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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올렸던 1편의 링크입니다. 오유 시게에서 벌어지는 박정희 논란에 관련하여 박노자 선생님 글이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여 올려봅니다. 이번에 올리는 글이 박정희 경제성장과 관련한 논리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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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그러진 현대성
관립 요정의 수라상이 돌연 아수라장이 돼버리고, 한 수족이 또다른 수족과 원수를 향해서 총부리를 들이댄 지 어언 20여 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박정희'는 여전히 '현대적 한국'의 동의어ㅗ로 남아 있고, 그에 대한 각계의 재조명 욕구도 어떤 의미에서든, 어떤 관점에서든 오히려 계속 늘어나는 것 같다.
- 중략 -
박정희의 몸은 사라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의 유산에 둘러싸여 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이 유산을 더욱더 자주 인식하게 되는 셈이다.
보통 박정희를 변호하려는 사람들은 두 가지 논거를 이용한다. 하나는 '조국 근대화 또는 현대화의 성공'이고 다른 하나는 '체제의 경제적 우월성의 획득'이다.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외화벌이를 위해 베트남 전쟁에서 4~5천 명에 이르는 한국 젊은이가 죽었다 해도, 경부고속도로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 건설장에서 노동자 100여 명이 사고와 과로로 고통을 받아 죽었다 해도, 1년에 근로자 몇백 명이 과로사 한다해도, 일단 우리가 지금 북한보다 배불리 현대적으로 살지 않느냐는 식의 논리다. - 중략 - 다만, 이 논리의 두가지 재미있는 특징을 지적하고 싶다.
하나는, 이 논리가 1970년대 초반 북한 정권이 체제를 변호하던 논리와 너무나 유사하다는 점이다. 천리마 운동 등 고통스러운 대중동원 운동을 통해서 초기 공업화와 강군 건설에 성공했다고 생각한 김일성은, 고통을 대가로 '남쪽의 파쇼 괴뢰도당'을 앞질러 조국의 현대화를 이루었다고 번번히 자부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마치 전근대 사상가들이 그들의 유토피아인 요순시대를 지선무구한 것으로 생각했듯이, '현대, 현대화'를 모든 고통과 희생을 합리화할 만한 절대선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바로 '현대'의 합리성과 가치 중립주의, 철저한 기술관료 정신이 유태인 대학살과 같은 대량 범죄의 토양을 제공했다고 주장하는 지그문트 바우만 류의 냉정한 '현대 해체주의'는 남한 지성계 일부의 주목을 끌기는 했지만, 전근대에서 근, 현대로의 이행을 아직까지 -국사교과서의 내용대로- 개화, 즉 개물화인으로 대충 긍정하거나 적어도 필연시하는 대다수 국민 사이에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그러나 절대선으로 인식하는 '조국 현대화'의 이름으로 박정희에게 면죄부 뿐만 아니라 기념관이라는 형태의 '포상'까지 주려는 사람들은 두 가지 측면에서 너무나 단순한 이분법에 걸려든다.
하나는, 박정희 자신의 민족적인(?) 궤변 탓인지는 모르지만, 한민족의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 직접적으로는 일제의 동아시아형 총동원 사회 모델, 간접적으로는 독일과 소련식의 유럽적 전체주의와 연결된 - 그의 이데올로기와 모델의 '계보'를 무시하는 오류다.
- 중략 -
그리고 또 하나는 전근대와 근, 현대라는 이분법의 함정에 빠져 박정희의 근, 현대화 모델이 얼마나 많은 전근대적인 요소를 유기적으로 내포하는지, 또 전근대적인 요소와의 상호 작용이나 전근대적 요소의 재해석과 의미 재부여, 재확인에 얼마나 의존하는지 망각하는 오류다. 몇 년 전만 해도 북한에서 '충성의 편지'를 들고 달리는 모습은 전근대적인 것으로 쉽게 진단하곤 했으나, 이와 별로 다르지 않은 남한의 '충성 서약서' 문화에 대한 비판적인 자각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출처 : 박노자 저, 한겨레 출판, <당신들의 대한민국> 1권 pp.37~40. 요약 발췌 무명논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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