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학회 본부로 떠나기 직전, 나는 동료 소환사들의 열렬한 배웅을 받았다. 갑작스런 헹가레에 나는 비명을 질렀다. 그들은 돌아가면서 응원의 한 마디를 했다. 그들의 말을 듣는 동안 내 머리속엔 그들과 함께 했던 추억들이 바람처럼 스쳐갔다. 눈물이 핑 돌았다.
마지막으로 우리 팀의 리더인 멘델은 동료 소환사들로부터 종이를 걷어서 봉투에 넣은뒤 내게 주었다. 나는봉투를 받자마자 곧바로 가방에 쑤셔넣었다. 왠지 그들의 편지를 읽었다간 눈물이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런데서 펼쳐 보는 것은 편지를 쓴 사람들에게도 무안한 일일테지만.
나는 쑥쓰러워하며 말했다.
"뭐 이런 걸 준비하고 그래?"
멘델이 봉투가 들어간 내 가방에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말했다.
"그 종이들 구겨지지 않게 조심해. 아주 비싼 거니까."
코끝이 찡해졌지만, 나는 애써 덤덤한 척 말했다.
" 그래 알았어. 생각날때마다 하나씩 읽어볼게. 정말 고마워."
그러자 멘델이 말했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되물었다.
"무슨 소리냐니?."
"...?"
"...?"
잠시 후, 멘델은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 음, 뭔가 착각하고 있나 본데. 그 종이들,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닐걸.."
나는 곧바로 가방을 열어 종이뭉치를 꺼냈다. 그의 말대로 종이는 모두 비어있었다. 다만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좌측 상단에는 동료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는 점이었다.
나는 말했다.
"...아무 것도 안 적혀 있네?"
멘델이 말했다.
"당연하지. 그 종이는 고급 싸인지니까. 자! 그리고 이것이 네가 싸인 받을 영웅들의 리스트야. 우리 이름들도 적혀 있으니까 헷갈리지 말라구.."
나는 리스트를 건네받았다. 그것은 싸인 희망내역이었다. 멘델 - 소나 싸인 / 단포츠 - 잔나 싸인 / 베레드 - 애니 싸인 등등. 나는 허탈하게 웃었다. 멘델도 잘 부탁한다며 따라 웃었다. 뒤에 일렬로 선 동료들도 해맑게 웃었다.
그들의 기대어린 시선이 모인 가운데 나는 한 장에 10골드씩 한다는 고급 종이 뭉치를 단숨에 찢어버렸다. 잠시 후 그들은 악의섞인 헹가레를 해주기 위해 달려들었고 나는 부리나케 도망쳐야 했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오른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다.
그들은 나와 헤어지기 싫었는지 "거기서지 못해!" 라든가 "너도 똑같이 찢어주마!" 라며 고함쳤다. 원수는 고대 골렘 앞에서 만나기 마련이지. 나중에 경기일정이 잡히면 또 보자고 친구들.
나는 속으로 동료들에게 말했다.
'잠시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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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학회 본부는 분주했다.. 곧 있으면 열 명의 소환사와 열 명의 영웅들이 한 자리에 모일 예정이었다. 직원들은 소강당에서 맞이 준비를 하느라 정신 없이 움직였다. 그런 와중에 대의회실 비서로서 일하고 있는 리버틀은 곤란에 빠져 있었다. 그는 어느새 나타난 스웨인의 속박에 걸려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스웨인은 리버틀에게 손을 뻗었다. 스웨인의 팔에는 까마귀가 앉아 있었고 까마귀의 부리는 리버틀의 오른쪽 눈에 닿을듯 말듯했다.
리버틀은 정색하며 말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스웨인 경"
"가만히 있는게 좋아. 앞으로도 아름 다운 세상을 입체적으로 보고 싶다면 말이야."
"왜..., 어째서?"
스웨인은 미동도 하지 않았지만 까마귀는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까마귀의 부리는 리버틀의 왼쪽 눈과 오른쪽 눈 사이를 왕복했다. 리버틀은 입을 다문 채 스웨인을 노려보았다.
스웨인이 말했다.
"더 이상의 반문은 허락하지 않겠어. 카쉬냅은 어디 있지?"
"...그는, 현재 무기한 휴가를 받은 상태입니다.."
"카쉬냅에게 무슨 일이 있었지?"
"모릅니다. 그의 사정을 알만큼 제 권한은 높지 않습니다."
"흐음, 보기보다 겸손하군."
스웨인의 말이 끝남과 직후, 리버틀은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 까마귀의 부리는 그의 왼쪽 눈을 꿰뚫고 있었다. 엄청난 고통에도 리버틀은 쓰러지는 것 조차 허락받지 못했다. 스웨인의 속박은 계속되었다. 리버틀의 발 밑엔 까마귀들이 모이고 있었다.
"고통은 더욱 심해질거야. 그전에 얼른 네놈의 권한이 높아졌으면 좋겠군.."
"으아아악!!! 그, 그는! ...무기한, 휴, 가를! ..."
리버틀은 말을 잇지 못한 채 기절했다. 그와 동시에 리버틀에게 걸려 있던 속박은 풀렸다. 스웨인은 눈쌀을 찌푸리며 그의 뒤편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노인이 있었다. 전쟁학회 대의회 최고위원장, 케룩스 알로니쉬였다.
케룩스가 말했다.
"잘도 저질렀군. 녹서스에 불이익이 가는 것을 원하는가?"
"이미 그쪽에서 먼저 녹서스에 불익을 주었지. 카쉬냅, 그는 이미 우리 사람이나 다름 없었소. 그를 어떻게 한 거요?"
케룩스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전대 최고위원장이었던 헤이완이 발탁된 사연과 같다면 믿어주겠나? 그는 갑자기 사라졌고 우리도 그 때문에 곤란해하고 있네."
"거짓말."
"그럴리가."
잠시 침묵이 흘렀다. 둘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먼저 움직인 것은 스웨인이었고 그는 발길을 돌리며 말했다.
"아주 유능한 소환사를 붙여주는게 좋을거요. 까마귀들은 사람 눈깔을 별미로 생각하고 있으니까."
케룩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스웨인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는 마법을 썼다. 리버틀의 왼쪽 눈에서 생긴 출혈은 금방 멎었다. 그는 간헐적인 신음만을 흘리며 고통을 호소했다. 케룩스는 나직한 목소리로 하인을 불렀다. 저 멀리서 하인 여럿이 급히 달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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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학회 소강당에는 긴 티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각종 다과류와 찻잔이 준비되어 있었다. 의자는 스무 개가 마련되어 있었고, 나는 그 중 오른쪽 구석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나를 포함한 열 명의 소환사들은 마주 앉은 열 명의 영웅들을 말없이 훑어보고 있었다.
그것은 영웅들도 마찬가지였다. 소강당은 적막이 흘렀다. 아무도 다과나 찻잔에 손을 대는 이가 없었다. 무엇이 불만인지 팔짱을 낀채 우리를 노려보는 영웅이 있는가 하면 슬픈 눈으로 쳐다보는 영웅도 있었다. 평소 쾌활하기로 유명한 영웅도 두 손을 깍지 낀채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치 이제 남은 것은 백도어 뿐인 것처럼 말이다.
나는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빌었다. 그때 소강당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왼쪽 가슴에 금장 뱃지를 단 고위 소환사 세 명이었다. 맨 앞에 있는 소환사가 최고위원장, 케룩스 알로니쉬였다. 그는 우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단상 위에 올랐다.
"모두 오래 기다리셨소. 잠시 소란스러운 일이 발생하는 바람에 지체되었소."
그는 영웅들에게 시선을 한번 준 뒤 말을 이었다.
"이 자리에 모인 이유는 여러분들도 잘 알 것이오. 특히 이 곳에 앉아 있는 영웅들은 궁금한 것도 많겠지. 하지만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요. 유능한 소환사, 카쉬냅은 아무 말도 없이 전쟁학회를 떠났소. 때문에 우리는 골머리를 썩고 있고 여러분들 또한 그의 빈자리로 인해 닥친 상황에 직면해 있는 거요. 갑작스럽게 연결이 끊긴 점에 대해 나는 거듭 사과하고 싶소. 하지만 당장 해야할 것은 두달 뒤 있을 경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점이오. 따라서 우리는 장래가 촉망받는 정식 소환사 열 명을 새로 소집하였소. 그들이 바로 이 자리에 있는 소환사들이오. 소환사와 영웅간에는 긴밀한 유대가 있어야 하기에 새로운 연결 의식에 앞서 영웅들의 의견도 존중할 것이오. 우선은 소환사들의 의견부터 공표하겠소. 첫 번째는 스웨인 경이오. 앞으로 나와주시길 바라오."
스웨인은 다리를 절뚝거리며 앞으로 나갔다. 트레이드 마크로 불리우는 까마귀는 그의 어깨 위에 없었다. 그는 뒤를 돌아 우리 소환사들을 샅샅이 쳐다보았다. 나 또한 그와 시선을 마주쳤고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뻔했다. 매서운 그의 눈 빛에 내 심장은 멈출것만 같았다. 쳐다봤을 뿐인데 사이온의 응시를 받고 기절한 티모가 된 느낌이었다. 나는 침을 삼켰다.
"스웨인 경과 함께 리그를 이끌어 가고자 희망하는 소환사들은 다음과 같소. 리데악, 프링글, 그리고...."
케룩스는 가래섞인 헛기침을 한 뒤 말을 이었다.
"마지막으로 어썬 킴. 앞으로 나와 주시게."
나는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애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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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일을 시작하는 바람에, 게임은 물론이고 글 쓰는 시간도 많이 줄어들었네요.
기왕 이렇게 된거 롤은 계속 서버점검해라.
나만 겜 못할 순 없으니까.
모두들 주무시고 계실 시간이네요.
좋은 꿈 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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