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media.daum.net/m/media/society/newsview/20140306143012084?RIGHT_REPLY=R6 손해배상·가압류를 해결하자는 취지로 지난 2월26일 출범한 사회적 기구 '손잡고(손배 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잡고)'에 따르면, 2월28일 현재 노동계에 청구된 손해배상 금액은 1691억6000만원에 달한다. 노동조합 간부나 개별 노동자 등을 상대로 동산이나 부동산 등을 가압류한 액수만도 182억8000만원이다(28쪽 < 표 > 참조). 업무방해죄(형법)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민법)은 이제 기업의 노사분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매뉴얼로 자리 잡았다. 합법 파업이든 불법 파업이든, 기업은 노조를 상대로 일단 고소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기 때문이다.
노동계에 '손배 폭탄'이 처음 떨어진 것은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통일중공업(현 S & T중공업)이 노동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액 8100여만 원을 청구했다. 당시 법원은 노동조합 손을 들어주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1건에 그쳤다.
1990년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1991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10여 건으로 늘더니, 액수도 1억원 미만에서 3억~5억원으로 올라갔다. 사용자(기업)가 손해배상 카드를 적극 사용한 배후에는 정부가 있었다. 노동계 이익을 대변한다는 노동부 장관이 손해배상 카드를 쓰라고 오히려 진두지휘했다. '최틀러'로 불린 최병렬 노동부 장관이 그 장본인이다. 1991년 10월4일 국정감사장에 나온 최 장관은 "노사분규 중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불법·합법 파업을 가리지 않고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토록 강력 지도하겠다"라고 말했다. 앞서 노동부는 전국 44개 지방노동관서에 "기업체가 노조 쪽의 불법 쟁의행위로 재산상의 손실을 입었을 때 민사소송을 제기하도록 지도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이 같은 정부 시책에 발맞추듯, 그해 대우자동차판매 지부가 5억원, 태평양화학은 4억원, (주)삼미는 3억원(진주공장)과 1억6000여만 원(창원공장)을 각각 노동조합을 상대로 청구했다. 정부 시책으로 불붙은 손해배상·가압류 소송은 1994년 대법원에서 첫 확정판결이 났다. 계명기독대학 부설 동산의료원 노조가 1991년 6월, 28일간 벌인 파업이 불법이라며, 대법원은 노조와 노조 간부가 연대해 학교에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회사가 청구한 금액이 실제 손해액에 비해 적다며 청구한 액수를 모두 인정해준 판결이었다. 이 판결은 선례로 남았다.
이전까지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파업 종료와 함께 노사 간 타협으로 취하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는 1·2심까지 다투다 회사가 취하하곤 했다. 하지만 1994년 대법원 판결이 나면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노동조합을 무력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IMF 구제금융 시기를 거치면서 정리해고가 본격화되고, 법원이 정리해고·간접고용에 저항하는 노동자의 파업을 '불법'이라고 잇따라 판시하면서 손해배상 면책 조항은 유명무실해졌다. 노동조합법에는 '사용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제3조)'라는 면책 조항이 있는데, 그 전제가 정당한 쟁의행위(합법 파업)일 때다. 그런데 한국은 정당한 파업의 조건인 '근로조건 향상'에 정리해고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 일본 노동조합법 > 의 집필자인 니시타니 사토시 오사카 시립대학 명예교수는 "일본에서 정리해고는 노동자의 해고라는 가장 중요한 노동조건에 해당하므로 당연히 단체교섭의 대상이 된다. 그 문제를 둘러싼 파업도 적법하다. 정리해고(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파업을 위법하다고 간주하는 한국의 사고방식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28쪽 상자 기사 참조).
이렇게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은 '경영상 긴박한 이유'로 번번이 제한되었다. 또한 정리해고에 맞서 파업을 벌이면 불법 파업으로 낙인찍혀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다. 누적된 손해배상 폭탄은 2003년에 터졌다. 막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비판하며 노동자들이 목숨을 끊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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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직접 손해배상 청구 당사자로 나서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손배 폭탄의 안전핀이 아예 뽑혔다. 정부가 직접 손해배상 청구 당사자로 나섰다. 2009년 법무부는 불법 파업으로 인해 공공 부문에서 손해가 발생하면 민사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용산 참사, 화물연대 집회, 쌍용자동차 파업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특히 경찰은 쌍용차 노조를 상대로 '경찰관 부상과 장비 파손'을 이유로 14억7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강희락 당시 경찰청장은 "민주노총과 쌍용자동차 노조를 상대로 손배 소송을 냈는데 민사 대응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점이 입증됐다. 경찰의 손해를 어떻게 계량화해서 청구할 수 있을지도 연구하겠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만드는 기적 4만7000원' 캠페인의 계기가 된 쌍용자동차 노조 배상액 47억원 가운데 13억7000만원이 바로 경찰에 배상해야 할 액수이다.
정부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당사자로 나서자, 기업도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가압류 소송을 늘려갔다. 2013년 1월 노동계에 청구된 손해배상 액수는 1306억원이었다. 손해배상 청구 액수가 늘어나면서 10년 만에 또다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동자가 생겨났다. 지난해 1월, 한진중공업 소속 최강서씨는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목을 맸다. 최씨가 숨지고 1년 뒤인 지난 1월 부산지방법원 민사합의7부(부장판사 성금석)는, 한진중공업이 노동조합을 상대로 청구한 158억원 가운데 59억59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989년 8100만원으로 시작된 '손배 폭탄'은 25년 만인 2014년 현재 2087배인 1691억원으로 늘었다. 단일 사업장으로는 철도노동조합에 가장 액수가 큰 313억원짜리 손배 폭탄이 떨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