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서 퍼온 기사입니다...^^; 오랜만에 조금 흥미진지한 기사길래 올려봅니다.
목요일 새벽의 살인…괴담의 끝은 검거뿐
저녁 외출 삼가고 학교선 ‘일찍 귀가’ 가정통신문 돌려
경찰 “모두 개별 사건… ‘살인의 추억’이라 말하지 말라
올들어 서울 서남부 지역에서 일어난 일련의 부녀자 피습·살해사건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서울판 살인의 추억이다’ ‘비오는 목요일 밤의 괴담이다’는 등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범인은 아직 오리무중인 상태다.
12일 서울 구로구 대림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60대 여성은 “이유없이 사람을 죽인다는데 아직 안잡힌 것 맞죠?”라며 “나도 우리 애들한테 조심을 시키는데 요즘은 정말 밤 12시면 사람이 안다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서울 서남부 지역에서 일어난 부녀자 피살·피습 사건은 모두 6건. 그중 1월과 2월에 일어난 2건은 미수에 그쳤고 나머지 4건의 피해자는 숨졌다. 이를 서울판 ‘살인의 추억’이라며 화성연쇄살인사건과 빗대어 말하는 것에 대해 경찰은 “절대 아니라”며 펄쩍 뛰고 있다.
13일 서울 대림동 구로경찰서 대림2 파출소에 마련된 수사본부의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언론이 자꾸 자극적으로 보도를 해 수사에 혼선이 생기고 시민의 불안을 자극한다”고 언론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12일 구로구 고척2동 순찰을 돌고 있던 수사본부 소속 지용근 경사는 “강도나 성폭행 등 분명한 살해동기가 없다는 이유로 같은 범인의 행동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잘 사정을 몰라 하는 얘기”라면서 “각각의 사건을 들여다 보면 동일범의 소행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6건의 사건들이 전혀 공통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사건들은 모두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이고, 금품을 뺏거나 성추행이 일어나지 않았다. 범행시간이 대부분 인적이 끊긴 새벽인데다가 5건은 오전2시와 3시 사이에 일어났으며, 4건은 목요일에 일어났다. 또 구로동, 고척동, 대림동 등 일부 사건 현장이 반경 4km내에 밀집돼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그리고 가장 큰 공통점은 화성연쇄살인사건과 서울 서남부 사건들 모두 경찰이 아직 범인을 잡지 못한 미제사건이다.
이런 일련의 사건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분명 차이점이 있다.
4월 22일 새벽 2시 40분쯤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서 모 전문대에 재학중인 대학생 김모(20)씨가 자신의 집 현관앞에서 살해된 사건을 보자. 범인은 김씨의 가슴과 허벅지 등 6군데를 예리한 칼로 찔렀다. 경찰은 “(칼에 찔린)상처의 폭이나 깊이를 볼 때 우발적인 범죄로 보이지 않는다”며 “개인적 원한에 의해 (피해자를)죽이려고 작정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5월 9일 보라매공원 남문 부근에서 살해당한 또다른 여대생 김모(22)씨는 숨지기 전 “40대 초반의 전혀 모르는 사람이 식칼로 찔렀다”고 증언을 한 바 있고, 5월 13일 대림동에서 살해된 중국동포 김모(39)씨 사건의 목격자는 “170cm 가량의 20대 남자를 봤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6월 17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아파트에서 이모(20)씨를 목졸라 죽인 혐의를 받고 있는 용의자 이모(42)씨를 를 붙잡아 조사중이라고 11일 밝혔다. 이 사건의 경우 흉기가 아닌 목을 졸라 죽인 범행 수법이나 사체를 장롱 속에 유기한 점 등이 다른 사건들과 확실히 구별된다.
인터넷 등을 통해 빠르게 유포되는 ‘괴담’들 역시 사실과는 큰 차이가 있다. 대표적인 괴담은 ‘비오는 목요일 하얀 옷을 입은 여자를 노린다’는 것. 6건의 사건 중 4건이 목요일에 일어났으나, 비가 온 날은 대림동 사건이 일어난 5월 13일과 가양동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6월 17일 뿐이었다. 신대방동 보라매 공원 사건이 일어난 사건 5월 9일 많은 비가 왔으나 그날은 목요일이 아닌 일요일이었다. 피해자가 모두 하얀 옷을 입었다는 것 역시 사실이 아니다. 이밖에 ‘지하철 2호선 라인을 따라 범행한다’ ‘특정 버스 노선을 따라 범행한다’ ‘사회에 불만을 품은 고시생 소행이다’ 등 전혀 연관이 없는 괴담들이 인터넷에 유포되고 있다.
‘괴담’까지 나돌면서 일련의 살인사건으로 인해 시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강서구 가양동의 경서중학교 임다희(14·여)양은 “살인 사건이 있은 뒤로 부모님이 밤늦게 밖에 돌아다니지 못하게 한다”며 “독서실 가기가 무서워 친구랑 같이 가지 않으면 안간다”고 말했다. 임양의 학교에서는 최근 ‘방과후 일찍 귀가하라’는 가정통신문을 보내기도 했다.
12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서 만난 정모(40·여)씨는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기를 큰길까지 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정씨는 “사건 이후 애들이 밖에 나갈 때나 놀 때 꼭 같이 나간다”며 “불가피한 경우 이웃에 부탁을 한다”고 말했다.
막대한 인원과 노력을 쏟고 있는 경찰도 범인이 잡히지 않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대림동 수사본부의 관계자는 “4월부터 의·전경 포함 1만 2700여명이 수사에 매달리고 있다”며 “하루에 채 4시간도 못 자면서 수사를 하다보니 이제 애들 얼굴을 까먹을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 노량진경찰서 관계자는 “현장에 뚜렷한 증거가 남은 게 없어 수사에 어려움이 많다”며 “잠복·탐문수사에 온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은 12일에도 31개 경찰서 서장들이 모여 회의를 열고 서울 서남부 지역에서 발생한 연쇄 부녀자 피습사건을 조기에 해결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립경찰대학교 이웅혁 교수(범죄심리학)는 살인범이 검거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 “살인동기가 분명한 사건이 많았던 과거와 달리, 비(非)면식범이 충동적으로 저지르는 살인 등 범죄 형태의 변화에 대한 경찰의 준비부족과 체계적이고 과학적 수사시스템 마련이 아직 미흡한 점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경찰만의 힘으로 사건 해결이 힘든 경우가 점점 생기는 만큼 시민들의 제보가 아주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① 1월 30일(금) 오전 3시쯤 구로구 구로 3동에서 40대 초반의 송모씨가 가슴과 허벅지를 칼에 찔려 다침.
② 2월 26일(목) 오전 6시 30분쯤 관악구 신림동에서 박모(18)양이 40대 괴한의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음.
③ 4월 22일(목) 오전 2시 57분쯤 구로구 고척2동 M빌라 자신의 집 현관 앞에서 여대생 김모(20)씨가 괴한의 흉기에 가슴과 허벅지 등 6군데를 찔려 사망.
④ 5월 9일(일) 오전 2시쯤 여대생 김모(22)씨가 신대방역에서 보라매 공원 남문 방향으로 혼자 귀가하던 중 괴한의 흉기에 찔려 치료를 받던 중 과다출혈로 사망.
⑤ 5월 13일(목) 오전 2시 30분쯤 영등포구 대림 2동 G음식점 화장실 앞에서 조선족 김모(39)씨가 가슴 등 4군데를 식칼에 찔려 치료중 사망.
⑥ 6월 17일(목) 강서구 가양동 모 아파트에서 목이 졸려 숨진 이모(19)양을 20일 집안 장롱 속에서 발견. 7월 10일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살인혐의 용의자로 이모(42)씨 검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