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많은 온라인게임을 거쳐왔다.
그리고 참 많은 피씨방을 함께 거쳐왔다. 올해 스물일곱. 그 모든 히키코모리적인
흑역사를 접고 새 생활을 시작한지 어언3년, 이제는 게임도 인터넷도 밤을 새가면서까지
할 여력마저 잃어버렸다. 강의들을 때 제외하고 두시간이상 컴퓨터앞에 앉는다는 것 자체가
고역이 되어버렸다.
밤을 새고 뭔가를 붙잡고 있는 것을 열정이라고 느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내가 알고있던
그 열정은 열정이 아니라 단지 현실도피였음이 증명되었다. 이루어놓은 것이 없지 않은가?
좋은 아이템, 높은 레벨, 사람들에게 알려진 인터넷 안에서의 명성.
스스로 그것을 통해 '나'라는 사람이 이런사람이다 라고 증명하기 위해 무던히 애썼던
적도 있었다. 대단하다는 말을 듣는것도 잠시, 나는 그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그저
조롱거리의 한 부분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지금 도발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왜? 그렇게 해서라도 사람들을 '해방'시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초창기에 온라인게임을 접한 사람들과는 달리, 지금의 사람들은 온라인게임이 생활이 되어버렸다.
와우나 리니지같은 메이저급 온라인 게임의 세계에 붙어사는 사람이 한두명이 아니다.
당신의 친구, 가족들이 그렇게들 하고 있다. 적당히, 하루에 두세시간 즐기는 것 쯤은 어디가서라도
'이게 내 취미 중 하나에요' 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직장에 나가는 시간 빼고 잠자는
시간 빼고 오직 거기에만 매달려 있는 사람들.. 심지어는 직장조차 때려친 채 거기에 매달린다.
그것 뿐이면 좋은데, 몇십, 몇백만원씩 게임에 써서 좋은 아이템을 사고는 누군가에게 그것을
자랑하며 으시댄다. 게임안에서야 무슨 말을 못하나? 거래창 하나 띄워놓고 거기에 자기 아이템
올려놓고 '나 이런사람이야' 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사람들을 보면 혐오감마저 든다.
리니지라는 게임이 있다.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칼과 활 따위를 들고 몬스터를 해치우거나
자기 무기나 방어구를 더 좋게 만들어서 같은 플레이어들과 싸우거나 협력해서 몬스터를 잡는
그런 종류의 게임이다. 여기에는 오래전부터 '라인' 이라고 하는 세력들이 있다. 나는 이사람들을
잘 안다. 왜냐하면 내가 소위 그 '라인'이라고 하는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사람들은 항상 아이템을 자랑하고 자기의 컨트롤을 과시한다. 그들이 말하는 의리란 같은편이
죽었을 때 경험치 복구비를 지원해주는 것과, 자기 동료를 죽인 상대방에게 복수를 하러 우루루
몰려가는 것, 채팅창에 절도있게 인사하고 군주케릭터가 모이라고 하면 사열종대로 쫙 모여서
훈계듣고 하는 것들이다.(그마저도 채팅으로 이뤄진다.)
정모를 나가보면 신기하게도 행색이 일관되어있다. 눈밑까지 다크서클이 내려와있거나 옷입는 것
머리스타일쯤은 관심도 없고, 술집에 모여서 게임이야기 빼고는 도통 주제를 찾아볼 수 없다.
어쩌다가, 누군가 사회나 시사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면 다들 입을 다물어버리곤 한다. 말이야
자기가 피씨방 몇개를 운영하고 어디 회사 사장님이고 이야기들을 하지만, 정작 회비를 내는데에는
모두 인색해진다. 게다가 알아가면 알아갈 수록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진 사람은 한사람도 없다.
그런 그들이 의지할 수 있는 곳은 게임속 세상이다. 가상의 케릭터가 축복받은 무기를 들고있지만
그렇다고 자기들 인생에 축복이 내려지는 건 아닌데 왜그렇게들 집착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나는 피씨방 일을 한다. 게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참 오래앉아있다.
네시간 다섯시간까지는 그나마 괜찮다.
열시간 열두시간 그것도 모자라 이틀 삼일 사흘 나흘... 피씨방에 앉아있으면서 그사람들은
종국에는 돈이 없어 백원짜리 커피 하나만 달라고 구걸하면서도 자기 게임케릭터는 항상 멋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생면부지인 나에게까지 자랑한다.
게임을 너무 오래 해서 머리가 이상하게 된 것일까? 이사람들은 사고하는 것 자체도 이상하다.
피씨방 요금이 만원이 나왔는데, 자기가 여기 단골이니 할인해서 받는게 맞지 않냐고 한다. 그것도
아주 당당하게 말이다. 물론 자주 드나들며 돈을 많이 쓰는 손님들을 위한 상품은 있다. 하지만
이런식으로 당당하게, 그것도 화를 내면서까지 이런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백년을 보더라도
해주고 싶지 않은게 사람 마음이다. 단지 어제부터 들어와서 게임하던 사람이 자기가 지금 돈이
없어서 찾으러 갔다오겠다고 하고서 돌아오지 않은 손님을 열명도 넘게 봤다. 나중에 와서 돈을 달라고
하면 자기는 도둑이 아니라고 불같이 화를 내면서 알바들을 되려 기죽게 만들기도 한다.
냄새나고. 더럽다. 발가락에 낀 때를 긁어가며 게임을 한다. 그러나... 눈빛이 진지하다.
게임톡으로 내보내는 그의 목소리는 비장하다 못해 장엄하고 근대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의 현실은,
그의 자리는 56평짜리 피씨방 한구석의 47번 PC일뿐이다. 그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과거의 모습이
누군가에게 그런식으로 비춰졌을 걸 생각하면 그사람들에게 되려 미안해지기까지 한다.
내가 게임에서 고렙을 유지하거나 좋은 장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일반화시킬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만큼 자기 생활을 버려가며 투자를 했으니 그만큼을 이룩해놓지 않았겠는가.
집에 애기 분유값 기저귀값으로 마누라와 싸워댔던 한 손님은 전화를 끊자마자 마누라욕을 시원하게 하며
현금 270만원어치 아이템을 중개사이트로부터 구매했다. 그리고 그것을 또다시 생면부지인 나에게
자랑을 했다. 눈물이 날 정도로 안타까운 현실에 그의 멱살을 잡고 뭐하는 짓이냐고 이야기하고싶었지만
나에게는 그사람에게 어떠한 말도 해줄 권리조차 없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이게 별 일이 아니라고? 진짜로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이걸 그냥 취미라고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는거야?
진짜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그저 가상세계에만 머물러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싶다.
내가 일반화시킨 그 사람들 속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화를 내며 나를 욕할 것이 아니라
로그아웃 버튼을 누르고 인생에 다시 로그인하라고 말이다. 새로 로그인한 인생이라는 세상에서
남들이 정말 우러러 볼 지식이라는 장비와 연륜이라는 레벨을 올리길 간절히 청한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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