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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와 그렇게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딱히 나쁜 편도 아니었지만...... 왜냐하면 내 엄마는 새엄마이고, 아빠와 내 친엄마 그리고 지금 엄마 사이에 "어떤" 일이 있어서, 친엄마가 나를 출산한 직후에 이혼한 뒤 지금의 엄마와 결혼한 사실에 의혹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꽤 복잡하기도 하거니와, 매우 사사로운 사정이기 때문에 언급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알아 둘 점은 내가 내 지금의 엄마를 그리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는 점과,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엄마가 나를 특별히 어떻게 못되게 군적은 없다는 점이다.
내가 지금의 엄마와 처음 만났던 때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을 때였다. 그리고 엄마를 가지게 된 지 3년이 지난 뒤 나는 동생이 생겼다. 내게 동생과 엄마는 한 가족이면서도, 뭔가 이질적인 관계였던 것 같다. 아마도 연령대가 문제였던 것 같다. 지금의 엄마는 내게 엄마라고 하기에는 너무 젊었고, 내 동생은 또 나와는 무려 12살이나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참고로 내게는 나와 11살 차이가 나는 조카가 있다.
지금의 엄마는 동생을 가지고 난 뒤 거의 매일같이 산책을 나갔다. 내 본가는 충청남도의 비교적 한적한, 역사도시 - 알만한 사람은 알 것이다. 충청남도에 있고, 역사도시인데, 관광객도 없는 지역. - 였기 때문에 도로도 깔끔하게 설치되어 있어서 한 번 나가면 거의 한 두시간 정도 뒤에야 돌아왔다.
중학교 1학년 일 때의 일이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낮잠을 자기 좋은 봄이나 가을같은 계절이었다.
그 때 나는 낮잠을 자고 있었다. 아마 오후 3시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 방에는 창문이 크게 나있기 때문에 낮잠을 잘 때마다 기분좋게 햇볕이 들어온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왠지 모르게 나는 아무런 빛도 느낄 수가 없었다. 어쩐지 그 날은 해가 빨리 졌는지, 나는 내 방을 음영이 가득 채운 것을 눈을 감은 상태에서 어렴풋이 느꼈다.
아니, 어쩌면 내가 느낀 것은 오한이었을지도 모른다. 싸늘한 기분.
일어나려고 했지만 일어 날 수가 없었다. 당황해서 나는 일단 눈을 떴다. 눈은 떠졌다.
가위에 눌린게 분명했다. 통상적인 가위는 아니다. 물론, 눈도 떠지고 목도 돌아가니까. 하지만 몸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도마로 무언가를 써는 소리가 들려왔다.
또각 또각. 하는 소리는, 아마 채소같은 것을 꾹꾹 눌러서 써는 소리이거니와 했다.
나는 엄마가 요리를 하고 있구나, 하고, 가위를 눌린 상태에서 조금 안심하는 기분을 가지며 그 쪽을 돌아보았다.
이상하게도 거실은 너무 어두웠다.
본가의 구조는 대략 이렇기 때문에 나는 침대에 누워있는 상태에서 부엌 쪽을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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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문 | 부엌 | 방1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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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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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 |----------------
| 침 | |
| 대 내방 | | 안방
| | |
나는 엄마의 뒷 모습을 조금 본 것 같다. 무언가, 눈에 낀 듯이 흐렸다. 몸을 움질이 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가만히 있었다.
본래 가위에 잘 눌리는 체질이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오히려 그 때는 가위에서 풀리면 또 게임을 해야지, 하고 생각했던 것을 기억한다.
...
.......
.........
.............
뭔가 이상했다.
엄마가 계속 도마질을 하고 있었다.
또각 또각. 하는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어림잡아 10분 정도는 계속 도마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때 나는 가위에서 풀리기만을 기다리며 늘어트렸던 정신이 흠칫하며 또렷해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눈에 무엇이 낀 듯이 흐릿한 시야. 하지만 거실 너머만 잘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고개를 돌려 문 안쪽의 내 방을 보니 모든게 다 또렷이 보였다.
유독 문 너머의 주방, 엄마 - 이 때 까지는 그게 엄마라고 생각했다. - 가 있는 쪽만 흐릿하게 보이는 것이다.
나는 그 것을 엄마라고 생각했다. 단지 여성의 어렴풋한 뒷모습만을 보고.
...
......
.........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어느새 나는 가위에서 풀렸다.
하지만 도마질 소리는 계속됬다.
마음 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을 다 했다.
나는 전혀 잠에서 깬 기색을 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누워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도마질 소리가 뚝 끊겼다.
그 순간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현관문으로 달려나갔다.
그 곳에는 유모차에 잠든 동생을 태우고 산책에서 돌아온 엄마가 있었다.
그 때 나는 처음으로 자발적으로 엄마에게 안겼던 것 같다. 안전한다는, 편안한 느낌을 받으며.
주방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단지 도마와 칼이 놓여져 있었을 뿐이다.
엄마는 그 것을 아무 생각 없이 치웠지만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그 날은 아침을 먹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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