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로봇청소기·자동셋업 홈시어터·말로 찍는 카메라등 쏟아져
집안 청소 같은 허드렛일을 귀찮아 하는 사람, 이른바 ‘귀차니스트’들이 가전시장의 새 소비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각종 자동인식시스템을 내장해 사용의 편리성을 크게 강화한 제품이나 소비자의 동선을 줄여주는 제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귀차니스트란 ‘귀찮다+ist’의 합성어로, 귀찮은 것을 지독하게 싫어하고 혼자 생활하는 데 익숙한 이들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귀차니스트 가전제품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로봇청소기이다. 전원을 켜기만 하면 센서가 사물을 감지해 스스로 장애물을 피해다니며 청소하는 제품이다. 자동 충전 기능까지 갖춰 청소 도중 전원이 부족하면 스스로 충전기 쪽으로 이동해 충전을 마친 뒤 다시 청소를 시작한다. 일렉트로룩스코리아, 엘지전자, 삼성전자가 이미 제품을 출시했으며 벤처기업인 우리기술이 조만간 로봇청소기를 출시할 예정이다.
과거 싱크대 위에 붙박이(빌트인) 형태로 설치되었던 반찬냉장고도 최근 식탁으로 내려왔다. 이에 따라 밥 먹은 바로 그 자리에서 몸을 움직이지 않고서도 반찬그릇을 보관할 수 있게 됐다. 2001년부터 반찬냉장고를 시판하고 있는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최근 식탁 위에 올려놓거나(스탠드형), 식탁 위 벽에 걸 수 있는(벽걸이형) 반찬냉장고를 내놓으면서 판매량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것조차 귀찮아 하는 사람들을 위한 디지털카메라도 나왔다.
니콘 카메라를 수입 판매하는 아남옵틱스가 최근 출시한 320만 화소급 초소형(140g) 디지털 카메라 ‘니콘 쿨픽스 시리즈 E3700’ 제품은 소리촬영 기능을 내장해 셔터를 누르지 않고도 말만 하면 사진이 찍힌다. 이 기능은 편리함 외에도 셔터를 누르는 순간 카메라가 흔들리는 초보자에게는 매우 유용한 기능이기도 하다. 물론 셔터를 눌러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최근 린나이코리아가 출시한 ‘스마트 가스레인지’는 ‘자동 밥짓기’ ‘튀김기름 과열방지’ 등 자동요리 모드를 설정하면 제품 스스로 알아서 목적을 달성한 뒤 꺼진다.
‘오토매틱 셋업’ 기능을 내장한 제이브이시코리아의 홈시어터는, 영화나 음악을 감상하기 직전 자리에 앉아 손뼉만 한번 쳐주면 스피커와 관람석과의 거리, 관람 환경 등을 자동으로 계산해 가장 적합한 사운드 환경을 만들어 준다.
제품마다 일일이 달려 있는 리모컨을 하나로 통한한 통합형 리모컨도 귀차니스트들에겐 안성맞춤이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통합 멀티 리모컨은 텔레비전, 브이시아르, 디브이디, 에어컨, 셋톱박스 등 17개의 전자제품 리모컨을 하나로 통합했으며, 소니코리아의 통합 리모컨은 18개의 자사 및 타사 제품 제어가 가능하다.
박갑정 일렉트로룩스코리아 사장은 “지난해 가전업계가 웰빙족을 겨냥해 공기청정기 등 친건강 제품 마케팅을 강화한 데 이어 올해에는 귀차니스트들을 겨냥한 제품을 앞다퉈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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