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지구에는 수많은 종류의 생물이 존재한다.
인간, 강아지, 고양이, 독수리, 거북이, 개구리, 붕어, 오징어, 해파리, 말미잘, 소나무, 클로렐라, 다형콩꼬투리버섯, 아메바, 유글레나, 대장균, ...
얼핏 보면 이들간의 공통점은 존재하지 않는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히 이들을 '생물'이라 부르며 무생물과 구분하고 있다.
이 '생물'을 무생물과 구분짓게 하는 특징, 즉 생명은 무엇일까?
사전에서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생물]
생명을 가지고 스스로 생활 현상을 유지하여 나가는 물체. 영양ㆍ운동ㆍ생장ㆍ증식을 하며, 동물ㆍ식물ㆍ미생물로 나뉜다.
<국립국어원>
[생물]
생물은 자기증식능력, 에너지변환능력, 항상성 유지능력이라고 하는 3가지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위키백과>
[생명]
생명(生命) 또는 삶은 생물이 태어나서 죽기 전까지의 과정 및 상태를 말하나 학술적으로 생과 사의 경계는 확실치 않아 계속 논쟁중이다. 생명이란 자체 신호를 가지고 스스로를 유지할 수 있는 물체를, 그러한 기능이 종료되었거나 (죽음) 또는 그러한 기능이 없어 비활성체로 분류되었거나를 막론하고 그렇지 않은 것과를 구별짓는 특성이다.
<위키백과>
즉, 종합하여 보면 외부 물체에서 양분을 얻어 스스로의 상태를 유지하고 증식하는 능력을 가진 것이 생물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이 논쟁은 그렇게 간단하게 끝낼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예를 들어, 이 정의에 의하면 불은 외부에서 양분(나무, 숯 등)을 얻어 스스로의 상태를 유지하거나 그 숫자를 늘릴 수 있어 생물로 취급될 수 있고, 노새는 분명히 살아 움직이고 음식을 먹은 후 배설도 하지만 스스로 증식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므로 생물로 취급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학자들은 여기에 몇 개의 요인을 더 추가하여, 세포로 이루어져 있어야 생물이라고 부를 수 있다거나, 유전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붙이기도 한다.
그렇다. 생물이 증식하는 것은 자신의 종의 수를 늘리고 유전 정보를 미래에 전달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왜?
왜 생물은 종을 늘리고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일까?
왜 생물은 고통, 독, 갑주, 가시, 짝짓기, 보호색, 기생, 위장, 감정, 사회활동같은 거추장스러운 요소를 추가해가면서까지 종을 보존하려는 것일까?
그렇게나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면, 차라리 광물이나 암석같은 더 안정적인 형태로 진화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생물이라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뜻이고, 실제로 대부분의 생물은 무생물에겐 터무늬없이 약한 자극에도 생명을 잃어버리는데 왜 생물이라는 것이 지구상에 존재하게 된 것일까?
이러한 부분에서 더 나아가, 아래의 사실들 중 정확하게 밝혀진 것이 전혀 없다는 부분은 생물학자들에게 주어진 큰 과제이자 불행이자 희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생물과 무생물의 구분 : 과연 생명이란 무엇인가? 분자 덩어리를 인간 모양으로 쌓아올려 살아 움직이게 만든다면 그것은 생물인가? 세균, 리케차, 바이러스, 프리온, 코아세르베이트, 마이크로스피어... 어디까지를 생물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 생물의 존재 의의 : 과연 생물은 왜(또는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가?
- 생물종간의 구분 : 생물의 종을 정확하게 나눌 수 있는가? 보통은 생식 가능한 자손을 남길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잡지만, 사자와 호랑이의 자손이 생식 능력을 가진 경우도 있지 않은가?
- 탄생과 죽음에 대한 문제 : 과연 언제부터 언제까지를 삶이라고 할 수 있는가? 난자와 정자는 생명인가? 죽음은 언제를 기준으로 나누어야 하는가?
- 인공 생명체 : 만약 인간이 유전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존재를 만든다면 그것을 생물이라고 불러야 하는가? 그렇다면 어느 수준부터 생물이라고 불러야 하는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구현된 존재도 생물이라고 할 수 있는가?
- 생물의 분류 : 생물을 여러 분류로 완벽하게 구별할 수 있는가? 가능하다면 어떻게 구분해야 하며, 그 기준은 무엇인가?
- 유전 정보 전달의 의의 : 번식이나 증식을 통해 후대에 유전 정보를 남기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