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교의 '얼떨결 쿠데타'에 20년 민주화 와르르
[World View] 고개 떨군 아프리카 말리의 '모래탑 민주주의'
3월22일 아침 아프리카 북서부 말리에 사는 마마두 사노고는 평소와 다름 없이 눈을 뜨자마자 TV를 켰다. 아내와 슬하에 6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그는 평범한 가장으로, 하나 내세울 게 있다면 아들 중 한 명이 육군 대위라는 점이다.
가족을 깨울까 봐 TV의 볼륨을 줄이던 그는 TV 화면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뉴스를 전달해야 할
앵커 대신 한 무리의 군인들이
카메라 앞에 서서 정권
전복을 선언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노고는 총을 든 군인들 중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고는
침대로 달려가 아내를 깨우며 소리쳤다. "이리 와서 저 멍청한 놈이 뭘 하는지 좀 보라고!"
얼떨결에 일어난 쿠데타, 20년 민주주의 무너져 이날 군인들은 수도 바마코의 대통령궁과 국영 방송사를 점령했다. 지난 10년 간 말리를 이끈 아마두 투마니 투레 대통령은 퇴진 한 달을 앞두고 쫓겨났고 쿠데타를 이끈 아마두 하야 사노고(39) 대위가 실권을 잡았다. 놀란 것은 TV를 보던 사노고
부부뿐이 아니다. 말리 국민은 20년 간 공들여 쌓은 민주주의가 한 순간에 허물어지는 것을 보며 충격에 빠졌다. 그러나 누구보다 놀란 것은 쿠데타의 주역인 사노고 대위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가을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교학교에 들어가는 게 꿈이던 사노고는
영어 때문에 수 차례 낙방하자 미국 연수를 결심한다. 1998년 조지아주 포트 베닝에서 보병훈련 과정을 마친 그는 2001~2011년 미국에서 총 여섯 차례의 최고급
교육 과정을 이수했다.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게 된 사노고는 오랜 숙원이던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가 영어 교관을 맡게 됐다. 부하들은 영어도 잘 하고 해외파 특유의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그를 존경하고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지난해 가을 육군사관학교에서 신입생 5명이 고참들의 가혹행위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노고는 파면된 교관들 사이에 끼어 카티 부대로 전출됐다. 아무런 직책도 없이 방치된 사노고는 다른 사병들과 함께 정부를 성토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마침 북부 반군과 교전 중이던 군인들이 신발과 무기도 지급받지 못한 채 싸우다가 중대 전체가 몰살 당하는 사건이 발생, 고위층에 대한 불만이 최고조에 달하던 때였다.
말리의 운명이 바뀌기 하루 전날인 21일 오후 1시 사노고가 근무하는 카티 부대에 국방장관인 사디오 가사마 장군이 방문했다. 그는 사병들의 불만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듯 군기를 잡기 시작했다. "이런 못 배운 놈들 같으니, 내가 한 수 가르쳐주겠다" 장군의 거친 언행에 분노한 군인들이 항의할 기세를 보이자 장군 호위병 중 한 명이 뒤로 물러나라는 의미로 공중에 총을 발사했다. 이 한 발은 그대로 말리 쿠데타의 신호탄이 됐다.
총소리에 거칠어진 사병들은 군을 이탈해 장관의 차에 돌을 던지고 무기고를 털었다. 이미 장교직을 박탈 당해 더 잃을 것이 없는 사노고도 동참했다. 탈영병들은 그날 오후 카티 부대에서 10여㎞ 떨어진 대통령궁을 향해 행진했다. 처음 계획은 단순히 대통령에게 항의하는 것이었으나 막상 대통령궁에 당도하고 보니 이미 투레 대통령은 꽁무니를 뺀 뒤였다. 얼떨결에 대통령실을 장악한 100여명의 군인은 사건 확대를 막기 위해 국영 방송국으로 향했다. 방송사 직원들을 강제로 귀가시키고 방송을 중단하는 2시간 동안 진압이나 교섭을 시도하려는 정부측 인사는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제야 군인들은 자신들이 나아갈
방향을 쿠데타로 결정했다. 가장 최근까지 장교직을 맡았던 사노고가 반란군 수장으로 추대됐다.
소식을 들은 사노고의 가족은 처음엔 그가 반란을 주도했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사노고의 모친은 TV 속 아들이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고 부인하다가 나중에 사실을 알고 기절했다.
명분 없는 반란, 아프리카 민주주의 취약성 상징 대통령 선거를 불과 6주 앞두고 일어난 말리 쿠데타는 아프리카 민주주의의 기반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면적이 프랑스의 2배가 넘는 말리는 20년 전통의 민주국가지만 지도층의 부패와
빈곤, 소수민족의 반란 때문에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그건 허울에 불과하다"
정권 교체 이후 군부를 지지하게 됐다는 수마라 칼라포는 "말리에는 이런 쿠데타가 필요했다"며 "이전 민주정부는 일부 이익집단을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뿌리 없는 민주주의는 일개 장교와 소수의 군인이 홧김에 일으킨 쿠데타에 맥없이 무너졌다. 미국은 지난 10년 간 개발 및 군사력 양성 명목으로 말리에 10억달러 이상을 쏟아 부었지만 결과적으로 쿠데타 세력만 키운 꼴이 됐다.
명분 없이 시작된 군사 정권은 예상대로 극심한 혼란을 야기했다. 과도정부 대통령으로 선임된 디오쿤다 트라오레는 반대자들에게 두들겨 맞고 해외에서 치료 중이며, 권력 이양을 약속했던 사노고 대위는 전직 국가수반에 준하는 대우를 보장 받고 정권에 간섭하고 있다. 이 틈을 타 국토 절반 이상을 손에 넣은 투아레그 반군은 알카에다 연계조직 안 사르딘과 손 잡았다. 안 사르딘은 지난달 말부터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팀북투의 이슬람 성인 묘역을 이슬람 정신에 어긋난다며 때려 부수기 시작했다.
미국의 국제관계학 및 전술센터의 아프리카 국장 제니퍼 쿠크는 "말리 사태는 70년대 아프리카에서 일어났던 쿠데타를 다시 보는 느낌"이라며 "이런 식의 서투른 쿠데타는 점점 사라지는 추세라 이번 사태가 더욱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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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요약: 그냥 군인 100명이 대통령궁으로 그냥 단지 항의하러 갔는데 대통령이 죽이러 온줄알고 도망쳐버림. 그러다 얼떨결에 쿠데탓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