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아는 스토리라 굳이 스포랄 것도 없지요.
누구나 아는 스토리를 훌륭하게 풀어내었습니다. 고증 또한 타 작품들이 비해서는 준수한 편이라더군요.
깊은 울림이 있는 영화임엔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엔딩의 슬픈 곡조를 들으며 되새기던 중, 의미가 있는 점을 찾게되어 적어봅니다.
감독은 굳이 정조의 부채춤 장면을 긴 시간을 할애하여 구겨넣었습니다.
저 역시 그 장면을 보며 울컥했지만, 지나치게 긴 시간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몰입에 방해가 될 정도로 꽤나 많은 시간을 그 장면에 할애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를 보는 중에요.
더구나 정조의 표정을 더 보고 싶었고, 더 깊은 표정을 보고 싶었는데 자꾸 부채로 얼굴을 가리는 게 싫었습니다.
물론 그 부채에 의미가 있음에도 말이죠.
하지만 이제와서 굳이 기억을 꺼내지 않아도 맴도는 장면은 정조의 절제된 표정입니다.
분명 유아인씨의 연기는 정말 신들렸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엄청났습니다만, 이제와 다시 보니 앞의 모든 영화가 마지막에 함축되어 있다고 느끼게 됩니다.
사도세자는 이 갈등이 자신의 아들에게까지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을 알았습니다. 사도세자의 아내인 혜경궁 홍씨의 회고에서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조는 자신의 존재가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했단 사실을 이해했을 것입니다.
영조는 다른 왕들에 비해 굉장히 오래 살았지요.
영조가 일찍 죽었더라면 비극은 없었을 것입니다.
굴곡이 있었지만, 비교적 순조롭게 사도세자에게 왕위가 이어졌겠지요. 달리 대체자가 없었으니 말이지요.
다시 말해,
정조가 태어나지 않았거나, 총명하지 않았다면 비극이 없었을 것입니다.
지속적인 갈등에도 꾸역꾸역 흘러올 수 있었던 것은 사도세자 이외의 대체자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손이 왕재의 기질을 훌륭히 보여줄 무렵 이 비극은 마무리되어가기 시작합니다.
영조는 아들이 아니라 자신의 뒤를 이을 왕재가 필요했고, 사도세자는 기어코 거치적거리는 인물이 되어 버렸습니다.
정조는 당시엔 몰랐지만 성장해가며 깨달았을 것입니다. 자신이 없었거나, 총명하지 않았더라면 아버지가 죽음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
이를 느꼈을 때 얼마나 애통했을까요 ..
굳이 영화의 평을 쓰려하지 않았으나, 저 또한 영화의 말미에 몰입하지 못했으며, 그러한 평이 다수 있는 것 같아 공유코자 올립니다.
정조의 저 애통함을 영화가 더 잘 표현해 줄 수 있었더라면 마지막 장면은 더욱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감독은 마지막 장면을 알아주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워 하더군요.
굳이 훌륭한 영화의 마지막에 의미를 가지고 장식되었으니, 한가지 알고 다시금 되새겨 보는 것도 괜찮을 것입니다.
네, 정조는 자신의 존재가 아버지의 비극에 화룡점정이 되었단 사실을 느꼈습니다.
극단으로까지 치닫지 않을 수 있었지만, 자신의 존재와 총명함이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것입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던 어린시절의 비극에도 힘겨운데, 그 비극의 말미가 어쩌면 자신때문이었다니.
그것을 또 이제와 깨닫다니, 그리고 어쩌면 아버지도 알고 있었을 것이라니.
이를 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기꺼이 바보가 되었을 텐데 ..
비극은 영조가 시작했지만, 그 대미는 어린 정조가 장식합니다.
어쩌면 思悼, 이 슬픔의 온전한 주체는 정조였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