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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drama_4964
    작성자 : 신빵
    추천 : 13
    조회수 : 907
    IP : 124.198.***.127
    댓글 : 9개
    등록시간 : 2013/12/09 19:26:49
    http://todayhumor.com/?drama_4964 모바일
    (응사) 이제 6회 남았네요
    15회까지 보면 칠봉이는 거의 밉상으로 변질되고 있어요 (저 나레기팬이지만 안타까워요).  서로 좋아서 사귀고 있는데 쓰레기한테 언젠가는 다시 공을 찾으러 오겠다니요 . 이건 마치 언젠가는 내가 나정이를 차지하겠다, 뭐 그런 선전포고같이 들려서는, 전 속으로 "칠봉아 그만해 !"라고 외치고 싶었답니다.  '아이고 이 자슥아, 그러면 여자들이 더 싫어해!'하고 등을 토닥여주고도 싶었구요.  그런데 이제 20대 초반 칠봉이입니다.  부모님의 이혼과 재혼으로 외로웠고, 사춘기도 야구로 누르면서 우직하게 한 길을 팠던 아이에요.  그런 아이가 이미 생겨버린 마음을 주워담기가 쉽겠나요.  칠봉이가 주변에 친구가 많아서 털어놓고, 술로 풀고, 말로 풀고 하는 캐릭터도 아니고요.  정말 혼자 끙끙 앓고만 있다가, 심지어 이제 타국에 혼자 덜렁 떨어져서 야구라는 힘든 길을 계속 가야하는 외로운 상황에 놓인 소년이 칠봉이 같아요.  상대가 나정이가 아니었다면 쓰레기 선배에게 고민을 터놓고 조언도 구하고 위로도 얻을 수 있었을텐데 그럴 상황도 못되고요.  칠봉이는 혼자 견디고 혼자 해결해내는 아이였죠.  야구처럼요.  이제껏 칠봉이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던 야구는, 칠봉이가 열심히, 정말 죽자고 혼자서 열심히 했더니 좋은 결과물이 있었습니다. 실력은 일취월장하였고 남들보다 못했던 칠봉이는 일급 투수로 거듭날 수 있었죠.

    이렇게 외롭고 외곬수이고 우직하리만치 한 우물을 치열하게 팠던 칠봉이가 아직 모르는 것은, 하지만 이 드라마가 인물 하나하나에 애정을 가지고 그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담는 점을 고려해 볼때, 인간 관계는 운동이 아니라는 점이겠죠.  일본으로 떠나기 전 나정이앞에서 자기가 너무 착하기만 해서 나정이를 얻지 못했다고 말하는 칠봉은, 마치 자신이 조금더 저돌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정이에게 대시를 하였다면 나정이가 자기를 좋아하게 되었을 거라는 잘못된 짐작을 하고 있는 듯 하지 않나요.  칠봉이는 앞으로 인간 관계는,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시합이나 운동 경기와는 다른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 같고요.  제작직이 그런 칠봉이의 변화를 일상적이지만 드라마틱하게 그려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2013년을 보면 94년의 멤버들이 한 자리에 편하게 모여있죠.  칠봉이는 짝사랑인 나정이는 얻지 못했더라도, 이제는 혼자 외로워도 되지 않게 그 많은 친구를 얻은 점도 전 참 흐믓하네요.

    제가 칠봉이의 성장과 변화의 가능성에 대해서 이렇게 쓴 것은 아마도 나정이의 남편은 쓰레기일 것이라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네요.

    이제까지 복선이다, 암시다, 라고 여러가지 물건들이나 등장 인물들의 말들이 언급되고 토론(!)되긴 했지만, 해석에 이견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복선/암시들이 한 우물을 파고 있진 않다는 것에 대한 증명이죠.  시청자의 입장에서 귀걸이도 되고 코걸이도 될 수 있는 암시들을 마음 놓고 즐기는 것은 이 드라마가 마구 쓰여지고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라는 점에 대한 믿음도 있을 것 같네요.  우리는 제작진들이 우리를 일부러 낚으려고 이리 저리 미끼 거리를 던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즉 일부러 헷갈릴 수 있는 설정들을 던지고 있음을 알면서도, 응사를 시청하면서 한 장면 한 마디의 대사에 집중하고, 드라마가 끝난 후엔 이걸까 저걸까 궁금해도 해보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도 해보면서 이 과정을 즐기고 있는 거니까요.

    제가 15회까지 보고 절대로 칠봉이일 순 없다고 생각한 것은, 이 드라마가 등장 인물들의 감정선에 많은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 기반합니다.
    15회의 2013년을 보면 나정이는 칠봉이를 "쭌!"이라 친근하게 호칭하고, 칠봉이는 쓰레기를 "형님"이라고 호칭하죠. 앉아 있는 위치를 보면 칠봉이와 쓰레기가 나란히 붙어서 앉아 있구요.

    짝사랑은 세월이 지나면 감정이 정리 될 수 있죠. 내 의지와 상관 없이 생긴 감정이 또 그냥 자연스럽게 사라질수도 있고, 혹은 다른 사람이 매개체가 되기도 하구요 (사랑이 사랑으로 잊혀지는 모양새랄까요).  그렇게 감정이 변화되면 짝사랑이었던 대상도 아픔이나 미련없이 볼 수 있게 되고, 또 상황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면 친구로도 대할 수 있게 되겠죠.  짝사랑의 대상이었던 사람역시 이 쪽이 감정이 정리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편하게 대할 수 있게 되구요.  한 자리에서 같이 편하게 커피도 한 잔할 수 있는 사이가 되는 것이죠.

    그렇지만 같이 한 사랑은 다릅니다. 같이 한 사랑이 깨지면, 사랑했던 감정이 세월 따라 퇴색한다고 해도, 혹은 그 감정을 잊는다고 해도 아무렇지도 않을 수가 없는 이유가 함께 한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 사랑했는데 상황에 의해 깨졌다면 그 사랑이라는 감정이 아주 오랜 시간동안 지속되어, 심지어 다른 사람을 만나 새로운 만남을 가진다고 해도 그리움과 미련은 평생을 갈 수도 있는 일이지요.  한 쪽의 감정이 식어서 깨졌다고 하더라도, 함께 사랑했던 세월동안 나누었던 경험, 기억들은 상대가 나를 얼마나 어떻게 사랑했는가에 대한 기억들과 함께, 내 감정이 정리된 후에도, 오래된 치통처럼 불현듯 추억으로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같이 걸었던 거리, 같이 먹었던 음식, 같이 앉아 있었던 놀이터의 벤치...이런 소소한 기억들로부터 그 사람이 나에게 얼마나 다정했는지에 대한 기억과 그 다정함이 어떻게 차가움으로 변해서 나를 아프게 했는지에 대한 기억까지요.

    매일 매일을 그런 기억을 가지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기억의 매개체가 있는 경우 쉽고 빠르게 담담할 수 없는 것이 함께 사랑했던 기억일 것입니다.  장소나 물건보다 가장 큰 기억의 매개체는 무엇보다도 한 때 나와 함께 그리 사랑하던 사이였으나 이제는 멀어진 대상이겠지요.  만약 나정이와 쓰레기가 그리 좋아하다가 헤어졌다면 (그래서 나정의 남편이 칠봉이라면), 2013년 그 시간 그 자리에서 그렇게 함께 아무렇지도 않게 있을 수가 없을 듯 싶습니다.  등장 인물의 표정하나, 몸짓 하나에 감정을 싣고 스토리를 실어가는 이 드라마의 성격상 (예를 들어 성동일 코치의 동향 친구의 죽음 에피소드, 그리고 단연코 돋보이는 쓰레기의 미묘한 표정 연기), 1997년 시쳇말로 서로 "죽고 못살았던" 나정과 쓰레기의 모습을 2013년, 한 장소에서, 그들이 사랑했던 이야기를 아는 사람들과 어울려져 저리 담담하게 그리진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칠봉이와는 다르죠.  제작진들이 또 어떤 일상적이나 드라마틱한 계기로 인해서 칠봉이와 쓰레기와의 갈등만 해소시킨다면, 짝사랑이 끝난 칠봉이가 그자리에서 친구로서 자연스럽게 어울린다는 것은 어색하지 않거든요.  그 갈등을 어떤 식으로 해소시킬지도 기대해 볼랍니다.

    그래서 나정이의 사랑이 이뤄진다는 가정하에, 쓰레기가 어디론가 다른 고장으로 가게 되는 설정에 위기가 기회라는 표현이 생각나네요.  원래 원거리 연애는 쉽지 않죠.  얼굴 보고 말하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것들이 전화선을 타면 오해를 낳고.  만나서 미소를 지으며 손 한 번 잡으면 해결될 서로에 대한 그리움이 만나지 못하는 외로움으로만 쌓이게 되구요.  게다가 쓰레기와 나정이처럼 이성에게 인기가 있을 듯한 인물들이라면 주변의 유혹도 있겠네요.  지금은 연애 초기,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좋고, 매일 매일 봐도 갈증이 나는 달달하기만 한 나정이와 쓰레기가 그런 어려움을 겪은 후에 더 단단해지고 인정받는 커플로 거듭나기 위한 위기겸 좋은 기회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나정이에게 허리 디스크가 있는 점도 언젠가는 위기로 떠오를 수 있는 복선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일단 허리 디스크는 항상 관리를 해주어야 합니다.  이것도 병이라면 병인지라, 앓고 있는 사람은 환자인데, 디스크가 도졌을 때 환자가 매우 힘들어하구요 (이 부분은 이미 나왔죠. 나정이가 많이 아파하는 부분).  여성의 경우 임신과 출산을 고려하면 아무래도 힘이 들 수 있겠구요.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허리에 더 무리를 가져오니 치료와 관리에 조금더 신경을 써야한다고 알고 있거든요.  그냥 저 혼자 나정이의 디스크를 쓰레기와 사랑을 더욱 더 굳건히 하는 계기로 사용하지 않으려나, 하고 있네요.

    사족으로, 2013년 에피소드를 보면 이제 40대를 바라보고 있는 94학번들인데, 두 커플 (나정이 커플과 포블리 커플) 말고는 다들 혼자네요.  보통 친한 친구집의 집들이는 부부/애인 동반인 경우가 많는데...어찌된 일인 것입니까, 제작진 여러분!

    그냥 접으려다, 저도 암시하나 건드리고 갈래요 (도저히 암시의 유혹을 뿌리칠수가...)  서태지의 은퇴는 예감하지만 컴백은 언급하지 않았던 어쩐지 신용이 안가는 사촌동생 김슬기양의 등장이에요.  쓰레기가 다른 고장으로 가게 되어 멀어지게 되지만 다시 돌아온다는 얘기라고 해석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왜 오유에만 들어오면 이렇게 수다를 떨게 되는 것인지! 이 아지매 이제 현미 불리러 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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