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낸 장병우 광주지법원장 (광주=연합뉴스) '황제 노역' 판결로 비난받아 29일 사표를 제출한 장병우 광주지법원장(오른쪽). 2014.3.29 << 연합뉴스DB>> [email protected] |
"국민 눈높이 맞춰야", "높은 윤리의식 수준 상기 사례"
"사법 서비스 질 높여야"…일부 동정론, 지나친 비난 자제 호소도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황제 노역' 판결로 비난에 시달리던 장병우 광주지법원장이 사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법조계가 충격에 빠졌다.
비난 소지가 다분한 재판을 하기도 했지만 능력을 인정받았던 법관을 잃었다는 안타까움이 혼재했다.
이번 일을 국민 법 감정에 맞춰 사법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자성도 나왔다.
중진 A 판사는 "장 법원장의 재판도 물론 소신에 따른 것이었겠지만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소신으로는 부족하다"며 "시대 흐름의 변화를 못 따라간 한 번의 판결이 결국 발목을 잡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평했다.
30대 B 판사는 장 법원장의 아파트 거래 논란과 관련,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매기만 해도 판사는 비난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며 "판사에게 요구되는 윤리의식 수준을 상기시키는 사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사표 낸 장병우 광주지법원장 (광주=연합뉴스) '황제 노역' 판결로 비난받아 29일 사표를 제출한 장병우 광주지법원장. <<지방기사 참조>> 2014.3.29. [email protected] |
C 변호사는 "개인적 인연은 없지만 장 법원장은 닮고 싶은 선배, 나중에 내가 나이 들어 저만큼 됐으면 싶은 선배였다"며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판결에 대한 평가를 떠나 불명예스러운 종착을 맞는 모습을 보게 돼 개인적으로 안타깝다"고 착잡해했다.
식지 않는 '황제 노역' 파문으로 지역 법조계에 쏠리는 불신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40대 지역법관 D 판사는 "당시 재판의 판단 근거는 분석하려조차 않고 향판제의 폐단을 운운하고 지역법관들을 토착세력과 어울리기나 하는 판사로 매도하는 식의 시선은 옳지 않다"며 "열심히 일하는 판사들의 모습도 부각 좀 해달라"고 기자에게 호소했다.
상처는 받을 만큼 받았으니 법원장의 결단으로 논란이 마무리되도록 기도라도 하겠다고 탄식하는 판사도 있었다.
한편 장 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해온 광주 진보연대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의외였다. 기관장으로서 책임을 지려고 한 것은 시민의 요구에 맞는 처신"이라며 "법원장의 사퇴로 흐지부지되지 않고 법원이 제도를 제대로 개선하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