능력보다는 진짜 말잘하는 거 보고 뽑는거 같음. 그런 도중에 우리 동네에도 드디어 법률구조공단이라는 게 들어옴. 법률구조공단. 이거 꼭 알아둬야됨. 여기가 뭐하는 데냐면 국가에서 운영하는 법무사 같은덴데, 생활보호 대상자들이 돈 때먹히거나 했을때 무료로 도와주는 곳임. 생활보호 대상자 아니어도 여기가면 무료로 상담 잘해줌.

     

    하여튼 여기는 주로 여직원들을 뽑음. 덕분에 자주 놀러오는데, 맨날 여사님들만 보다가 이십대 아가씨가 오면 막 법원 분위기 풀어짐. 직원이 총 세번 바꼈는데, 첫번째 여직원은 사근사근하고 예쁜 스타일이었음. 이 당시엔 그냥 인사만 하고 지냈음. 두번째 여직원은 좀 차가워보이는 인상이었는데, 서류 가져다 준 것 중에 실수 했는지 낙서한 A4지가 껴있는데 나이는 나보다 많은데 낙서가 십대소녀 취향이었음. 나중에 내가 그거 보여주니까 얼굴 빨개져서 어쩔 줄 몰라함. 그리고 한 2주일 있다가 그만뒀는데 나 때문은 아니겠지. 세번째로 온 여직원은 무려 부산 사람이었음. 키도 작고 좀 귀여운 스타일이었는데, 내가 경상도 출신 여자 후배들 몇 명 있었는데, 걔들은 보고 있으면 나한테 선배나 오빠가 아니라 형이라고 해야될거 같음. 애교라는 게 없는 놈들이었음. 근데 이 아가씨는 애교 쩔었음. 막 서울말하려고 하는데 사투리 나오는 그런 건데 상당히 귀여웠음.

     

    그리고 법원 주변에 군청도 있었는데, 거기서 일하는 직원 하나가 우리 법원 공무원들이랑 맨날 같이 출퇴근 하는 거임. 알고보니까 같은 아파트 출신이라서 공무원들하고 친해져서 자주 놀러왔는데, 그거 때문에 나도 친해짐. 퇴근할때마다 심심하니까 같이 퇴근해서 걔 버스정류장까지 바래다 주고 그랬음.

     

    그리고 야유회나 단합대회, 체육대회라고 해서 하는 행사가 있음. 야유회나 단합대회는 산 같은데로 등산가는 건데, 운동을 싫어하는 나는 죽을 맛이었음. 체육대회는 주말에 불려나가서 일하고 축구하고 하는거임. 끝나고 술마시고 뭐 나름 즐거운 행사였음. 그리고 야유회로는 바다낚시를 갔는데, 이게 좀 쩔었음. 법원 직원, 법무사 직원, 소장, 판사 등등해서 낚시를 갔는데, 보통 판사들은 공무원들 노는데 안끼고 그러는데 우리 판사님은 좀 달랐음. 여자판사분이셨는데 직원들하고 잘 어울리심. 하여튼 낚시를 갔는데 진짜 나한테 큰 문제가 생김.

     

    고기를 나만 잡음. 한 2시간 동안 배 위에는 내가 낚은 우럭 4마리만 있었음. 내가 주낚으로 처음에 개시 했을때는  낚시대 가져온 사무장이나 소장님들이 어이쿠 방심하면 안되겠는데 하는 분위기 였는데, 나는 연이어서 3마리 잡았는데 그 이후로 한마리도 안올라 오는거임. 그 다음부터 난 미끼 없는 낚시줄 던뎌놓고 지구를 낚았음. 막 처음에는 잘하네, 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점점 씁슬한 표정으로 에잉 거리고 있는데 패닉 올 거 같았음. 마치 군대에서 연대장급이랑 족구하는데 처음에는 분위기 좋게 점수따다가 뭔가 이상한 걸 감지한 기분이랄까. 사실 나 주낚은 좀 잘함. 우럭이 워낙 멍청한 새끼라 잘 낚이는 것도 있는데, 아버지가 옛날에 병원선이라는거 타셔서 매년 그 배타고 놀러갈때마다 주낚함.

     

    결국에 낚시배 돌려서 양식장에 있는 어망에서 우럭 와장창 꺼내서 회쳐먹음.

     

    이정도면 좀 꿀빤거 같음. 그럼 이제부터 공익하면서 겪었던 황당한 썰 좀 풀어봄.

     

    내가 저번 글에서 말했지만 내 손으로 200쌍 정도의 부부를 이혼시킴. 개중에서 좀 기억이나는 부부가 있는데, 가장 임팩트가 컸던 것 순으로 얘기해봄. 제일 임팩트가 컸던건 중학교 졸업하고 6년간 본 적도 없던 전형적인 중학교 때 친한 동창이 이혼하러 온 거임. 사고쳐서 애 낳았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이제는 이혼하러 온 거임. 와 6년만에 봐서 반가운데 이혼하러 와서 반갑다고 할 수도 없고. 그냥 서로 어 너? 어 그래 어...하다가 끝남. 진짜 어색했음. 두번째로 임팩트가 컸던 건, 이혼하러 오셨다고 해서 어떻게 쓰라고 안내해드리고 있는데 뭔가 얼굴이 익숙함. 그쪽 분들도 뭔가 날 아는 것 같은 눈치임. 그러다가 눈치깜. 친구 부모님이었음. 인사를 하긴 해야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인사를 드리기도 뭐하고 난감했던 기억이 남. 나중에 친구랑 만났는데 부모님이 이혼하셨다고 힘들어하는 눈치를 팍팍 내는데, 미안 내가 거기에 도장찍고 이혼 증명서 발급해드림. 이 둘 외에는 별로 없음. 그냥 동네 알던 누나가 이혼하러 온거랑 38살 먹은 남자랑 24살 여자가 와서 이혼하려고 하는데 애 셋 데리고 온거 빼고는 별거 없었음.

     

    사실 1편에서 꿀빤게 별로 없어 보인다길레 꿀빤걸로 점철시켜봄. 이것도 베스트가면 3편에서는 꿀빤걸 줄이고 법원행정 비슷한 걸 써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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