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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놀란건 아무도 없는 버스에서 저절로 불이 켜진 것이 아니고
뚱이가 지른 비명 때문이었습니다.
생각해 보십쇼. 정말 바람소리만 간당간당 들리고 쥐죽은 듯히 조요한
이곳에, 서로의 숨소리마저 느껴지는 살벌한 조용함이 머무는곳에
귀청 찢어지는 단발마의 날카로운 비명이 얼마나 크게 느껴지겠습니까.
오나전 정말 심장 벌렁 뒤집어 지는줄 알았습니다.
녀석 엇저녁에 그리 고생했는데 또 이딴 일을 당하니 오죽 하겠습니까만은..
막 담배를 뽑아 올리는 저는 불빛과 비명소리에 놀라 몸이 통제를 벗어났고
뚱이가 뛰는 그 제스처에 내 몸이 부지불식간 반응해 버린겁니다.
즉 같이 뛰어 나가려고 몸이 움직인 것이죠 덕분이 막 뽑아 올린 담배 한 개피는
허공으로 춤추며 튕겨 올라갔고 상체는 앞으로 확 숙여진체 중심이 완전 바닥을
향해 매다 꼽히고 있었죠. 힘껏 발길질을 하고 나서야 앞으로 쏟아지는
상체의 힘을 상쇄 시킬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에 느껴지는 그 공포감은
실로 글로 써서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어제 그 방의 공포감은 진득한 공포감이라면
이건 정말 초극단의 말초신경까지 곧두세우는 그야말로 멘탈붕괴의..
앞서 열라 바바박 거리며 눈발을 차올리며 뛰는 두녀석의 뒷모습이..
그리 아쉽게 느껴 지더군요..
정말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이라고 이따위 ...
정말 극심한 감각속에 한줄이 솟아오른 용기가 있었죠.
사모는? 사모는 제 뒤쪽에 있었습니다. 엄마야 하는 비명도 들었었죠.
뒤를 돌아 봐야 하는데... 왜 그렇게 뒷골이 무거운지 고개가 돌려지지 않았습니다.
시선을 높이면 버스 안이 보일까봐 일부러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고
겨우 돌아보니 사모는 아예 움직이지도 않고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서
양손으로 귀를 틀어 막고 있었습니다. 니미럴...
무서우면 졸라 달려야지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아 버리면 우짭니까?
이 순간이 정말 찰라 1초도 안된 시간에 벌어진 상황이었음을 말해 드립니다.
제가 엉겹결에(이미 멘탈붕괴된 상태에서 몸만 움직임...)
한쪽 팔을 잡고 끌었는데.. 아놔.. 무신 발바닥이 바닥에 고장된 듯..
꼼짝달싹 안하더군요. 확 끌어 당겼는데도 딸려 오지 않았어요.
그리고 찾아온 정적...
쉭쉭 거리며 거칠게 몰아치는 제 숨결과 차가운 칼바람에 정신이 푸떡 들더군요.
두 놈은 어느새 시야 밖으로 사라진 상태였고...
“사모님, 일어나세요. 일나세요.”
제가 조금 크게 고함을 치자. 그제서야.. 저를 올려다 보는 사모님..
그 표정 아직 기억에 납니다
사람이 경기 들리면 순간적으로 몸이 팍 굳어진다 하더만 딱 그 순간이네요.
말도 못하고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서 그냥.. 굳어져 버린겁니다.
“야~이~ 쉐!끼~들!!아~~~!!”
제가 화가 너무 치솟아 올라 크게 고함쳤습니다.
다시 바바닥 하는 눈차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뛰어 오는 모습이 보였는데
뺀질이었습니다. 저녀석이 무슨 생각으로 이쪽으로 저렇듯 뛰어 오고 있는지는
그순간에는 몰랐죠. 어튼 치솟아 오른 공포감을 멘탈로 겨우 억누르고
사모를 계속 일으켰습니다. 나중에 뺀질이까지 와서 함께 일으켜 세우고는
일단 허겁지겁 자리를 이탈했습니다. 정말 뒤도 안돌아 보고 뛰다 시피
달음박질 해됐습니다. 주자장 입구에 서 있는 큰 가로등 바로 앞까지
멈추질 않고 그렇게 뛰었습니다. 뚱이는 어쩔줄을 몰라 우왕 좌왕하고 있었죠.
“야~이~ 아니 무슨 큰일 터졌다고 비명치고 뛰 댕기냐? 응?”
조금 화가난 목소리고 말하니 그제서야 멋쩍은 표정을 짖습니다.
제발에 놀란 마냥..
한동안 호흡을 고르고 상황을 판단해 보니.. 여전히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우리가 조금 공황상태에 이르렀던건 순전히 분위기 탓이었습죠.
괜히 오싹한 이야기 듣고 몸이 후덜거린 상태에서 갑자기 그런 일이
일어나니 오금이 다 놀라지 않을수밖에요.
뚱이가 비명지르고 뛰니 뺀질이도 덩달아 뛰어 버린것이고..
역시 전.. 사모님을 챙겼다는.. 이 얼마나 위대하고 숭고한 희생입니까?
열분들은 이 상황에서 이렇듯 냉철하고 침착한 행동을 하실 수 있을지요?
사모도 진정이 되었는지 아무말 없이 물끄러미 버스쪽을 처다 봅니다.
아무리 어두운 주차장 구석이지만 혼자 덩그러니 불이 켜져 있으니
이곳에서도 아주 똑똑히 그 자태(?)가 보이더군요.
솔직히 불이 켜질수도 있지요. 뭐 스위치가 덜 떨어졌거나.. 뭐 과학적으로
설명해서.. 우연히 스위치가 켜진 것일지도...
한동안 처다 봐도 불이 커질 기미가 안보이네요..
“버스는 어떤지 몰겠네요? 저대로 두면 방전되지는 않을까요?”(뺀질)
어휴..이 쉐1끼 또 주둥이가 말썽이네..
“야. 시! 밤바야 네가 끄고 올래?”
제가 엄포를 놨지만.. 사실 이렇게 큰 버스 구조상 저렇게 실내등이 다 들어온 상태에서
방전이 되는지 안되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제 짧은 지식으로 일반 승용차는 헤드라이트
켜놓고 밤새면 방전이 된다고 알고 있던 그정도 수준이었죠. 물론 다른녀석도 마찬가지..
물론 사모도 알수 없는 상황이었고.
만약 뺀질이가 그 말을 하지 않았다면 다들 날 밝으면 끄면 되지 이랬을겁니다.
하지만 방전이란 소리에.. 또 사모님 울컥 하신 모양입니다. 눈치를 보니..
끌 심산입니다. 제가 고개를 돌려 처다 보니 뚱이는 벌써 좌우로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고 있습니다. 순간 아무도 말을 쉽게 못꺼냅니다.
솔직히 맘 같아서는 제가 후딱 끄고 오겠습니다라고 호기있게 말하고 싶지만..
버스 구조상 어떻게 끄는지도 모르겠고 무서운데 그거 찾는다고 시간 허비하기도 싫고
완전 진퇴양난입니다. 전 눈초리를 세워서 뺀질이를 쏘아봅니다.
이 쉐1끼 쓸데 없이 주둥이는 나불거려? 지도 말해놓고 아차 싶었는지 어쩔줄을
몰라 합니다. 물론 제가 여기에 카운터 한방 날립니다.
“말 했으니 니가 후딱 끄고 와랏!!”
아후 녀석의 그 똥십은 표정은 진정 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군요.
사모도 가긴 가야겠지만 솔직 너무 놀라서 아직 호흡조차 고르지 못한 상태라..
그걸 언제까지 보고 있지는 못하겠고..
“아.. 신발..다시.. 가자..”
“전 여기서...”
도저히 뚱이는 발걸음이 떼지지 않는 모양입니다.
“뚱이과장 혼자 여기 있을래?”
이 말 한마디에 뚱이는 뺀질이를 처다 보지만 뺀질이 녀석은 이미 죄를
지었기에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라..혼자 여기 있기는 싫고 그렇다고
따라 가기도 싫고.. 여튼 남 사정 봐줄 상태가 아니어서..
일단 제가 먼저 움직입니다. 사모님 따라오고 뺀질이도.. 그리고 마지못해
엉거주춤한 자세로 뚱이도 움직입니다.
뒤돌아 뛸때는 눈에 보이지 않아서 덜 무서웠는데. 이건 정면으로 그 불빛을
향해 다가가는 모양새여서 눈을 어디에 둘지 난감하더군요.
하지만 새파란 놈1새1끼 3명인데 그 공포감은 혼자일때와는 비교가 안되지요.
만약 혼자라면 절대... 네버.. 이런 만행(?)은 하지 못할터이지요.
살아있는 인간이 바로 옆에서 눈에 밟히니 망정이지 혼자라면 후덜덜...
불빛이 점점 더 가까워 질수록.. 두려움은 커져만 가고 심장이 득달같이 콩딱콩딱거리네요.
왜 다 정리하고 불까지 끄고 내렸는데 왜 갑자기 딱 타이밍 맞춰서 불이 켜지는건데..
“사모님 불 확실히 컸죠? 네?”
사모는 겸염쩍은 듯 대답대신 고개만 까딱입니다.
수초, 수분. 도대체 이때쯤 시간이 어떻게 흘러 갔는지 조차 짐착키 어렵습니다.
아무리 기억을 떠 올려 보아도 그 순간의 시각이 얼마니 흘렀는지는 유추해 내기
어렵습니다.
아무런 말없이 잠시간의 침묵이 묵줄기를 타고 흘렀습니다. 지금 3남1녀는 정확히 버스의
우측 앞바퀴 부분에 모여 있었죠. 즉 사람이 타고 내리는 그 입구쪽에 말입니다.
“험, 험. 후딱 불끄고 가요”
말문을 연 것은 뺀질이였습니다. 비록 버스 창가를 통해 내부의 불빛이 밖으로
뿜어져 나오고 있었지만 극히 미량이고 왜냐하면 대부분의 버스 창에는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으니 말입니다. 확 밝으면 덜 할 터인데.. 이것이
시커멓게 빛이 쏘아져 나오니 정말 기괴한 분위기가 따로 없더군요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