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실직 기념으로;;; 가족들과 방콕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태어나 처음으로 어머니, 장모님까지 모두 모시고 다녀왔는데, 좋더군요. ㅎㅎㅎ
어머님들과 아이들 모두를 챙겨야 해서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래도 뜻깊은 여행이었습니다.
사건은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일어났습니다.
출발 시간이 다 되도록, 비행기가 절반도 차지 않더군요.
우와... 오늘 비행기 조용하고 널널하니 참 좋구리~ 하며 이륙 준비를 하는데,
한 무리의 어르신들이 시끌시끌하게 입장하십니다.
동네 무슨 산악회에서 오신 모양인데, 비행기 절반 이후의 좌석을 모두 차지할만큼 그 수가 많았습니다.
하필이면 그 절반째의 좌석, 즉 어르신들과 일반 승객의 경계선에 우리 가족 6명이 일렬로 앉았구요.
오늘 좀 시끄럽겠네~ 하며 기다리는데, 들어가는 사람마다 의자를 쿵쿵 치며 들어가는 건 그래도 이해할만 했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계속 시끄럽습니다. 출발 시간은 지났는데, 아마 10여명이 아직 타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렇게 출발 시간을 넘기고, 30여분을 더 기다렸습니다. 저를 포함한 승객들의 표정은 어두워져만 갔구요.
늦게 한명씩 들어오는 그분들의 표정은 너무나 당당했습니다.
누구나 들을 수 있는 큰 목소리로 '야, 난 쇼핑도 못하냐?' 이런 소리나 하고 있구요.
자기들 사정으로 공항에 좀 늦게 도착한 모양인데, 자기 볼일 다 못보고 들어왔다고 오히려 역정을 내는 모습입니다.
맨 마지막에 탄 두 분은 아주 가관이었습니다.
승무원들은 애가 타서 발을 동동 구르는데, 탑승하자 마자 제일 뒷쪽의 화장실엘 갑디다;;;
다녀와서도 자리에 앉지 않고 한참이나 서서 떠들고 있구요.
앉으라고 안내하는 승무원에게 오히려 화를 냅니다. '아, 나도 숨좀 쉽시다!!!'
승객들 모두 짜증도 나고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자기들 때문에 모든 사람이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데, 저리도 당당할 수 있을까요.
자정이 넘어 출발하는 비행기라 모두가 힘들고, 좀 쉬고 싶고 그런데 말이죠.
그 뿐만이 아닙니다.
기내 예절을 전혀 못 배우신 분들 같더군요.
그들의 수다는 얼마나 소란스럽던지 숫제 음악만 안틀었을 뿐, 관광버스에서 춤이라도 출 기세였고
오며가며 의자를 툭툭 치고 다니는 건 기본이고, 화장실은 또 얼마나 자주 가는지, 갈 때마다 의자 등받이를 손잡이로 사용하더군요.
난기류에서, 이륙이나 착륙 때 자리에 앉으라는 방송은 기본적으로 무시하고, 승무원이 뛰어와서 앉혀야 겨우 말을 들어주는 정도...
행동 하나하나가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는 것인데,
참다 못한 주변 사람이 돌아서서 노려보고, 뭐라 말을 해도 전혀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어찌 그리 당당할 수 있을까요.
새벽 비행기라 이륙 후 1시간쯤 후에는 소등을 합니다.
저는 그때를 기다렸죠.
그분들에게 알아 듣도록 한소리를 하고 싶었거든요.
불이 딱 꺼지자, 등받이를 뒤로 넘겼습니다. 저도 짜증이 머리 끝까지 난 상태라, 뭐라 하면 들이받아 버리려구요.
역시나, 제 등받이를 잡고 아예 흔들어댑니다. 등받이 세우라구요.
돌아보고 (화는 났지만 예를 갖추어) 그쪽이 잘못한 것들을 얘기했습니다.
아... 하지만, 그들이 제 말을 전혀 듣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닫는 데는 몇 초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들으라고 '아 ㅆㅂ~ 말 안통하네' 하면서 등받이를 세우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모두였습니다.
그 뒤로 5시간 넘게, 악몽같은 비행을 했습니다.
밤 새도록 떠들고, 자리 흔들어 대고, 승무원들 말 안 듣고...
참다 못해 승무원을 불러 좀 조용히 시켜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10분을 못갔습니다. 그마저도 승무원에게 미안해서 더는 못시키겠더군요.
저와 가족 모두 밤을 꼴딱 새야 했고, 하도 흔들어대서 등받이에 아예 등도 못 붙여봤습니다.
제 등받이는 못 넘기게 막던 인간이 자기 등받이는 잘도 젖히고 쉬는 모습에 이가 자동으로 갈리더군요.
제 팔걸이 쪽으론 뒷쪽 인간의 발이 들어오길래 팔꿈치로 팍 찍어버렸는데, 자는 동안이라 그런지 부끄러워서 그런지 이번에는 조용하더군요.
제가 할 수 있는 소심한 복수는
착륙 완료 후 바로 일어나 몸으로 길을 막는 것 뿐이었습니다.
몸으로 밀고 들어와 새치기를 할 것이 뻔했기에, 앞쪽 승객들이랑 우리 가족 먼저 보내려구요.
역시나 몸으로 미는데, 힘으로 젊은이를 이길 수는 없지요. 뭐가 불만인지 궁시렁궁시렁 합니다.
출장, 파견이 잦아 비행기를 150번 정도 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 민폐 승객은 처음 만나는 관계로 저도 참 황당하더군요.
(관광지행 비행기는 잘 안타서 그런가요 ㅋ)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이런 경우가 있으면, 피해를 입은 사람만 상처를 입어야 할까요.
정작 가해자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데 말이죠.
일 덕분에 남부럽지 않게 해외에 가봤는데,
항상 과도할 정도로 신경 쓰는 건...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려 엄청 노력합니다.
제 첫 해외출장 이후 십수년간,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올라간 건 분명히 체감하지마는
그것이 "긍정적 인상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면 "Yes"라는 대답이 잘 안나오더라구요.
해서 매번 제가 불편함을 무릅쓰고서라도 양보하고, 웃어주고, 배려해주고... 정말 노력합니다.
간혹 아이들과 여행을 가면, 무의식중에 배어있는 우리의 나쁜 습관을 적어도 해외에서는 하지 않도록 가르쳐주기도 하구요.
그런데 정작, 제가 이런 상황을 당하니 원.... ㅎㅎㅎ
마침 이번 여행에서 또다른 잊지못할 사건을 겪었습니다.
짜뚜짝에서 자신들을 몸으로 밀고 새치기해서 앞서가는 여행자들이 있었는데,
새치기 당한 4명의 서양인 청년들이 자기네들끼리 말을 주고 받습디다.
"Korean People is Rude"
머리가 띵하고 가슴이 벌렁거렸습니다.
앞서 간 저 사람이 한국사람인 건 어떻게 알았을까요, 아님 이런 상황이 오면 그냥 한국사람이라고 인식되는 건가요.
그들에게 아니라고, 다 저런 건 아니라고 설명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남들 얘기에 끼어드는 것 역시 실례라 생각되어 황망히 그곳을 벗어났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보니 생각이 바뀌는 군요.
"Korean People is Rude"
라는 말을 들으면...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의 그 민폐 단체 관광객의 모습을 보면...
"Yes"라는 대답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장문 죄송합니다.
일주일이 다 되어 가는데, 그날의 불쾌함은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아, 여기에라도 글을 올려봅니다.
부디, 우리나라 단체 관광객들이 모두 저런 수준은 아니길 바랍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