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퍼거 증후군이 있어요. 중학교 2학년쯤에 학교 위클래스 선생님이 권해서 정신과에 가봤었는데,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했어요.
지능은 높은편인데 공감능력이 낮고 정신연령은 7세 수준이라고 했었어요.
좌뇌하고 우뇌하고 발달정도가 다르다, 의사를 표현하는데 서툴며 집중력이 약하다. 3년이나 지나서 재대로 기억은 않나지만 대충 이런식으로 말했던것 같네요. 관련 책도 한권 추천해주면서 치료할생각이 들면 오라고 거기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치료할마음이 있어야 치료가 된다고.
상담내용이 무지하게 줄어들어있으니 아시겠지만 당연히도 안갔습니다. 솔직히 병원가기도 싫었어요. 선생님이 추천해서 엄마가 가자고 해서 어쩔수 없이 간거지, 진료비가 아까워서 진지하게 진단받긴 했지만 가기는 싫었습니다.
부모님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요, 자기 애가 자폐증 비스무리한거있다는데 좋아하긴 무리죠.
그 당시엔 몰랐는데 나중에 화내거나 대화하면서 싫어하는거 티내시더라고요. 너 진짜로 자폐증있는거 같다고 화낼때 아 싫어하는구나 앓았죠.
그리고 조금 생각해보니까 당연하다고 생각이 되더라고요. 학교에서 말썽이라고 해야하나 부적응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러고 있는것도 무지하게 싫어하는데, 아스퍼거 증후군있다고 하면 더싫겠죠, 예전에 병원가기 싫다고 할때 그래 가지말자라고 바로 한 이유도 좀 생각해보니까 알겠고요.
전 그냥 내 머리에 문제가 있구나 하고 지냈는데 약간 충격이더라고요. 엄청 싫어했구나.
그래서 엄마도 병원보낼생각안하고 저도 병원갈 생각 안하고 지냈는데, 이번에 갈생각을 하게 됐어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제일 긍정적인 이유는 고등학교 1학년에 거의 처음으로 친구를 사겨본거고 부정적인 이유는 그냥 책삭에 앉아있는게 너무 힘들어요.
애들이 떠들거나 선생님이 설명하는 것도 대충 조금만 신경쓰면서 들으면 그냥 귀에서 웃음소리같은 것들만 남아서 웅웅울리고 귀아프고 그거 때문에 이빈후과도 갔다왔는데 문제 없데요. 왔으니까 써준 처방봤고 약먹어도 당연히 똑같았죠. 그냥 면봉으로 귓구멍이나 후벼보다가 귀 빨개지고 나서야 눈치챘죠. 그냥 정신상태 문제구나. 걍 떠드는 소리 듣기 싫고 시끄러워서 웅웅 울리는거 ㅋㅋ 그리고 앉아있는 거 자체도 고문인데 선생님 수업 따라가려면 힘들어요. 농담한번듣고 딴생각 하면 그 다음수업은 전혀 안들리고 농담안들어도 딴생각나고 설명을 하는데 사람과 대화하는 것보다 책읽는게 그것도 속독하는게 익숙해서 그런지 너무 느려요. 수업을 들을때 같은 공식 응용해서 말하고 또 똑같은 방식으로 또풀고 같은개념 다르게 여러번 설명하고 도저히 못따라가겠어요.
이건 아스퍼거 증후군하고 상관없는 그냥 대중적인 평범한 문제 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앉아있는게 끔찍해요. 흐름놓쳐서 딴세계얘기하고 있는데 다시 흐름찾기도 힘들고 싫고. 그와중에 애들소리하고 쌤소리는 웅웅울리고 초등학교 땐 모두가 그러듯이 성적 잘나왔는데, 그때조차 한번도 수업을 재대로 들어본적이 없어요. 잠자거나 손장난하거나 딴거 하고 있으면 괜찮은데 아무것도 안하고 수업들으면 끔찍해요. 덕분에 중학교땐 고등학교는 검정고시할까 생각도 했어요. 지금성적보면 검정고시 안치고 다니길 잘했지만ㅋㅋㅋ
좋은건 친구사귄건데 말걸어준 애가 있었거든요. 처음사귄 친구라서 그런지 걔가 진짜 엄청나게 좋았는데 힘들었어요. 걔 친구들하고도 어울리기도 힘들고 뭐라 말걸어야할지 무슨말을해야할지 얼마나 걸어야하는제 우리가 얼마나 친한건지 전혀 모르겠어요. 나중엔 적극적으로 말걸어보긴 했지만 그것도 엄청나게 어려웠어요. 나중에 이말은 하면 안됐나 후회되고. 너무 달라붙었나 싶기도 하고. 감을 못잡겠어요, 걔가 생각하는 나와의 거리가 있을텐데 전혀 감을 못잡겠더라고요. 덕분에 학년 올라가곤 아직 무지하게 좋은데 연락 할 엄두도 않나고요. 어렸을때부터 감 잘못잡거나 정떨어질 행동거지 많이 했고, 이번에도 그래서 사실 걔도 그냥 날 싫어하는데 어쩔수없이 어울려줬나 그런생각도 들고요. 얘하고 진짜로 어떤 형태이든 연락을 이어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못하겠어요. 귀찮아할것 같기도 하고 포기했는데 그거 생각하니까 좀 그렇더라고요. 내가 왜 이럴까 그 아스퍼거 증후군인가 뭔가가 원인일까. 아님그냥 성격이 이따위여서 그럴까 처음으로 교우관계 계선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진짜 좋아하는 애가 생겼는데 걔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는 것도 싫고 연락못하는 것도 싫고 근데 내가 연락하고 걔가 귀찮아하거나 싫어하는건 끔찍하고 이걸 병원가본다고 고칠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번 가보려고요. 걔한테 연락하고 좀 똑똑하고 눈치있게 굴고 이렇게 되진 못해도 앞으로 걔 만큼은 아니어도 마음에 드는애가 생기면 지금처럼 굴지는 않게되지 않을까.
그리고 사실 이런 이유 다 떄려치고 고등학교 졸업하면 대학을 가든 취업을 하든 해야하는데 이상태면 안될것 같아요.
대학가서 수업듣기 힘들꺼고, 취업하면 더 힘들꺼고, 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지 책상에서 버티지도 못할것 같고.
집에서 아무일도 안하고 놀고먹을수는 없고요. 이대로 살면 복권당첨같은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이상 뭐라고 말하기 힘든 인생을 살게 될것 같은데.
싫어요. 저 욕심많아요 사고싶은 책만해도 백권이 넘고 가보고싶은 여행지도 수십개고 먹어보고 싶은것도 엄청 많아요.
집에서 부모님 눈치보면서 집안일만하고 대역죄인처럼 살기 싫어요. 상상만해도 끔찍해요.
죽기전에 연애도 한번쯤은 해보고 싶고, 게임 만렙도 한번쯤은 찍어보고싶고... 근데 계속이러면 게임만렙말고는 하나도 못 이룰것 같네요.
딴소리가 엄청 많았는데 그래서 어쨌든 병원 가보려고요. 엄마가 데려다주기로했어요. 몇번말하니까 저 문제 있는거 맞다고 인정했어요.
초등학교때 수업시간에 포스터칼라 물감 같은거 많지면서 손하고 책상을 엉망으로 만든적이 몇번 있었는데 (미술시간 아니였습니다.)
이런거 얘기하니까 알았으면 그때 가봤을꺼레요. 얘가 공부는 잘하니까 그냥 성격이 특이한거겠지하고 넘어갔었데요. 중학교 때 그냥 병원 다녀보는게 나았을것 같다는 얘기도 했고요. 그리고 공부는 그닥 중요하지 않으니까 친구를 사귀었으면 좋겠데요. 1학년땐 사겨서 좋았는데 2학년되니까 원상태로 돌아갔다고. 전 뭘 친구를 위해서든 공부를 위해서든 자기만족을 위해서든 가보고 싶어요. 그냥 뭔가 좀 변했으면 좋겠네요.
계속 이렇게 살면 안될것 같아요.
토요일에 가보기로하고 예약했는데 마음이 복잡하네요. 하지만 가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