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휴대폰 전원 다 닳았네. 어제 밤 꼽아둔 코드가 빠졌나보다. 어쩐지 알람 울릴 때 같았는데 안 울리더라. 덕분에 알람 울릴 때까지 잔대놓고 한 시간 반 더 잤다.
컨디션이 좋다! 역시 양질의 수면이 최고다.
전자렌지에 데워 쓰는 황토 찜질팩으로 무릎과 허리를 자기 전에 찜질하며 자연스럽게 자길 잘했다. 온열 찜질이 확실히 은근한 고통을 덜어준다. 잠도 잘 오고.
어제 자기 직전에 돼지 수육 세 조각에 삶은 양배추 큰 잎 하나, 돼지에 찍어먹은 강된장 약간. 여기에 일어나자마자 우유 큰 컵 데워서 커피 한 아들숟갈에 꿀 한 아들숟갈 타 먹었으니,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공급은 좀 된 듯.
어플을 열어 이전 기록을 본다. 화요일에 컨벤셔널 데드리프트하고 목요일에 스콰트 했으니 오늘은 컨벤셔널 데드리프트 하는 날이구나.
수면도 충분하고, 아니 한 시간 반 더 자서 아주 좋고, 영양도 균형이 맞고, 운동할 시간도 적절하니까‥
오늘은 기록을 갱신해볼까?
물통에 물 따라 타먹는 미네랄 비타민제 퐁 떨어뜨리는 손마저 춤춘다.
1분 거리 아파트 자율 헬스장 입장, 이크, 머신 할머니가 간만에 펙 덱 플라이 중이시다. 오늘 데드는 좀 조용히 해야 반상회 의제로 헬스장 신음 금지가 다시 안 올라갈텐데. 조심하자.
먼저 빈 봉 들고 스티프 레그 데드리프트와 햄스트링 스트레칭을 하고, 바벨 로우 하고, 스콰트 하고, 밀리터리 프레스와 비하인드 넥 프레스를 하면서 전신 스트레칭도 같이 십 분. 예열을 하고 나서 피 좀 돌리기 위해 제자리 달리기 가볍게 삼십 초, 팔벌려 뛰기 삼십 번.
심장이 준비되었음이 박동으로 느껴진다. 세팅하자!
헬스장 구석의 체육관 매트를 가져와 깔고, 그 위에 올림픽 바와 올림픽 웨이트를 가져다 놓는다. 1세트는 워밍업으로, 최소 웨이트로 5회.
바를 세팅하고 매트 밑으로 발을 집어넣어 발 간격과 위치 세팅한 후, 바를 정강이쪽으로 가져온다. 그리고 일어서서 깊은 호흡 3회, 4회 째 체육관 공기 다 들이쉬고 상체 전체를 갑옷처럼 힘 팍! 무릎 굽히고 허리 힘 빡 주고 똥꼬 확 조이고, 자세 잡고 바벨 콱 쥐고, 으라차차! 워밍업도 본 세트처럼! 아, 이 사랑스런 워밍업 현기증이라니!
5회 후 머신 할머니 눈치. 가벼워서 떨어뜨리지도. 신음 흘리지도 않아서 그런지 할머니는 트레드밀로 가신다. 좋아, 2세트 세팅. 과감하게 무게를 올린다.
또 강철처럼 상체 다 잠그고, 으라차차! 기립근이 안부 인사를 보내온다. 또 지랄이냐고. 2세트부턴 가장 약한 연결고리 근육이 자극되어야지. 느낌이 좋다.
2세트를 마치자 사장리프터님과 사모님 입장. 두 분이 오셔서 운동하시는 게 좋아보인다. 아, 사장님은 물론 웨이트 하시고 사모님은 트레드밀 하시지만.
덕분에 좀 떠들썩해졌다. 이제 신음과 바벨낙하 쩡 소리 조금 내도 되겠지. 마음이 편해진다. 바로 기존 기록으로 가자. 종전 최고 기록 세팅!
으라차차! 기립근아 일어나라!
3세트 5회 후 덜덜이로 질주. 얼른 마사지를 해 주면 왠지 좋다. 덜덜이 이십 초 후,
기록 갱신 도전! 한 번도 세팅하지 않은 무게를 바에 꽂는다. 사장리프터님 쳐다보시는 것이 느껴진다. 안 다치게 잘 할 게요!
새 무게다.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심장이 다른 속도로 두근거린다. 뛰는 것이 아니다. 헐떡이는 것도 아니다. 눈 앞에 처음 보는, 본능적으로 먹음직스럽고 강력해 보이는 사냥감이 있는 치타가 내 가슴 한 가운데 도사리고 있다.
자세 세팅도 달라야 한다. 더 깊은 호흡, 더 강력하게 조여지는 등과 허리, 배, 단전, 항문, 그리고 나노미터 단위까지 맞추고야 말겠다는 각오로 그립 위치를 가늠하는 눈과 그 곳으로 일병 막 단 놈처럼 각잡고 가는 두 손. 최고의 퍼포먼스를 준비하는 허벅지, 종아리, 허리.
들기 직전, 거울 속의 나를 본다. 이것은 처음 드는 중량이다!
으라차차!
잇사이로 새어나가는 신음, 온 몸에 걸리는 짜릿한 중량, 벌개지는 얼굴, 전신을 휘감는 전기 충격!
올라왔다!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 보이는 건 거울에 비친 직립한 내 몸과 내 두 손에 들린 처음 보는 중량 뿐. 3초만 더 버텨 보자,
이 무게는 이제 내 꺼니까!
그렇게 한 회 한 회 5회를 채우자,
내 근육들은 벌써부터 비상벨인지 팡파레인지를 울리고 GR이다. 참아라, 이 무게로 한 세트 더 할 거다!
한 세트 더 하고 나니 팡파레가 아니라 비상벨임이 분명해졌고,
나는 바닥에 드러누워 이젠 내 무게가 된 바벨을 그윽하게 바라본다.
이래서 웨이트는 중독이다, 오르가즘보다 그 횟수가 많은 만큼 더 강렬하다는 무게 오르가즘, 무르가즘 때문에!
내가 기록을 갱신하고 간신히 일어나 정리를 마치자, 그 빈 자리에서 사장리프터님께서 빈 봉 데드를 연습하신다. 내가 데드 하기 전에는 분명 컬만 하시던 분이었는데‥내가 데드 하던 거 보신 첫 날 따라 해보시다 일주일 동안 안 보이셨었던 적도 있으셨지, 아마‥
간만에 무르가즘도 느꼈으니,
오늘 점심은 삼계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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