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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oda_4922
    작성자 : 무리무리
    추천 : 60
    조회수 : 6548
    IP : 122.101.***.74
    댓글 : 39개
    등록시간 : 2017/01/14 19:31:20
    http://todayhumor.com/?soda_4922 모바일
    사이다 인생 썰
    1. 태어나서~초딩

    난 1985년에 서울에서 태어났어. 내가 어렸을때부터 어머니는 항상 식당일을 하고 계셨지.

    아버지는 젊었을 때 중동에서 건축일하다 돌아와서 결혼하셨는데

    어렸을때 아버지를 떠올리면 좋았던 기억은 어린이대공원에 한번 놀러갔던 거 뿐이야.

    그것 말고는 전부 맞던 기억 밖에 안나.

    차 청소하시다가 뭐 가져오랬는데 잘 못 알아먹었다고 뺨 맞고 길에 쓰러진 적도 있었고

    친구들하고 놀다가 들어왔다고 맞고 고막 터져서 두 달 동안 병원 다닌 적도 있어.

    술 좋아하긴 하셨는데 때릴 때는 거의 맨정신이셨지. 끔찍했다.

    어머니는 한밤중에 라면 끓여오라고 해서 끓였더니 아버지가 밥상 뒤엎어서

    허벅지에 펄펄 끓는 라면 닿여서 엄청 크게 화상자국 남았는데 그때 병원비가 없어서

    집에서 소독한다고 소주 부으시던거 생각난다.

    집에서 놀다가 돈 없으면 나 시켜서 어머니 일하시는 예식장 뷔페 가서 돈 받아오라고

    시킨 적도 많았고 바람 피워서 여자 오빠가 집에 찾아온 적도 있었다.



    2. 중딩~고딩

    중학생 되고 한달 있다가 어머니가 어느날 집을 나가셨어. 그냥 집에 왔는데 느낌으로 알겠더라.

    난 어머니가 밉지 않았어. 안쓰러웠고 이해됐지.

    그때부턴 거의 나만 맞았어. 두 살 어린 남동생 있었는데,아마 내가 어머니하고 똑같이 닮아서였지 싶어.

    어머니가 없자 아버지는 몇달씩 집을 비우고 가끔 돈을 가져왔어.

    난 중학교 3년 동안 2년은 카레만 먹은거 같다.

    할머니가 밥을 하셨는데 할 줄 아는게 카레하고 시장에서 산 돈까스 뿐이였어.

    한번은 학교에서 롯데월드로 소풍을 갔는데 점심값이 없는거야. 근데 친구들 따라서 식당 가서 앉아있는데

    아줌마가 짜장면을 내 앞에 놔뒀어. 난 친구가 시켜준 건지 알았는데 알고보니 아줌마가 친구 거를 잘못 놓은거야.

    그 친구가 우리집 월세 사는 주인집 아들이었어. 짜장면 한 젓가락 먹고 멍하니 있었는데 그때 돈 없는 설움을 처음 느낀거 같다.

    아버지는 그때도 바람 피우고 모르는 아줌마를 집에 데려와서 같이 주무셨지.

    그러다 중3 끝날 때쯤에 오토바이 교통사고를 냈는데 뺑소니를 쳤다가 잡혀서 교도소에 가셨어.



    3. 고딩~자퇴

    나와 동생은 인천에 있는 삼촌집에 얹혀 살면서 서울로 학교를 다녔어. 버스 30분 전철 1시간.

    아침 6시 30분 첫버스 타고 가도 학교에 8시 넘어서 도착하면 지각이라 매일 혼났지.

    무슨 자존심인지 집이 멀어서 그렇다는 말은 안하고 매일 혼났었다.

    입학식 때는 교복을 샀는데 삼촌집에서도 맨날 눈칫밥 얻어먹어서 여름교복 사달라는 말을 못했어.

    그래서 한여름에 겨울바지에 만오천원짜리 윗옷만 사서 입었는데 정말 땀띠로 고생 많이 했어.

    삼촌은 술을 좋아했는데 가끔 나를 때렸다. 근데 난 그나마 여기 아니면 동생하고 갈 곳이 없어서

    그냥 참고 살았어. 가출도 해봤는데 갈 곳이 없어서 이틀만에 돌아왔지.

    근데 이때가 내 인생에 가장 큰 결정을 했던 때였어.

    어느날 학교 갔다가 집에 왔는데 창문 너머로 큰소리가 나서 보니 내 동생이 삼촌한테 맞고 있었어.

    그때 눈이 돌아갔지. 난 괜찮은데 동생이 맞는건 도저히 못 견디겠는거야.

    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서를 처음 가보게 되었어.

    진술서 쓰고 지장도 찍고 부들부들 떨면서 무조건 처벌을 원한다고 말하고 나왔어.

    가방에 옷만 몇개 들고 어머니한테 전화했지. 어쩌다 연락처를 알게 되서 가끔씩 전화했었거든.

    어머니가 차비 보내줘서 동생하고 그 길로 전라도로 내려가게됐다.

    동생은 중학생이라 전학했는데 난 고등학생이라 전학 갈 곳이 없어서 자퇴하게 되었어.

    사정 말하고 자퇴서 쓰고 나오는데 담임선생님이 쥐어주신 3만원은 잊을 수가 없다.

    전라도에서 단칸 옥탑방에서 살았어. 겨울에 보일러도 잘 안들어오고 화장실은 밑층에 따로 있어서

    겨울이면 발가락이 꽁꽁 얼던 곳이었지. 그래도 그때 난 태어나서 처음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물질적인 걸 떠나서 아버지 없는 세상에서 마음 편히 살 수 있었으니까.

    그러다 갑자기 아버지가 찾아왔어. 어떻게 알았는지 저녁에 집앞에서 우리 내놓으라고 소리를 치는거야.

    나하고 내 동생은 무서워서 덜덜 떨고 어머니가 나가서 얘기했는데 나중엔 나는 필요없고

    동생만 내놓으라고 했지. 내가 지금까지 동생한테 잘해준건 하나도 없지만 유일하게 있다면

    꼭 그때 하나였다. 동생한테 아버지 따라가고 싶냐고 물어봤는데 동생이 싫다고 해서 나가서

    꺼지라고 했어. 아버지가 너 같은 새끼 필요없다고 했는데 난 안 지고 꺼지라고 했지.

    결국 그때 아버지는 가고, 난 몇달 있다가 어머니 손을 잡고 서울 가정법원에 가서 두 분을 이혼시켰다.

    법적으로 어머니와 내 동생과 내가 한 가족이 되었어. 하늘이 어찌다 맑던지.


    4. 고딩~지금

    난 어렸을 때부터 공부하고 책 보는걸 좋아했어.

    그래서 해 바뀌면 인문계 가서 공부하고 싶었는데 어느날 밤에 누워서 자려는데 어머니가 말씀하시더라.

    동생하고 나 둘이 키우려면 너무 힘드니까 실업계로 가라고.

    난 차마 인문계 가고 싶다는 말을 못하고 내 평생 생각지도 못했던 실업계고에 갔지.

    처음엔 세상에 이런 똥통학교가 있나 싶더라.

    개학하고 한달만에 반에 1/4은 자퇴하고 나머지는 일진 아니면 머리가 빈 애들.

    학교 끝나면 일진들이 정문 앞에 모여있다가 나가는 애들 모아서 전단지 돌리는거 시키고 돈은 자기들이 먹었다.

    무슨 정의감인지 그 앞에서 이 미1친1새1끼1들아 욕했는데 정확히 16명이 달려와서 때리더라.

    그리고 며칠 있다가 또 그러길래 이번엔 조용히 따라가다가 길에서 일진 한놈 뒤통수를 후렸어.

    물론 난 두대 때리고 쳐맞았지 -_-;; 나중에 알았는데 선배들 중에서도 무서운 사람이었다던가.

    다음날부턴 식칼을 가방에 가지고 학교에 다녔다. 어쨌든 그때부턴 애들이 안 건드리더라.

    난 저런 애들처럼 물들긴 싫다고 거의 발악하며 공부했다.

    학교 시험은 다 가르쳐줬는데 1학년 1학기 첫 시험에 전과목 세 개 틀리고 평균 99.25 맞았는데

    기가 차더라. 날마다 새벽 두시까지 공부했는데 시험은 1+1 이런 수준이었어.

    어쨌든 수업시간에 거의 선생님하고 과외 하듯이 1:1로 공부하고 열심히 하니까 선생님들도

    많이 예뻐해 주시고 여자친구도 생겼다. 컴퓨터 학원 다니면서 자격증 딴 걸로 대학교에서 하는

    컴퓨터대회 나가서 상도 많이 받았어.

    그땐 알바 같은걸 못해서 그때 받은 상금 어머니 드리는게 정말 자랑스러웠다.

    똥통 학교였지만 학생회장도 해보고 없는 살림에 어머니가 떡도 돌리셨다.
    (난 아직도 우리 학교 후배에 이용대가 있는게 미스테리하다.2년 후배인데 물론 본 적은 없다.ㅋㅋ)




    얘기가 되게 지루하지? 이만 줄일게.

    지금은 고등학교 때 만난 여자친구하고 결혼해서 내년 1월에 아기가 태어나.

    한달 월세 20만원짜리 집에 살았었는데 지금은 어머니는 고향에 아파트에서 사시고 난 천안에서 아파트 전세에 살아.

    두달 전에 여기에 이사왔는데 내가 살면서 1억 3천짜리 집에 살게 된다는게 꿈만 같아서

    첫날 들어오면서 현관에 절했었다.

    중학생 때 매일 자살하고 싶었는데 그래도 희망을 안 버리고 살다보니 지금은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하다.

    공장일 하지만 그래도 대기업이라 좋은 직장에서 일하고, 지금은 다른 것도 배우고 싶어서 혼자 공부하다가

    그냥 옛날 생각나서 글 써봤어. 너무 길어서 읽을 사람이 있나 모르겠네.

     
     
     
     
     
    웃대하다 예전에 제가 쓴 글이 있어서 다시 한번 읽어봤습니다.
     
    그냥 제 인생에 사이다 글이라고 생각되서요.
     
    저 글이 5년 전 글이고, 지금은 둘째가 네살이고 2억 3천짜리 집을 샀습니다.
     
    어머니는 철마다 해외여행 다니고 계시네요.
     
    글쎄요... 어려운 형편이었던 것 치고 저는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어느때나 찾아가면 따듯한 밥 주시는 이모들이 계셨고 작은 핑계로 불러서 밥 사주고 용돈 주시는 삼촌들이 계셨습니다.
     
    제가 가정을 꾸리고 나이를 먹어보니 그 분들도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는데 그렇게 자식도 아닌 조카를 챙겨주시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자꾸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저는 의지의 힘을 믿습니다. 금수저로 태어나거나 화목한 집에 태어나는 것은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일이지만
     
    고등학교나 성인이 된 후의 삶은 내가 생각하고 행동한 대로 살 수 있는 거라고 믿습니다. 제가 그렇게 살아왔고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출처 잇츠 마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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