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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isa_499655
    작성자 : prettynoun
    추천 : 13
    조회수 : 785
    IP : 182.218.***.120
    댓글 : 9개
    등록시간 : 2014/04/17 03:06:19
    http://todayhumor.com/?sisa_499655 모바일
    나도 냉철하고 객관적인거 좋아하는데
    피해 당사자가 아닌 제 3자는 언제나 냉철하고
    감정에 휩쓸려 보지 못하는 부분을 보아야 하고
    또 다른 문제점들을 미연에 방지하는게
    그래서 욕은 먹더라도 피해자에게서 좀 떨어져서
    또 다른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는 주의자인데
     
    지금은 그런 냉철한 현실인식보다는
    다 같이 보듬고 위로하며 절망하지 않도록
    서로 손을 맞잡아야 하는 상황이란다
     
    너의 그 꼴같잖은 냉철함이 결과론적으로는 맞을 수 있어
    근데 중요한건 너의 그 냉철함에는 냉철함을 동반한
    또 다른 문제해결의 방법이 없다는거지
    구조원들이 감정적으로 동요해서 구조활동을 한다면
    제대로 된 구조활동이 가능하겠니?
    의사가 피해자의 고통에 동화되서 제대로 된 수술을
    시행할 수 있겠니?
     
    냉철하고 침착한 사고라는건
    그 바탕위에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한것이고
    니가 하는 냉철한 사고라는건
    썩은 줄이라도 잡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줄을
    웃으면서 끊어버리는 짓이야
     
    니 말마따나 그 안에 생존자가 없다는
    너의 그 냉철한 현실인식이 맞으면
    너에게 돌아가는건 니가 옳았다는 알량한
    허영심말고 남는게 뭐니?
    다른 사람 가슴에 상처를 주면서
    타인의 희망을 짓밟는 끔찍한 행위를 하는
    너의 그 모습은
    사이버 싸이코패스의 모습밖에 안되는 거란다
    알겠니 <몽환적>아?
    prettynoun의 꼬릿말입니다
    김수영 -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30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앞에 정서(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 14 야전 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을 지고
    머리도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 서 있다 절정(絶頂)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 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씩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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