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http://forums.na.leagueoflegends.com/board/showthread.php?t=315591
번역판 (엔하위키)
후보: 르블랑 날짜: CLE 20년 10월 29일
관찰
반들반들한 대리석 복도를 침착하게 걸어가는 르블랑의 걸음걸이에는 범접하기 어려운 우아함과 기품이 넘친다. 잘 손질된 화려한 장식의 멋들어진 마법사 의상이 궁전 울타리를 벗어나선 쉬 볼 수 없는 위엄까지 더해준다. 섬세한 손에 쥔 기다란 지팡이의 봉 부분에는 여러 개의 자연스럽게 컷팅된 수정들이 신비로운 힘으로 고정되어 떠 있다. 윤기가 흐르는 머리칼에도 비슷한 수정 장식 머리핀을 꽂아,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사방으로 휘황한 빛이 반사된다.
르블랑은 아름답게 장식된 문 앞에 잠시 멈추더니 새겨진 글귀를 찬찬히 읽는다. "진정한 적은 그대 안에 있나니." 즉흥적으로 따라 읊는 그녀의 입꼬리가, 그 역설적인 뜻을 비웃듯 순간 살짝 올라간다. 그리곤 이내 아무 감정도 읽을 수 없는 수수께끼같이 완고한 표정으로 돌아가는데,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다. 그녀가 흠잡을 데 없이 손질된 손을 뻗어 엄청나게 무거울 듯한 문을 아주 가볍게 밀어 연다. 그리곤 잠깐 위압적인 어둠이 깔린 실내를 들여다보더니, 아까와 다를 것 없는 보폭으로 암흑 속으로 거침없이 걸어 들어간다.
회고
어둠과 함께 한기가 몰려왔다. 르블랑은 옷깃을 여미며 가벼운 오한을 떨쳐냈다. 두건을 쓴 희미한 형체가 두 손에 덮개가 달린 등을 들고서 발을 끌며 지나갔다. 희미한 등불에 비쳐, 돌과 회반죽으로 다져진 양쪽 벽이 보였다. 멀리서 뚝뚝 물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곰팡내가 코를 찔렀다.
어둠에 가려진 형체 하나가 행렬을 따라 어기적거리며 곁으로 지나갔다. 이 무리의 한참 뒤 쪽에 서 있던 르블랑은 자기가 뭘 입고 있는지 내려다봤다. 늘 입는 화려한 궁정 복장 위에 새까만 겉옷을 걸치고 검은 장미 모양으로 조각한 오닉스 벨트로 여민 모습이었다. 항상 들고 다니던 지팡이나 머리 장식은 온데간데 없었다. 눈길을 들자, 저 앞 터널 끝이 넓어져 방처럼 된 어둑한 공간에 한 무리의 군중이 모여 있는 게 보였다. 르블랑은 인파를 헤치고 앞쪽으로 나아갔다. 막아서 있던 사람들이 길을 터 앞 주자 그녀의 입에서 헉하고 탄식이 새어 나왔다. 구경꾼들 한가운데에서 다름 아닌 바로 자신의 모습을 대면하게 된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타인이나, 어떤 면으론 자기 자신이라 할 수 있는 존재. 그 즉시 과거에 겪었던 이 상황이 기억에 돌아왔고, 르블랑은 차분하게 다음에 전개될 일을 기다렸다.
두건을 덮어쓴 구경꾼들이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군중 한복판에 있는 르블랑과 똑같이 생긴 여인에게 쉰 목소리로 말했다.
"르블랑, 우릴 불러모은 이유가 뭡니까? 지금 시기적으로 검은 장미단이 이렇게 대규모로 회합을 하기엔 위험합니다."
여인이 뭔가 대답하려 입을 열다가 갑자기 숨이 턱 막혀 마저 잇질 못했다. 그리곤 드레스 주름 사이에서 핏방울이 뿌려진 수놓은 손수건을 홱 꺼내 기침이 터져 나오는 입을 틀어막았다. 여인이 곧 목청을 가다듬더니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형제자매여. 여러분을 소환한 이유는 내가 늙고 병약해졌기 때문입니다. 머지않아 난 흙으로 돌아가게 될 거에요."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이제 우리 단체의 수장 자리를 물러날 때가 되었군요."
좀 전보다 더 큰 기침 소리가 뒤를 이었다.
"여러분 중에 뛰어난 가능성과 지도력을 보여준 사람이 있습니다. 재능도 출중하지만, 야망과 충성심도 견줄 데가 없는 분이죠."
이렇게 말을 이으며 반짝이는 장식을 머리에서 빼내자, 여인을 감싸고 있던 환영이 일순간에 가셨다. 도자기처럼 매끄럽고 윤기 흐르던 피부가 잿빛으로 변하고 풍성하던 머리카락은 지저분하게 늘어졌으며, 눈두덩이 움푹 꺼졌다. 여인이 주름진 손을 르블랑 쪽으로 내밀며 말했다.
"이베인, 이리 나와 명을 받으세요."
르블랑이 앞으로 나가 수정 핀을 받아 들고는 깔끔하게 빗어 넘긴 머리에 꽂았다. 그러자 전임자가 지팡이도 마저 내밀며 말을 건넸다.
"이상하기도 하지.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아."
르블랑이 지팡이를 받아 들자 주위가 희미하게 사라졌다.
다음 순간 르블랑은 서재에 앉아 팔에 우아하게 지팡이를 걸치고서 섬세한 찻잔을 기울여 차를 홀짝이고 있었다. 맞은편엔 호리호리한 몸에 딱 맞는 군복을 걸친 쇠약한 인상의 사내가 어깨에 커다란 까마귀를 얹고서 앉아있었다.
"이렇게 친히 행차해 주시니 기쁘군요, 제리코 스웨인."
르블랑이 말을 건넸다. 스웨인의 갈퀴 같은 손이 찻잔 손잡이를 감싸더니 김이 오르는 차를 입으로 가져갔다.
"향이 아주 그윽하군요, 수호자 르블랑. 당신의 취향은 늘 그렇지만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그렇죠,"
르블랑이 미소를 지으며 수긍했지만, 그 미소에는 어딘지 슬픔이 어려 있었다. 그녀가 테이블 맞은 편으로 팔을 뻗어 사내의 흉터투성이 손을 잡았다.
"익히 알고 계시잖아요. 자신을 스스로 팔아넘기기 전부터요."
스웨인이 가시덩굴이 새겨진 오닉스 반지를 르블랑의 손에 쥐여줬다.
"맞아요. 전 희생을 치렀습니다. 우리를 위해서요. 검은 장미단은 수호자님의 것입니다. 전 더 위대한 존재가 됐구요."
그 말에 동의라도 하듯, 어깨 위에 앉아있던 까마귀가 깍깍 울었다.
"이제 때가 됐습니다. 저와 힘을 합치면 보람 다크윌이 우리한테서 빼앗아 갔던 걸 되찾을 수 있습니다."
르블랑이 반지를 들여다봤다.
"이미 다크윌의 신임을 얻기 위해 정체성을 버리셨잖아요. 다른 사람들은 그리 탐탁해하질 않을 거에요."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다른 방법도 있으니까요."
스웨인이 말을 이었다.
짐꾼 하나가 문간에 와서 다른 손님이 찾아왔다고 알렸다.
"뒤 쿠토 장군이 뵙기를 청합니다, 수호자님."
르블랑이 호기심 어린 눈길을 스웨인에게 보내며 대답했다.
"올려보내세요."
짐꾼이 서재에서 물러갔다.
"뒤 쿠토라면 그 천박한 장군의 충견 아닙니까."
르블랑이 내뱉듯 말했다.
"우리에겐 필요 없는 인물이에요, 제리코."
"그건 잘못 생각하신 걸 수도 있습니다, 환술사여. 뒤 쿠토는 고귀한 혈통을 이어받은 사람이에요." 스웨인이 대답했다.
르블랑이 반지를 들어 올렸다. "그래도 우리 일족이 아니에요!"
스웨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리그에 들어오려는 이유가 뭔가요, 르블랑?"
"우리 일족의 타고난 권리를 되찾기 위해섭니다,"
선언하는 르블랑의 두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내 장담하는데, 반드시 되찾고 말 겁니다."
제리코 스웨인이 테이블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부드러운 손길로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속 마음을 그대로 드러낸 기분이 어떤가요?"
르블랑이 고개를 홱 젖히며 깔깔 웃었다.
"내가 속 마음을 드러냈다고, 소환사?"
조롱하는 말투가 역력했다.
"르블랑을 간파할 수 있다 생각하는 건 오산이오. 나보다도 연륜이 높고, 댁네들 소중한 리그보다도 더 오랜 세월을 살아낸 분이시오."
스웨인이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눈앞의 문이 활짝 열리며, 쏟아져 들어오는 빛 속에 이젠 르블랑 혼자만 남아 있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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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르블랑은
이베인이라는 원래 있던 르블랑의 후계자에여
자꾸 르블랑 할머니라 하지마여 ㅠㅠ
이분이 어딜봐서 할머니임 ㅠㅠ
할머니가 OP 라니
할머니가 OP 라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