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 작품을 2008년 극장에서 처음 봤던 기억입니다.
그리고선 기억하게 됐죠. 하정우란 배우를요.
(물론 이미 ‘히트’란 드라마로 하정우란 사람이 존재한다는 정보만은 알고 있었지만요^^)
그리고서는 용서받지 못한 자를 시작으로 그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보기시작했죠
물론 그 해 전반기에 추격자라는 작품으로 충무로가 가장 기대하는 배우가 되었지만요.
2008년은 하정우에게도 특별한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추격자-멋진하루-비스티보이즈를 개봉하면서 충무로에서도 인정받는 탑배우가 되었으니 말이죠.
우선 멋진 하루란 작품은 이윤기감독의 연출과 하정우 전도연 주연의 작품입니다.
정말 이 작품은 꼭 추천하기도 하는 영화랍니다.
초겨울, 딱 어울린다고 생각드는 영화죠.
간단한 줄거리라면...
헤어진 옜 연인에게 꿔준 돈 350만원을 받으려는 여자 휘수.
돈 한푼 없으면서 빌린 350만원을 당장 갚아 주겠다는 남자 병운.
그들의 불편하 하루동안의 이야기죠.
그럼 제가 본 멋진 하루에대한 감상평입니다.
하정우의 연기는 이제 모두가 아는 이야기지만
멋진 하루속 하정우는 ‘날 것’입니다.
어디깢가 캐릭터이고 어디까지가 배우인지 알수조차 없는 연기를 하며 도무지 볼 것 같지 않은이야기를 2시간 내내 끌어가는 힘.
저 배우는 누구인가하며 관객들은 전도연처럼 팔짱을 끼고 하정우를 바라보게 되죠.
하정우가 있어 만들어질 수 있었던 병운의 캐릭터는 우리가 아는 선배,친구 혹으 누군가에서 출발해 병운이 됩니다.
어둡고 음침한 실내경마장을 뒤지는 희수의 롱테이크씬으로 영화는 시작합니다.
“하루”동안 빛은 왼쪽에서 오른쪽에서 “흘러”갑니다.
1년만에 떼인 돈을 받기위해 병운을 찾아가는 희수는 무려 전도연입니다.
30을 훌쩍 넘긴 나이에 옛 애인을 찾아 350만원을 받아내려는 고집과 구겨진 자존심은
짙은 아이라인 사이로 감춥니다.
얇은 하이톤의 목소리지만 어눌린듯 강한 어조로 딱딱 끊어 말하는 희수.
전도연은 희수를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게 합니다.
“돈 갚아. 니가 써준 차용증도 갖고 왔으닌까, 딴소리하면 가만 안둘거야”
초겨울 칼바람처럼 냉랭한 희수지마 어딘가 궁굼해집니다.
어쩐 일인지 결혼을 한다고 회사를 그만둔 그녀는 솔로로보이고 눈에는 독기가 가득합니다.
아이라인 만큼이나 자존심을 지키기위해 차를 끌고나온 그녀가 자동차에서 내릴때마다 네비게이션을 감추는것도 그렇습니다.
지하철보다 기름값을 택하는 자존심과사소한 정에 이끌리지않을고 시종 양다문 입술 사이로 섬세하고 맘 약한 희수의 감정을 연기하는 전도연은, 영화의 긴장감과 기대감을 이끌어내려는 여주인공을 완벽하게 소화합니다.
하루조일 병운을 따라 350만원을 받으러 다니게된 희수.
그녀의 시나리오대로는 아니지만 병운의 능청스러운 자신감과 얼렁뚱땅 넘어가는 듯 하면서도 폐부를 찌르는 한마디 한마디에 어찌어찌 결국 돈을 받으러 종일 함께 다니게 됩니다.
왜 하필 만원일까요?
300만원이라하기엔 너무 쿨하게 딱 떨어지고 400만원은 왠지 액수가 많은 느낌.
하루안에 여기저기에서 빌리면 합쳐질만한 액수 350만원.
이런 계산도 디테일이 넘칩니다.
병운에게 화를 버럭버럭 내면서도 공짜 메모지를 받아 주머니에 구겨넣는 희수도 그렇습니다.
빛의 촉감이 느껴집니다.
병수는 희수가 좋아하고 늘 들려줬던 ‘Astrud Giberto’를 기억해낼 만큼 센스있고 똑똑하진 못하지만 그녀가 ‘좋아했었다’나느걸 기억해주고 궁굼해하는 정도의 섬세함이 있습니다. 그는 하나도 변하지않았습니다.
능청스럽게 상대가 어떤 모습이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한데 어울리고 웃고 이야기하며 돈에 대해서도 딱‘Astrud Giberto’만큼입니다.
돈을 덜 주거나 떼어먹으려 할까봐 마음 조렸던 희수에게 몇푼씩 돈이 들어오고 그녀에게도 병운을 지켜보며 돌아볼 여유가 조금 씩 생기죠.
너무나 리얼한 병운의 일상과 사람들을 마주하며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병운의 근황을 자연스레 알게되는 희수는 조급하게 돈을 받아내려던게 슬그머니 머쓱해지며 변죽 좋게 누구든 잘 맞춰주며 최선을 다하는 병운을 관찰합니다.
이건 관객의 시점과 비슷할듯 합니다.
초반에는 딱딱하고 똑 떨어지는 희수를 잡던 카메라가 조금씩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병운의 사소한 행동들을 보여줍니다.
마치 처음 병운을 보는 것처럼 말이죠.
병운은 ‘북극에서도 에어컨을 팔 놈이다.’
밉지만 미워할 수 없고, 경마장에 잃어버린 꿈을 찾아가는 남자.
이 말도 안되는 남자의 이야기가 처음엔 지지리 궁색맞은 변명으로 들리다가 점점 따뜻하고 귀여워집니다.
이런 와중에 초라한 자신의 현재와 정을 나누던 과거가 병운의 얼굴에서 함께 비추는것이 안쓰럽고 미안해지는 희수는...
어느 시점부터 돈을 받는 목적이 흐려집니다
병운의 사촌형은 우리가 추석과 설을 반갑게 맞이할 수 없는 이유들을 그대로 갖춘 인물로 희수와 사람들 앞에서 그날의 메뉴를 이야기하듯 병운의 아픈 과거를 흔듭니다.
그래도 웃습니다.
한번도 아프지 않았던 것처럼 변죽좋게 웃어 넘기는 병운을 데리고 나오는 쪽은 희수입니다.
“넌 자존심도 안 상하니? 화도 안나?”
희수가 죽도로 지키려고 하는게 그 자존심인데..
희수는 자신이 버렸던 많은 것을 떠올립니다.
결혼하려다 헤어진 남친과 지금 눈앞에 있는 병운도.. 모두 그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버린 것들입니다.
이 다음 희수의 행동이 흥미롭습니다.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차를 교문앞에 세워두고 네비게이션도 넣어두지 않습니다.
“귀찮아”
병운의 옆에 있으면서 자신이 연연하던 것들이 무슨 의미였는지.. 모두 사소하게 느껴집니다.
조급하게 종종거리면서 살던 희수 자신의 모습을 뒤돌아보게 하는것이죠.
“너 괜찮아? 많이 힘들지..”
병운이 꾸에서 만난 효도르가 해준 이야기는 희수에게 필요했던 절실한 한마디를 대신합니다.
저녁 노을이 지는 차창밖을 보면서 희수는 많은 말들을 삼켰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힘들기 때문에 또다른 누군가를 힘들게하는 이 순간은 어떤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유쾌하지 못합니다.
당당했던 자신이 자꾸만 고개를 숙이게 되죠.
중경삼림의 왕가위가 울고 갈 도시적인 영상
짜증나고 구질구질한 견인차보관소가 이렇게 “따듯”합니다.
견인됐던 차가 어찌된 일인지 와이퍼가 부러져있습니다.
희수의 지난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이야기속 남자는 병운과 많이 닮아있습니다.
여기까지 찾아오게된 초라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와이퍼를 고치고 안되자 병운에게 말합니다.
“근데 이거, 왜 이렇게 이지경이 된가야 이거!”
왜 이렇게 된지도 모르고 오늘을 살고 내일을 또 살아가야 합니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왜 이렇게 되고만건지..
병운도 희수도 우리도 모릅니다.
“만나서 돈 없다 그러면 실컷 욕이나 해줄려고 그랬는데...”
병운이 돈을 값으러 돈을 꾸러 다니던 여정 속에서 처음엔 그저 돈이었고, 그 다음엔 병운의 사정이 보였고 그 다음엔 자신의 지금 모습이 보이고 이제는 또다른 여자의 삶이 보이게 된 희수죠.
계속해서 저 높이에서 차를 따라가는 앵글은 그간의 로드무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뭔가 새로운 느낌을 만들어냅니다.
멋진 곳을 찾아내는 능력이 아닌, 같은 곳이라도을 따스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더 중요한 듯..
이윤기 감독이 대단히 만족했다는 병운의 마지막 표정
350만원보다 마음의 빈잔이 차는 시간이 더 빨랐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추억과 만남이
미움보다 믿음이 있어...
< 멋진 하루>“멋진 하루”로 규정하는 희수의 미소
비록 오늘의 나는 찌질해도,마음 안에 무엇을 담고 살아야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
돈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마무리되는 연출에 쌀쌀한 늦가을, 마음이 훈훈해지는 영화입니다.
외롭고 마음이 춥나요? 그럼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또 소소한 영화를 보고 마음이 따뜻해지고싶나요?
가공되지 않은 하정우가 궁굼하진 않습니까? 그럼 이 영화를 보세요 ㅎㅎ
제가 뽑는 하정우 최고의 연기는 멋진 하루의 병운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