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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49544
    작성자 : 이대리
    추천 : 14
    조회수 : 1210
    IP : 211.105.***.18
    댓글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4/07/20 22:38:11
    원글작성시간 : 2004/07/20 00:34:11
    http://todayhumor.com/?humorbest_49544 모바일
    ε★ 백마 탄 백수 [15]

    제목 : 백마 탄 백수

    작가 : 이대리 ([email protected])
    팬카페 :







    14편 재방송



    앗싸~ 이렇게 쉽게 금고번호를 알아내다니. 하늘도 나의 노력에 감탄했는지 천둥행운을 내려주시는구나.


    이제 모든 작전준비가 완료됐다. 때를 기다렸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훔쳐오는 일만 남았다.


    하핫! 한대수, 이번에 꼭 복권을 찾아 멋지게 한번 날아보자.


    겨드랑이를 퍼득이며 껑충껑충 뛰어다녔다.


    퍼득~! 퍼득~! 날아랏~!











    아~,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될 운명의 청소시간이 다가왔다.


    회원들은 바쁘게 옷을 갈아입고는 하나 둘씩 센터를 벗어나고 있고 센터 직원들은 이리저리 움직이며 슬슬 뒷정리를 하기 시작한다.


    한 대수, 007 작전개시!


    카운터 서랍에서 46번 라카 보조키를 몰래 꺼낸 후,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서 진공청소기와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들고 여 탈의실로 침입했다.


    완전범죄에 입각하여 다른 직원들에게 먼지가 많이 날 테니 절대 문을 열지 말라는 경고를 취했다.


    가려진 커텐을 젖히니 수건과 양말들이 바닥 여기저기에 헝클어져 있었다.


    앗! 벽 모서리에 날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몰래카메라가 보인다.


    스파이더맨처럼 벽에 바짝 기대어 게걸음으로 다가가서 카메라의 방향을 벽 쪽으로 휙 틀어버렸다.


    46번아~ 어디 있니~?


    앗! 보물상자가 바로 눈앞에 보이는구나.


    주위를 살핀 후, 재빠르게 열쇠로 락카 문을 여니,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옷들이 보인다.


    급박한 마음으로 츄리닝을 하나씩 들어냈다.


    마지막 타이즈를 들어내는 순간 모서리에서 하얀 광채를 내며 2단으로 허리 접혀 있는 종이가 동해안에서 막 건져 오른 참치처럼 내 망막에 싱싱하게 꽂혀왔다.


    앗~! 드디어! 드디어! 숨어있는 1인치를 찾아냈구나!
    너무나 감격스러워 심장과 대동맥이 격렬하게 춤을 추는 것 같다.


    마치 시한폭탄을 해체하듯 조심스럽게 종이를 빼내어 펼쳐봤다.


    그러나 종이가 펼쳐지면서 들어 나는 새 하얀 여백 위에 난무하는 숫자들이 내 간담을 써늘하게 만들었고 영수증이라 적힌 세 글자가 나의 간을 급속 냉동시켜버렸다.


    이럴 수가~! 영수증이라니!


    다급한 마음으로 모든 츄리닝을 꺼내 훨훨 털어 보고 뒤집어 보고 쑤셔보고 난리를 펴댔지만 복권은 그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다.


    순간 온 몸을 흐르는 피가 정지하고, 머리가 어지럽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심장이 조여들고, 다리에 힘이 쫙 풀리고, 눈앞이 캄캄해지는 동시 다발적인 게릴라성 빈혈 증세가 강타했다.


    도대체 복권은 어디에 있는 것이냐!!


    으아아.. 두개골 내부에서 3차대전이 일어난 것만 같다.


    라카에 대굴통을 박으며 괴로움의 비명을 질러댔다.


    『으아악~!! 으아악~!!』


    그러자 이에 놀란 박부장이 탈의실 문을 급박하게 열어제쳤다.


    『자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도롱뇽 눈빛보다 더 멍한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눈빛으로 박부장을 비스듬히 바라보며 맥없이 서있었다.


    『어? 이 사람아 왜 그래?』


    나의 기진맥진한 모습에 더욱 놀란 듯 톤이 높아지는 박부장이었다.


    다른 직원들도 청소도구를 들고 뒤늦게 달려 들어와 박부장 뒤에 서서 나의 동태를 살피고 있다.


    일단 이 분위기를 넘겨야 할 것 같아 마스크를 내리며 다 죽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귀, 귀신을 봤어요.』


    『뭐? 귀신??』


    다들 놀라며 멍하니 서있었고 난 힘없는 걸음으로 그들의 어깨를 한 명 한 명 스치며 지나쳤다.


    『귀신이라니?』


    뒤따라오며 되묻는 박부장을 무시하고서 석고상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린 납덩이같은 몸을 이끌고 센터에서 빠져 나왔다.


    그리곤 마치 씨뿌리는 시기를 놓쳐버린 농부가 텅 빈땅을 바라보듯 허망하게 땅을 내려보며 걸었다.


    나의 대박 인생에 먹구름이 끼어 가듯이 밤하늘도 찌푸둥한 색을 펼치고 있었고 밤하늘에 빛나는 달조차도 서럽게 보였다.


    세상에 신이 있는 걸까?


    만약 존재한다면 나를 이렇게까지 시험에 들게 할 순 없을 거다.


    아무리 내가 죄를 많이 졌다 하여도 이렇게 굴러들어 온 복마저도 못 챙겨먹게 할 순 없는 것이다.


    이젠 더 이상 뒤져볼 곳도 없다. 마지막 희망도 꿈도 대박인생도 모두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머릿속으로 아무런 구상도 되지 않는다.


    그저 운명의 여신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허탈한 발길을 동네 포장마차로 옮겼다. 어디 가서 하소연 할 곳도 없었기에 그냥 혼자 조용히 술이나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동이와 가끔 드나드는 단골이기에 포장마차 아줌마가 반갑게 맞아주셨다.


    꼬물꼬물 꼼장어를 씹으며 답답한 만큼 술잔을 기울였다.
    어느새 빈 소주병 세 병이 뒹굴뒹굴.


    눈에 초점이 흐릿해질 때쯤 유심히 지켜보던 아주머니가 입을 열었다.


    『대수총각~ 오늘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 무슨 술을 혼자 그렇게 마셔?』


    『이모. 딸꾹~』


    『응, 고민 있음 부담 갖지 말고 어여 털어 나봐. 그래도 이 이모가 남들 고민은 끝내주게 잘 들어주니까.』


    소주잔에 술을 따르며 풀이 꺾인 어조로 말했다.


    『10억 원이 손에 들어왔다 나가면 어떤 기분일 것 같애요?』


    『10억원? 우리 같은 사람이 그 기분을 어떻게 알겠어. 무슨 일인데 그래?』


    10억이란 액수에 뭔가 심상치 않은 기분이 들었는지 칼질을 멈추고서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백수 같은 넘은 그런 복을 바라면 안 되는 건가요? 딸꾹~』


    『자세히 좀 말해봐.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네.』


    『후~ 아니에요. 이모 죄송하지만 오늘 마신 건 외상 좀 할게요.』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왜 말도 안 해주고 그냥 가. 이리 앉아봐.』


    그러면서 내 팔을 부여잡으신다.


    『많이 취했어요. 오늘은 그냥 갈게요.』


    만취된 상태로 포장마차를 나와 절망과 불안함이 뒤섞인 길고 긴 한숨을 토해내며 어둠을 헤치고 집으로 들어오니 늦게까지 TV를 보고 계시는 엄마가 보였다.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어머~ 얘 좀 봐. 많이 취했네? 오늘 회식이라도 한 거야?』
    『딸꾹~ 아냐. 나 잘게.』


    방문까지 따라오는 모친이었지만 문을 닫아버림과 동시에 잠궈버렸다.


    계속해서 문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고 한참동안 반응이 없자 방으로 들어가신 것 같다.


    초조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누워 째각 째각 울리는 시계소리를 들으며 한숨만 쉬고 있는데, 어느새 날이 밝아왔다.


    어제 일로 질문공세를 펼쳐대는 엄마 때문에 밥을 굶고 집을 나서려하는데 엄마가 밝은 목소리를 튕기신다.


    『일하려면 힘들텐데 아침 든든히 먹고 가.』


    백수아들이 취직 좀 했다고 저렇게 하루아침에 새엄마가 된 듯 태도가 바뀌다니. 놀랍구나.


    엄마의 말을 들은 채도 안하고 나가는데 현관문까지 달려와서 밥값 하라며 호주머니에 한국조폐공사 전속모델1명을 넣어주셨다. 파란색 모델이었다.


    2년만에 받아보는 용돈이구나.


    출근하는 바쁜 사람들 속에서 느기적느기적 걸어댔다.


    복권 없는 센터에 더 이상 출근할 이유가 없지만 동생 이름에 먹칠을 할 수 없어 일단 센터로 왔다.


    팀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여자탈의실 귀신얘기를 주제로 대화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미팅시간에 박부장이 어제 여자탈의실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었지만 귀신에 홀린 사람 마냥 멍하니 있자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며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맥빠진 모습으로 이팀장을 따라다니며 일하는 모습을 건성건성 구경하다가 나도 혼자 해보겠다며 이팀장과 헤어졌다.


    머릿속에선 혼란과 의문점과 불안함이 세차게 소용돌이 쳐 혼합쉐이크를 만들고 있었다.


    근처 건널목 신호등에 온 몸을 기대어 엄습해 오는 혼란과 불안을 억누르기 위해 담배를 뻑뻑 피워댔다.


    천천히 수직으로 공중에 풀려 올라가는 희뿌연 연기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고 있는데, 신호등 불빛이 몇 차례 바뀌자 건널목을 건너오는 미래가 보였다.


    『오빠야~ 영업하러 나온 거야?』


    한숨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왜 기운이 없어? 엄마가 밥 안 해줬어?』


    『아냐.』


    『그럼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 왜 그래~』


    『아무 것도 아냐.』


    『오빠야, 요즘 째즈댄스 회원이 많이 부족하니까 오늘 재즈댄스 회원 좀 많이 가입시켜 줘. 오빠의 외모와 말발이라면 많이 가입할 것 같애. 헤헤.』


    풀죽어 있는 오빠에게 힘이라도 실어주고 싶었는지 더욱 밝은 모습을 짓는 미래다.


    『미래야.』


    조용히 불렀다.


    『응. 왜?』


    『사람들이 복권을 사면 어디에 둘까?』


    『갑자기 웬 복권? 뭐, 지갑이나 책상 위에 올려두겠지. 왜?』


    『아냐. 어서 들어가 봐.』
    『오빠야~ 힘내~! 화이팅!』
    넋빠진 모습으로 가로수 길을 끝없이 걸으며 복권의 행방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백수동호회에서 주최한 보물찾기 대회에 나가 나무뿌리 밑에 숨겨진 1등 종이쪼가리를 찾아냈던 나지만, 이 복권만큼은 위치파악이 안 되었다.


    이제 이 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밖에 없다.


    그녀에게 직접 물어보는 거다.


    그러나 그녀가 당첨사실을 모르고 있을 경우에 대비해 절대 의심을 사선 안 된다.


    아직 1%정도의 희망은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그 여우의 마음을 한 스푼 떠 볼 것인가.


    막다른 골목길에 접하게 되었을 때,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기운을 내서 1시간동안 영등포 일대를 샅샅이 뒤져 헬륨가스 풍선을 샀다.


    그리고 테스트를 해보기 위해 풍선에 든 가스를 약간 마시고 목소리를 내봤다.


    『아, 아, 마이크 테트리스~!』


    신기하게도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음성 변조된 목소리랑 거의 흡사했다.


    재빨리 근처 공중전화로 가서 그녀에게 전화를 걸고는 잽싸게 헬륨가스 한 모금을 마셨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한국 리서치연구원입니다.』


    『지금 바빠요.』


    『앗, 잠깐이면 됩니다.』


    『빨리 말해요.』


    다시 헬륨가스 한 모금을 들이마시고 말했다.


    『이번에 앙케이트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만약 복권을 사면 어디에 둡니까?』


    『어디에 두긴요. 집에 두죠.』


    『좀 더 구체적인 자료가 필요합니다. 정확하게 어딘지, 모든 이가 공감할 수 있도록 자세한 답변을 바랍니다.』


    『별 이상한 조사를 다하네! 배게 속이요!』


    앗~! 배개 속! 맞아! 바로 그 곳이 있었구나!


    멍청할넘!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엄마도 좋은 꿈을 꾸고서 복권을 사면 항상 배게 속에 몰래 넣어두는 걸 봤다.


    그 덕에 가끔 배게 속을 뒤져 몰래 훔쳐오기도 하고 그랬지만, 아무튼 그 날 배게 속은 뒤져보지 않았다.


    잘하면 그곳에 복권이 있을 것만 같은 희망이 하늘로 마구 뻣친다.


    설마 복권의 은신처까지 알고있는데 못 찾진 않겠지.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됐다. 생각도 하기 싫다.


    『전화 끊어도 되죠?』


    『앗! 대단히 감사합니다. 나중에 이벤트 당첨되면 꼭 상품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우리집주소를 어떻게 알고서..』


    딸깍~!


    뭐라고 하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서 전화를 끊어버렸다.


    휴~ 그래도 신은 죽지 않았구나.


    축 쳐진 근육들이 풍선 부풀 듯 부풀어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시금치 세 통을 원샷한 뽀빠이처럼 힘이 마구 솟았다.


    슈퍼에서 비타민500 한 박스를 사서 보라네 집 쪽으로 향했다.


    딩동~! 딩동~!


    『누구세요?』


    『나, 대수야~ 문 좀 열어 줘.』


    문이 열리자 섹시한 나쉬 차림으로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재즈댄스하고 있었구나?』


    『웬일이냐?』


    『응, 영업하러 돌아다니다 보니까, 이 근처더라. 그래서 생각난 김에 음료수 좀 사다주려고. 무겁다. 이거 받아.』


    『무슨 시트콤 같은 사연이라도 있냐? 왜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러냐?』


    무당 같은 뇬! 아예 돗자리 피지 그러냐!


    『하핫! 돈을 빨리 못 갚으니까 미안해서 그러지.』


    『인간성은 좀 있구나.』


    『하핫! 한대수, 인간성 빼면 미라 아니냐.』


    은근슬쩍 그녀의 방으로 침투했다.


    앗! 베개가 보이는구나.


    『쓰댕아~ 숙녀의 방에 누가 들어가래!』


    『그냥, 여자들 방은 어떤가 구경 좀 해보고 싶어서.』


    『구경했으면 빨리 나가라.』


    『어? 저 베개 내 거랑 똑같은 거네?』


    『무슨 삽질하는 소리냐? 니 베개 저번에 봤는데, 틀리게 생겼더만.』


    앗! 내 방 구경했었구나.


    『하핫! 어제 새로 샀거든. 쿠션도 같은지 잠깐만 볼게.』


    그러면서 베개를 껴안고 방에서 나왔다.


    그녀는 나를 신경도 안 쓰고는 다시 재즈 연습을 하기 시작하고, 난 베개를 만지작거리면서 기회를 노렸다.


    앗! 지금이다.


    베개 자크를 열어 허둥지둥 복권이 있나 뒤져봤다.


    그러나 이리 흔들고 저리 흔들고 생쇼를 해봤지만 이곳에도 복권은 없었다.


    으아악! 정말 팔딱팔딱 뛰겠다!


    도대체 복권은 어디에 있냐!! 오사마빈라덴도 이렇게 찾기 힘들진 않을 거다!


    그녀의 집에서 나와 허탈한 맘으로 다시 가로수 길을 끝없이 걸었다.


    그녀의 지갑에도 없고 집에도 없고 센터에도 없고, 마지막으로 베게까지 없다니. 이젠 정말로 더 이상 찾아볼 만한 장소도 없다.


    도대체 그 복권은 땅으로 꺼진 걸까. 아니면 하늘로 솟은 걸까. 그것도 아니면 난지도에 처박힌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질 않는다.


    잠깐, 그녀도 혹시 당첨사실을 알고 있는 건 아닐까?


    앗! 그럴 수도 있겠구나.


    만약 모르고 있다면 복권은 흔한 곳에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벌써 열 번은 찾고도 더 찾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 어디에도 보이질 않는걸 보니 그녀도 당첨사실을 알고 미리 숨겨두거나 벌써 돈으로 환전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안일한 행동을 봐서는 심증과 물증 그 어느 것도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워낙 여우같은 뇬이라 그 속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근데 그녀도 당첨사실을 알고 있다면 이제 난 어떻게 되는 거냐. 우앗! 머리 아프다.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일단, 그녀가 당첨사실을 알고 있는지 아닌지를 다시 한 스푼 떠봐야 할텐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조각상처럼 똑같은 자세로 궁딩이를 깔고 앉아 손등으로 턱을 괴고서 생각해보았다.


    앗! 좋은 수가 떠올랐다!


    자세를 취하자마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다니, 앞으로 고민 있으면 저 자세를 적극 시도해봐야겠다.


    훌륭한 오댕~!


    다시 헬륨가스 풍선을 사와 크게 한 모금 들이 마신 후,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서울리서치 연구원입니다.』


    『아까 했어요! 끊어요!』


    『아닙니다. 아까는 한국리서치 연구원이었고 이번엔 서울리서치 연구원입니다.』


    『엥? 그걸 댁이 어떻게 알았어요?』


    『하핫! 한국리서치 연구원부터 시작해서 시 리서치 연구원, 구 리서치 연구원, 동 리서치 연구원. 이런 식으로 이 세계에도 순서가 있습니다.』


    『근데, 목소리가 왜 다 그 모양인가요? 꼭 음성변조기 같네요.』


    『오늘 서울시 천만 시민들에게 한 통화씩 하느라 목이 시어서 그럽니다.』


    『그럼 한국리서치 연구원은 5천만 통화를 하나요?』


    허걱~! 날카로운 뇬! 그런 것까지 물어볼 줄은 몰랐다. 나보다 한 단계 더 멀리 바라보고 있구나.


    『아무튼 빨리 말해요!』


    『혹시 로또복권 당첨 된 적이 있습니까?』


    『오늘 무슨 로또복권만 조사하는 날인가요?』


    『요즘 사회 이슈가 되고있어서 그럽니다. 어서 묻는 말에 대답해주십시오.』


    『있어요.』


    허걱~! 있다고?


    『좀 더 구체적인 자료가 필요해서 그러는데, 몇 등에 당첨되셨...』


    『정말 짜증나네. 바쁘니까 이제 끊어요!』


    뚜뚜뚜....


    『앗~! 여보세요. 잠깐만요!!』


    된장. 끊어버렸구나.


    그러나 중요한 단서는 얻어냈다.


    그녀도 이미 당첨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으아아악!!!!!! 신발!!


    우려하던 최악의 사태가 터지고 말았다!


    결국 이렇게 비참하게 게임오버 될 줄이야! 100원 넣고 첨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


    아, 이젠 힘 빠지게 만드는 모든 세포들이 멸종되어 더 이상 빠질 힘도 없구나.


    삶의 의욕 상실로 당장 한강으로 달려가고 싶다.


    달려갈 힘이 없어 참는다.


    낙엽 하나 떨어지지 않는 가로수 길을 끝없이 걸었다.


    빛이 보이지 않는 기나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느낌이었다.


    여우같은 뇬! 그 동안 감쪽같이 속이다니, 벌써 돈으로 바꿨겠지?


    으.. 분하고 분하다. 그 돈만 있으면 정말 멋지게 살 수 있는데, 한 대수, 넌 왜 이리도 운 좋을 뻔하다가 재수 없어지는 넘이냐.


    너의 인생은 정말 전 후반 풀로 비극이구나.


    신발! 남의 대박인생을 가로채며 벼룩의 피를 빨아들인 그 뇬은 도대체 머냐.


    황소 뒷걸음치다 쥐새끼 잡는 경우보다 100배로 더 횡재한 경우구나!


    췟! 그러고도 니 뇬이 잘 살 수 있을 것 같냐!


    나의 대박 인생을 절대 쉽게 양보할 순 없다.


    너의 인생 종말까지 따라다니며 야금야금 뜯어먹을 것이다!


    된장! 이렇게 흥분해봐야 나한테 이득 될 것도 없구나.


    그냥 그녀에게 사실대로 말하고 반띵 하자고 부탁해볼까?


    어림 반의 반푼 어치도 없는 일!


    10억에 당첨되고도 끈질기게 110만원을 갚으라는 걸 봐서는, 분명 개풀 뜯어먹는 리플이 돌아올 것이다.


    그렇다면 이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냐.


    잠깐, 만약 그녀와 내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면?


    한 대수 10g만 입장 바꿔 객관적인 입장으로로 생각해보자.


    내가 한 여자로부터 복권을 선물 받았다.


    그런데 그 복권이 10억에 당첨되었다.


    그리고 그 여자와 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렇다면 그 여자에게 당첨금의 일부를 줄 것인가?


    당근, 오이, 호박이다!


    어차피 그 여자 때문에 생긴 돈이고 사랑하는 사이니, 인간인 이상 최소한 1억 원 정도는 떼 줄 것이다.


    나 같이 쪼잔한 넘이 1억 원 줄 정도면, 아무리 여우라 해도 최소한 3억 원 정도는 줄 것이다.


    그래! 바로 그거다! 나의 마지막 히든카드!


    나그네의 외투는 바람이 아닌 해가 벗겨내듯이 햇볕정책으로 나가는 거다.


    즉, 그녀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연인이 되는 것이다.


    절대 조급해하지 말고 가랑비에 옷 젖듯 1g씩 나의 사랑을 펼쳐나가는 것이다.


    개구리를 찬물에 넣고 서서히 물을 끓였을 때 물이 뜨거워지는 걸 못 느끼다가 죽어버리는 것처럼 1도씩 사랑의 열을 올리다 결국 사랑에 디어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만들어버리자
    는 것이다.


    이번엔 인생 최대의 화려한 개인기와 연기를 펼쳐야 할 시기다.


    나, 한 대수. 백수생활을 하면서 여자 꼬시는 기술은 나의 밥줄이었기 때문에 화려한 전적을
    자랑하고 있다.


    비록 비굴할지라도 작전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반드시 사랑을 쟁취해야 한다.


    딱 한달 동안만 괴로워도 슬퍼도 씩씩하게 달리는 하니나 캔디처럼, 복권에 관한 모든 걸
    잊고서 그녀와 사랑스런 연인이 될 수 있는 일에만 전념하기로 하자.


    이제부터 로맨틱 버전으로 돌입한다.



    작전 명!
    사랑 쟁취작전!







    컷~!




    출처 - http://cafe.daum.net/2daeri



    나누어 줄수록 더욱 풍요로운 따뜻한 말 한마디가 용기를 주고 사랑을 전하게 됩니다.






    <meta content="progid:DXImageTransform.Microsoft.Pixelate(MaxSquare=15,
    Duration=1.5)" http-equiv="Page-Exit">
    이대리의 꼬릿말입니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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