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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oju_4943
    작성자 : 숲고양이
    추천 : 5
    조회수 : 1303
    IP : 183.108.***.96
    댓글 : 10개
    등록시간 : 2011/10/30 14:29:20
    http://todayhumor.com/?soju_4943 모바일
    내 얘기 봐주실래요?
    나 참 한심해요.

    어떻게 한심한지, 왜 한심한지도 알고 있어요.

    어렸을때 부모님 회사가 망해서. 시골로 왔어요.

    그리고 나름 어린것이 적응해보겠다고 했지만

    이모댁에 얹혀살며 겪은 일들, 동네친구 하나 없어 초등학교에서 텃세에 따돌림 당한일들.
    중학교, 고등학교.. 그렇게 내성적인 성격이 굳어져 가면서.

    힘없는 남자애는 아무것도 못했어요.

    그리고 대학교에 와서.
    많이 변해보려고 했어요.

    키도 훌쩍 커서 184씩이나 되고요.

    그런데 실패경험이라는 놈이 너무 커서.
    5년 짝사랑이 친구랑 싸웠을때 잠깐 마음 위안삼아지는 용도가 되었었던 경험이.
    고백을 하고 비참하게 슬퍼했던 기억이.
    다른사람과 싸움에서 내 주장을 펼쳐 이겨봐야 허탈하기만 하고, 다른사람들과 멀어지기만 했던
    제 예전 일들이.

    그렇게 생겨난 인격은, 헤실헤실 웃고, 남한테 힘든소리 안하고, 져주고, 양보하고, 착실하게 할일 하는 녀석을 만들었습니다.

    어른들이나, 친구들에게는 믿음직한 녀석으로 보였을테죠.

    하지만.
    자기가 자기를 사랑하지 못하고, 비하하고, 비난하고, 조롱거리로 삼는.
    그저 병신입니다.

    나는 내 얼굴에 자신이 없어요.
    보통으로 생겼다고 말해주는 친구들이 있지만.
    믿어지지 않아요.
    그저 흘려듣곤 해요.

    나는 가난해요. 돈이 많지 않아요.
    차를 끌고 다니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 그저 부끄럽기만 해요.

    내 성격은 부정적이에요.
    물론 왜 그런지 알고 어떤식으로 그런지 알지만. 
    고치기가 너무 힘들어요.

    사실, 이번학기 초 연애는 얼어죽을, 혼자 살고 말지! 라는 각오를 했었습니다.

    다른사람들과 적당히 거리를 두고, 관계도 적당적당히, 공부도, 일도 적당 적당히..

    몸과 마음은 편했지만, 허전하고, 공허하더군요.

    그래도, 아프지는 않았으니까요.

    아플일이 없으면, 아프지 않으니까요.

    궂이 아픈일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적당한 관계를 유지해가며 지내는 와중에.

    그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한사람이.
    제 마음을 너무 아프게 하네요

    좋아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사람이 얼마나 아픈 일이 있었는지도 다 알게 됐구요.
    그래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주고.
    내 밍기적대고, 곤란한일이 있을때 그저 다 제 잘못으로 돌리는 태도가 싫다고 말해준 그 사람이.

    어제 만나고 왔어요.
    그 사람이랑.
    그사람 동생 둘.
    넷이서 영화도 보고, 돌아다니기도 하고.

    영화를 보고 나와서 살짝 손을 잡았어요.
    그 사람은 놓으라고 하네요.
    손을 놓을 수 밖에 없네요.

    이제 곧 생일인 그 사람. 
    생일이 평일이라 서로 만나지 못해 미리 선물을 준비해서 주었어요.

    입고 사진을 찍었는데 얼굴을 가리고 사진을 찍었네요.
    얼굴이 보고싶었어요.
    좋아하는 사람 얼굴이 담긴 사진 한장이 갖고 싶었어요.
    내가 선물해준 담요를 두르고 찍은 사진 한장을, 휴대폰에 간직하고 싶었어요.

    농담조로 얼굴은 어디로 도망갔냐고 하니, 끝끝내 정색을 하며 사진을 보내주지는 않네요.

    힘든일 있던거 알아요.
    상처 큰거 알아요.
    내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나요.
    손 한번 잡아주는게 그렇게 싫은가요.
    얼굴 담긴사진 하나 찍어 보내주는게 그렇게 싫던가요.

    좋아한다던 말은.
    서로 맞춰가야 한다는 말은 그저 허울뿐인 말이었나요.

    요즘 드는 생각은, 그저 나만 간절히 원하고 있나.. 하는 마음뿐이에요.

    나도 내 성격이 싫어요.
    바꾸려 노력하고 있어요.
    항상 정색하며 짜증내는 당신을 더 화나게 하고싶지 않아 조심하는 제 태도를

    밍기적댄다며 더 싫어하고.

    좀 더 제 뜻을 확실히 하고, 할말이 있으면 하고, 하고싶은게 있으면 해보라는 말에
    영화 재미있었냐며 손을 잡았는데
    놓으라며 화를 내는 당신의 모습이 내 자신감을 더 사라지게 만들어요.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사진한장보내달라는 말에 화를 내며 메신저를 꺼버리는 당신의 행동이 슬퍼요.

    나는 좋아하는 당신을 위해 참고, 기다리고, 나를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아니면 내가 사랑이라는 단어랑은 영 멀찍이 떨어져 있는 놈이라서 그런가. 하고 생각이 드네요.

    자신감은 점점 떨어지고, 혼자일때가 더 마음 편했다고 생각하게 되고.

    자꾸 횡설수설하네요. 잠이나 더 자야 하려나봅니다.

    좋아해버렸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냥 공허함만 있었을텐데.

    다시 혼자가 된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마음이 저려와서 움직일수가 없어요.

    나 어찌 해야할까요.
    숲고양이의 꼬릿말입니다

    요술토끼님이 그려주셨어요 '-' 데헷

    요술토끼님이 그려주셨어요 '-' 데헷


    엠보싱님이 만들어주셨어요 으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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