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게에 써야하나 싶었지만 ㅋㅋㅋㅋ
정상적인 가게가 아니었으니 멘붕게에 씁니다.
지난주 아내와 홍대쪽에 있는 인도커리 전문점에 갔어요.
손님은 우리 외 1팀밖에 없었습니다.
번화가에 손님없는 가게라는 것부터 눈치 챘어야 하는데...ㄱ-
저녁시간이 다소 지났을 즈음이라 그러려니 하고 들어갔지요.
실내는 무척 더웠어요. 에어컨을 튼건지 안튼건지 모를 정도의 은근한 냉방...
메뉴 주문 전에 사장님께 에어컨을 켜달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팀이 쐬고 있는 선풍기를 대뜸 집어들더니 우리 테이블로 놔주는 거에요.
????
에어컨은 둘째치고,다른 테이블 풍기를 아무 말도 없이 집어온 거에 더 놀라서
어어... 저 분들은요? 하니까.
인도현지인으로 추정되는, 그러나 한국어가 매우 유창한 사장님께서
"저기 선풍기 또 있어요." 하십니다.
.... 그럼 괜찮은건가? 뭐지?... 어어 모르겠다. 여기서 1차멘붕.
메뉴를 주문했습니다.
소셜에서 구매한 쿠폰이 있어서 미리 사장님께 얘기했어요.
그러자 사장님은 빌지와 볼펜을 건네면서 여기 쓰라고 하십니다.
??? 소셜에서 메뉴까지 골라 주문했는데?
해서 다시 말씀드리니 난으로 할지, 빵으로 할지, 그리고 라씨는 어떤거 할지
그런 세부메뉴를 쓰라는 거였습니다.
한글 잘 아실지도 불안한 마스크신데 그냥 받아적어주심 안되나.. 하고 머뭇거리고 있었는데
"한글로 쓰셔도 됩니다"하며 뿌듯하게 웃으시네요. ㅎ
불안함을 가득 안고 메뉴를 적어 건네드렸습니다.
잠시 기다리자 반찬 두어 접시(깍두기 포함)와 물, 그리고 라씨가 나왔네요.
"사장님~ 저희 딸기랑 바나나라씨 주문했는데 딸기만 두개 왔어요~"
그러자 사장님은 이마에 손을 탁 치고(이런 행동을 현실에서 보니 생경)
"아~ 바나나였어요? 죄송해요"하더니 주방으로 달려가십니다.
그리고는 무려 바나나 시럽(???)을 들고 오시더니
딸기 라씨위에 좍좍 뿌려줍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내와 저는 서로 어이터진 눈으로 그저 꿈뻑꿈뻑...
다시 주방에 다녀오신 사장님이 이번엔 생바나나 한개씩을 테이블에 놔주시더니
"서비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기가 차서 화도 안나요 ㅋㅋㅋ 그냥 웃겨요.
뭐지, 몰래카메란가... 하고 주위를 둘러봤는데 앞 팀은 이미 집에 가신듯.
그 뒤에 커리가 나왔는데 맛은 쏘쏘였습니다. 그리고 주문했던 난을 기다리고있는데
사장님이 당차게 밥을 테이블에 놓고 가시는거에요. ㅋㅋㅋ
'아, 제대로 된 가게가 아니구나' 해탈한 웃음을 지으며 그냥 먹었습니다.
어느정도 식사를 하고... 근데 난을 2개 주문했는데 밥이 1접시 나왔거든요.
그래서 사장님을 다시 불러(몇번째 부르는건지) 난은 안나오나요? 하고 묻자
다시 사장님은 이마에 손을 탁! 치시고 "아차차!" 하며 주방으로 뛰어가십니다.
그리고 반쯤 탄 난을 들고 나왔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화덕에 올려두고 까먹으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미 포기상태였던 우리는 탄 부분만 빼고 그냥 먹기로 했습니다.
뭔가 예능에 출연한 기분으로 난의 멀쩡한 부분만 골라 한조각씩 뜯으며 먹고 있는데
사장님께서 천천히 다가오셨습니다.
"식사는 입에 맞으셨나요?"
"아... 예... 뭐... 하하"
"에고... 난이 다 타서 어떡해요..."
하면서 우리가 한창 뜯어먹고 있던 난을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시는 겁니다.
"아... 많이 딱딱하네... 새로 다시 해드릴게요"
(%!($*ㅕ(!$&ㅕ(!)%!#%($*!()%*!*$
이제는 사라진 어처구니를 찾는 건 포기 ㅋㅋㅋㅋㅋ
밥이나 더 주세요하고 얼른 먹고 일어났습니다.
여기서 하이라이트.
무슨 가게가 이러지? 싶어 나오기 전에 찬찬히 가게를 살펴봤어요.
인도커리 전문점 가면 인테리어로 인도 그림이나, 장식들 막 놓여있는거 아시죠?
보통 힌두교와 관련된 코끼리나, 브라만이나 시바신 등 인도신화 그림이 많죠.
근데 제일 눈에 띄는 벽면 상단에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하는 액자가 걸려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ㅋㅋㅋㅋㅋㅋㅋ 이새퀴 야메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 어이없었고, 근데 뭐 지나고나니 추억스럽게 된 일입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