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신은 수면에 운행하시니라.
하나님이 가라사대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고,
하나님이 빛과 어두움을 나누사 빛을 낮이라 칭하시고 어두움을 밤이라 칭하시니라.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 날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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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릭해서 보면 우리 존재가 얼마나 허망한지 가늠할 수 있을지도. |
천체물리학자들에 의하면, 창세기에 등장하는 우주 기원의 실마리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어보인다-고 한다. "빛이 있으라."하자 빛이 생겨났다는 부분 말이다. 이들 뿐만 아니라 우리들은 모두 '존재'에 의문을 갖고 살아간다. 나는 왜 살고 있는가? 하는 철학적인 자기 물음에서부터, 우주 전체에서 나는 무엇인가? 우주는 왜 존재하는가?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우주가 진짜 우주인가? 하는 음모론적 발상까지.. 이런 질문을 '과학'이라는 영역에서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천체 물리학자들이다. 우리는 이들을 '관찰'(사실)에 근거한 '상상'이라는 룰 아래 우리가 존재하는 우주의 탄생을 설명하고, 이를 통해 우리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려는 사람들의 집단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천체 물리학자들은 우리가 어떻게 이 땅 위에 존재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수 많은 가설들을 제시하고, 관찰했고, 상상하였는데, 오늘은 이들이 예측하는 수 많은 우주 탄생론 중 하나인 빅뱅이론(Big-bang theory)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이들이 합리적이라고 이야기하는 우주 탄생의 실마리들과 '관찰에 근거한 상상력'을 가지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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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들 이야기가 아니다. 얘들 이야기는 나중에.. [가수 빅뱅] |
필자도 늘 궁금했었다. 상식으로 여겨지고, 퀴즈 쇼에서나 나올법한 이론인 빅뱅이론이 왜 우리 우주를 설명하는지. 그리고 과학자들은 왜 우리 우주가 '폭발'로 생겨났다고 주장하는지를. 그러나 그들의 주장보다 세상에 주어진 일들이 급했고, 이것에 대해 검색해보고, 질문하는 것보다 오늘 당장 내려진 숙제를 해야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우위에 있을 수 있다는 압박감 때문에 이에 대한 생각을 쉽게 정리하지 못했었다. 필자에게 빅뱅이론이란 아파트 같은 존재여서, 어디다 이용해먹을 줄만 알았지, 사람들이 왜 아파트에 살아야 하는지 같은 본질적인 물음까지 손을 뻗지는 못했었다.
물론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필자가 천체물리학자가 다 됐다는 말은 아니다. 필자는 물리학자도 아니고, 심지어 물리학을 공부하는 학생도 아니다.
이전에 썼듯이 필자는 물리학을 아주 두려워한다.
그렇지만 필자는 물리를 존경한다. 물리라는 학문은 사실과 현상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려는 인간들의 노력의 총체이며, 세상을 설명하는 가장 간단한 원리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간단하다'고 하는 것이 일반 사람들의 입맛(taste)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물리학에 나오는 수 많은 공식들과 이론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현상을 가장 '간단하게'표시한 것이며, 물리학자들은 가장 간단한 그 공식을 완성하기 위해 일생을 바친다는 것이다. 필자에게 물리학을 좋아하진 않지만 존경한다는 의미는 이런 것이며, 꽤 오랜 기간 동안 이 마음은 변치 않을 것 같다.
이번 포스팅에서 빅뱅이론에 대한 이론을 상세히 다루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필자가 그 정도로 물리학의 조예가 깊지 않기에. 그러나 필자는 이 점을 역이용하여 최대한 쉽게 빅뱅이론을 정리해보려 한다. 그러니 궁금한 점이나 풀리지 않는 의문이 생기는 독자분들께서는 언제든지 코멘트 남겨주시라. 그러면 답변은 물리학과에 재학중인 필자의 친구가 대신 답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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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히 이 빅뱅 이론도 아니다. 이건 드라마. [드라마 빅뱅이론] |
왜 '폭발'인가? 왜 수 많은 이론들 가운데서 폭발 이론(Bang theory)일까? 물론, 물리학자들의 세계에 '그냥'이란 없다. 어느 정도 깊이에 들어가면 사실이나 관측이 주는 확증이 모자라 가설로 떼우는 이론들도 있긴 있지만, 이렇게 대중적으로 등장한 이론(theory)이 처음부터 끝까지 상상력으로만 완성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 번 생각해보자. 왜 천체 물리학자들은 폭발이 우리 우주의 시작이라고 생각했을까? 그들은 무슨 근거를 가지고 우리들의 존재 이유를 폭발 때문이라고 정의하게 됐을까? 생각의 실마리를 좀처럼 찾을 수 없다면, 다음 두 가지 잘 알려진 '
사실'을 확인한 뒤, 다시 한 번 이 질문에 대해 답변해보도록 하자.
첫번째 사실: 폭발
그럼 빅뱅이론 말고. 이번에는 그냥 폭발을 생각해보자. 펑. 꽝. 쾅. 으로 묘사되는 것들 말이다.
이제 폭발이 발생하면, 무엇이 생기는지 생각해보자. 빛, 소리, 잔해물, 피(?) 등등.. 과학자들이 폭발로 우리 우주가 생겨났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들은 앞서 말했던 빛, 소리, 잔해물 등을 관찰한 것일까? 그렇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은 폭발을 직접 보진 않았지만,
폭발로 추정되는 잔해들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이 잔해들이 뭔지 살펴봐야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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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re in the hole! |
천천히 생각해보자. 수류탄이 터지면 왜 사람이 죽을까? 첫째 원인은 파편. 수류탄이 터지면, 화약을 감싸고 있던 철제 용기가 분해되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튀어나가게 된다. 이 속도는 사람의 몸을 뚫어버릴 정도로 강력해서 이 파편에 맞은 사람들은 수류탄에 직접적으로 상해를 입는다.
둘째 원인은 충격파. 침투 영화에서 특수요원들이 문 앞에서 몸을 붙이고 대기한다. 잠시 후 요원 중 한 명이 문을 빼꼼 열고는 수류탄을 넣고 얼른 다시 문을 닫는다. 그리곤 외친다. "Fire in the hole!" 그런데 이때 그들은 문 양 옆에 서 있기 때문에 수류탄의 피해를 입지 않음에도 문을 꼭 닫는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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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충 이런 느낌? |
정답은 충격파 때문이다. 수류탄을 넣은 장소가 밀실이 되면, 폭발로 충격파가 발생하고. 폭발이 일어난 후에도 그 에너지가 벽에 맞고 반사되기 때문에 압력으로 적들의 고막이 터지는 2차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 특수 요원들이 수류탄을 방 안에 넣고 문을 닫는 것은 이때문이다. 무언가가 터질 때 귀랑 눈을 감으라고 훈련소에서 앉았다 누웠다 뺑이(?) 친 것도 이때문이고.
그런데 이게 빅뱅이론이랑 무슨 상관이냐고!! tq
상관있다. 충격파. 수류탄이 터질 때 충격파는 파장의 길이가 아주 짧은 진동이다. 그리고 이 파장의 길이가 짧으면 짧을수록 에너지는 강력해진다.
뭐.. 대충 이런 공식인데, E는 에너지고,
λ 는 파장이다. 한 마디로 폭발(에너지)이 생기면 그곳에는 파장이 생긴다.. 고 해석할 수 있겠다. 만약 우리 손에서 아주 짧은 파장을 발생시킬 수 있으면 그게 에너지파가 된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만약에 우리 우주가 폭발로 생기게 된 것이라면, 어딘가에는 관찰할 수 있는 파장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 파장이 손바닥만한 수류탄도 이렇게 위험한데, 우주를 생성시킬만큼 큰 폭발이었고, 게다가 관찰이 가능하다면, 우린 이미 죽어있어야 하는 것 아니야?(으앙ㅠ 쥬금ㅠ)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다. 다행히 꼭 그렇지만은 않다. 여기 그 이유를 살펴보자.
위 그림은 '도플러효과'라는 것인데, 우리 모두 한 번쯤은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앰뷸런스 소리. 어디선가 앰뷸런스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이 앰뷸런스 소리가 내쪽으로 올 때는 점점 소리가 높아지더니, 나에게서 멀어질 땐 소리가 낮아진다. 이것이 도플러 효과의 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똑같은 진동수를 발생시키는 한 물체가 관찰자에게서 멀어지면, 파장이 점점 커지는 것 같이 관찰되는 현상이다.
이게 우리 우주랑 무슨 상관이냐면, 폭발로 인해 우주는 계속 확장하고 있고, 이 때 충격파(상단 그림의 빨간 점)가 계속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는 상태이면, 우리는 관찰자(상단 그림의 오른쪽)가 되어
우리에게 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긴 파장을 관찰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실제로 이 파장이 관찰되고 있냐고? 그렇다. 계속해서 관찰되고 있다. 그리고 재미있는 사실은 지금 당신의 집에 TV만 있으면, 당신도 이 파장을 관찰할 수 있다. 어떻게?
이거다.
TV에서 방송 안나올때 지직거리는 화면. 이 화면의 90%는 대기중에서 발생하는 필요 없는 전파들이다. 그리고 나머지 10% 정도가 바로...
빅뱅의 잔해로 추정되는 우주 전파다. 진짜.
(과학자들이 그랬어...)
두 번째 사실: 거리
이번에는 풍선 위에 두 점을 찍은 뒤, 풍선을 분다고 상상해 보자. 이때 두 점 사이의 거리는 어떻게 되는가? 멀어진다. 이때 풍선의 주입구에 들어가는 바람을 폭발(BANG!)이라고 하고, 두 점 중 한 점을 우리 은하, 다른 한 점을 우주에 있는 다른 은하라고 대응해보자. 만약 우리가 은하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을 관찰 할 수만 있다면, 우리 우주가 폭발로 생겼다고 가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는 않을까? 마치 터지기 전 수류탄과 터진 후의 수류탄 파편들 사이의 거리처럼.
그리고 천체물리학자들은 우리가 방금 상상했던 풍선 실험처럼 우리 우주가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게다가 그들은 우주가 팽창할 때, 우리가 속한 은하와 다른 은하 사이의 거리도 계속해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사실은 허블(Edwin Powell Hubble, 1889 ~1953)이 발견했다.
위 도표는 허블이 발견한 공식을 정리한 것인데, 허블은 은하들이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 외에도 우리(관찰자)와 멀리 떨어진 은하일수록, 멀어지는 속도가 규칙적으로(비례하여) 증가함을 발견했다. 이것은 방금 우리가 했었던 '풍선의 비유'와도 맞아 떨어진다. 풍선이 점점 커질수록, 우리와 가까이 위치한 점보다 멀리 떨어져 있는 점이 훨씬 더
빨리 멀어지니까.
이 외에도 여러가지 증거들이 있지만, 위의 두 가지가 학계에서 생각하는 빅뱅이론의 가장 큰 근거다. 그리고 이런 '폭발'로 우주가 생겼다고 가정하고 우리 우주를 분석 했을 때, 여러가지 상황들이 합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해졌고. 그렇기 때문에 빅뱅이론은 오늘날까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설명하는 가장 합리적인 이론으로 남아있다.
과학자들은 현재 빅뱅이 일어나고 난 직후(10^-34초? 정확하지 않다.)까지 합리적으로 설명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현재의 과학으론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지배하는 힘인 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의 등장을 합리적으로 설명해내진 못하고 있다. 이것은 단지 빅뱅이 일어난 시점과 과학자들이 설명 가능한 빅뱅 직후의 시점 사이에 생성되었을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추측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이것이 생겨났다고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관측 결과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그러나 분명한것은, 이 빅뱅 이론도 현재 과학자들이 품고 있는 궁금증을 완벽하게 해소해주진 않는다는 것이다. 이론(theory)는 어디까지나 이론일 뿐이다. 이론이 입증되는 순간, 우리는 이 이론을 더 이상 이론이라 부르지 않겠지. 우리는 그것을 진리(truth)라 부를 것이다.
초끈이론, 빅뱅이론, 평행이론, 중력이론, 일반 상대성 이론, 특수 상대성이론 등. 물리학자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한 방에 정리할 수 있는 이론을 만들고자 했었고, 지금도 이를 완성시키기 위해 밤잠을 설치고 있다. 그들의 방식대로, 공식대로 풀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세계를 창조하기 위해서. 그러나 현재 등장한 이론들은 서로가 양립할 수 없는 특정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만약, 어떤 이론이 다른 이론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된다면, 그 이론은 다른 이론을 먹어버릴 것이다. 이론의 세계는 그렇다. 새로운 설명이 기존의 설명보다 더 많은 세계를 설명할 수 있다면, 기존의 설명은 먹혀버린다. 그러나 방금 나열한 위 이론들은 상황에 따라 그 쓰임이 달라진다. 비유하자면, 장기 판 위에서는 장기 말을, 체스 판 위에서는 체스 말을 사용해야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전 세계의 물리학자들은 오늘도 이런 모든 이론을 통합할 수 있는 '통합 이론'을 찾기 위해 새로운 관찰과 실험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그들은 말한다. "인간이 모든 우주의 비밀을 풀어낼 단 하나의 이론을 완성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신과 대화할 준비를 마치게 될 것이다."라고.
우리가 언제쯤 신과 대화할 수 있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물리학자들은 오늘도 끊임없이 신과의 대화를 위해 지루하고, 보이지 않는 싸움을 계속하고, 계속 할 것이다. 끊임없이, 끊임없이..
Imagination is more important than knowledge.
상상력은 지식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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