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에 관하여 베오베에 오른 글을 보고, 또 그에 대한 반응으로 졸작이라 생각하는 글을 읽고, 애써 잊고 있던 인터스텔라에 대한 감정들이 떠올라 저도 글을 씁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기에, 반응이 좋진 않겠지만, 그래도 제 감정을 토해내고 싶어서 그냥 배설합니다. 베오베 댓글 중, 감히 인터스텔라를 졸작이라 부른다고 하는 것을 보고 반감이 들어서 인 것 같기도 합니다. 뭐 저도 한편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의견을 내는 만큼, 반대 의견에 저울추 하나 더 달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요.
인터스텔라, 그리고 The Prestige 라는 영화 스포일러 포함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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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영화든 만화든 소설이든 이야기를 즐길때 기승전결 중 끝 쪽에 중점을 많이 둡니다. 보통 그러하겠지요.
작가가 창의적인 캐릭터와 상황들을 만들어가며 이야기를 흥미롭게 하는 능력도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그 상황들을 어떻게 끝맺고 어떤 메세지를 만들어내냐에 따라 평가가 바뀌더군요. 용두사미의 작품들에 시달려서일까..
그런 면에서 읽는 내내 흥미를 못느끼다가 마지막 두세페이지로 인하여 전체 글 읽은 행위를 가치 있었다 느끼고 즐기게 되었던 이방인 같은 작품이 있었고
반대로 보는 내내 흥미롭게 보다가 결말에서 돈 아깝다고 느꼈던 The Prestige 라는 영화도 있었습니다.
(제목도 잊어가던 The Prestige 를 찾아내기 위해 검색해보니, 이 영화도 제 주관적인 감정과 달리 관객 평점은 좋네요.)
The Prestige 주 내용은 라이벌 마술사들을 주인공 삼아 새로운 트릭을 만들어낸 마술사와 그 비밀을 알기 위해 뒤를 캐는 라이벌의 이야기 였고요.
보는 동안 작가가 어떤 트릭을 만들어 낼까, 비밀들을 어떻게 풀어낼까 기대하던 중
웬걸, 마술에서 그 장치를 찾아내는 것이 아닌, 그냥 그러한 마법을 만들어 주는 기물이 있었다 로 문제를 해결해 버립니다.
허탈해지는 순간. 마술에 관한 영화인줄 알고 내내 보고 있었는데, 그렇게 이야기를 영화도 끌어가고 있었고 분위기도 부여 해 놓고, 비겁하게 마법이라는 장치를 난데 없이 끌어들입니다. 끌끌..
물론 저도 마법이 들어간 이야기들 좋아합니다. 판타지 소설도 즐기고.
또 모든 영화가 완벽 할 필요도 없어요. 잘 만든 B급 영화들은 그 허술함도 매력적이지요.
그리고 SF 영화들도 굳이 과학적으로 따지지 않습니다. 스타워즈 보면서 그냥 내용 즐기지 과학적으로 이렇네 저렇네 하지 않아요.
단지, The Prestige 의 경우, 홍보가 마술사들의 라이벌 관계에서 오는 즐거움으로 되었었고, 영화 내내 낌새 조차 없다가, 갑자기 장르가 바뀔때, 작가에게 속았다는 느낌이 팍 오지요. 젤 중요한 부분 대충 때울태니 너가 이해하고 넘어가..라고 하면 네네 하고 넘어가기에는 앞의 빌드 업을 그럼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지 이...하고 터져나오는 욕들..
인터스넬라는..
그 빌드업 마저도 실망 이었습니다.
감독이 중2병인가, 굳이 이런 메세지들을 이런 방식으로 집어 넣었어야 하나 싶은 장면들의 피크는, 앤 해서웨이가 뜬금포로 사랑에 대해 주절주절 대사를 읊을때. 연기라도 잘하지..
그래도 참고 보던 중 다가오는 절정 그리고 결말.
하.. 대뜸 주인공을 시간과 차원의 방에 넣어 버릴때, 그리고 그 주인공이 절규하며 결국 메세지를 어중간 하게 만들어 낼때
니미, 과학 영화라며. 그래서 물리학 공부 몇년을 해가며 쓴 시나리오라며. 그게 이거야?
뭔가 메트릭스 수학 문제 풀다가 친구랑 음 다 차원을 이렇게 표현 할 수 있나? 3차원 다음 차원 축들은 뭘까? 2차원 1차원 존재는 3차원을 어떻게 경험할까? 수학 숙제 하기 싫어 하는 뻘소리들을 기억 시키더군요.. 아 너는 물리 공부 하기 싫어서 이상한 공상 했구나.
누가 차원을 영상화 한게 영화의 소득이라는 평을 봤는데 아 진짜.. 그 딴 말도 안돼는 영상화 하지마..
그래도 정말 그래도 이게 어떤 고차원의 존재, 어떤 능력자의 힘에 의해 되었다, 신에 대한 고찰, 이러면 아 홍보부터 과학 고증에 힘 주고 포인트 확 넣던 영화가 확 좌회전 하네. 또 하나의 그냥 그런 SF 영화라고 생각 하고 나왔을 것 같은데
그 와중에 아니야 이건 우리가 해낸 거야 인류가 해낸 거야 하고 주인공이 외칠때는 정말..
작가 혹은 감독의 자의식 과잉이 넘쳐넘쳐 주체를 못하는 느낌. 우웩. 뭔가 그냥 마법이야 넘어가 만 해도 싫은데 거기에 괜히 말도 안돼는 포장지 덕지 덕지 더럽게 붙여 넣으면서 가오 잡고 있는 작가와 감독. 삼차원의 인간이 머 그냥 대단하게도 고차원의 존재가 되었어. 그 와중에 생기는 이야기들은, 그리고 그에 따라 나타나던 현상들은 우리 맘대로 이야기에 맞게 만들어 낼꺼야..이해해..
우웩.토나와.
결국 감독이 SF에 휴머니즘을 이렇게 저렇게 덧붙여 보자 하던게 누더기 스럽게 기워져 있고
홍보에 속은 느낌.
사기꾼들아 내 돈 다시 돌려줘.
사실 극장 들어갈때 기대의 방향이 달랐으면 덜 싫어 했을 것 같긴 해요.
그리고 영화도 한 5년, 혹은 1~2년만 더 일찍 개봉했어도 더 좋은 평을 받았을 것 같아요
스필버그가 시나리오를 쓴게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좀 뒤처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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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인터스텔라에 엄청 안좋은 감정을 품고 있고, 인터스텔라에 관한 것들을 접할때마다 그 분노가 가슴 속 깊이서 나와요.
근데 왜 유독 인터스텔라에 그런 감정을 느끼는 지는 사실 모르겠어요.
The Prestige 같은 건 제목마저 기억 못할 정도로 신경 안썼는데.
왜 그런지는 스스로 더 생각 해 보고 싶네요.
그에 따라, 사람들을 구분할때, 쟤는 짜장면을 좋아해, 짬뽕을 좋아해 서 부터 쟤는 사대강에 찬성해, 쟤는 사대강을 반대해, 같은.. 꼭 옳고 그름은 아니지만 기억 되는 점들이 있는데
인터스텔라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저에게는 하나의 기준점이 되었어요..다른 영화와 달리..그런 면에서는 저에게도 어쨌든 대단한 영화인듯.
물론 취존 합니다.
그리고 취존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