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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487312
    작성자 : Merhbani
    추천 : 36
    조회수 : 8192
    IP : 123.215.***.167
    댓글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6/21 18:04:10
    원글작성시간 : 2012/06/15 00:00:59
    http://todayhumor.com/?humorbest_487312 모바일
    뉴메타 피들스틱을 만난 이야기

    때는 날씨가 선선한 새벽이었다.



    나는 개념이 없는 유저였기에

    노말 게임 챔프 선택창이 열리자마자 잔나를 픽한뒤 "서폿이요." 라고 말하며 락인을 걸었다.


    나는 가장 인기 많고 후반 기여도가 쩔고 캐리할 수 있는 포지션인 서폿을 양보할 생각이 없었고

    팀원들은 나의 락인 패기에 놀랐는지 어떠한 찍소리도 내지 못한 채 입맛을 다셨다.

    그래도 난 사과의 한마디도 뻥긋하지 않았다. 

    왜냐면 난 개념없는 유저였으니까.




    그러자 나의 행동에 영감을 얻었는지, 다른 팀원은 곧바로 서폿 다음으로 재미있고 인기가 높은 정글 포지션, 피들스틱을 고른 뒤 락인을 걸었다.


    나는 그의 패기 넘치는 행동을 보며 이번 판도 재미있게 굴러갈 것을 예감했다.


    아직 픽을 안 한 나머지 셋은 우리 둘의 행동을 보곤 어안이 벙벙했을 것이다.

    남은 포지션은 시궁창에 떨어진 찬밥신세마냥 인기도 없고 재미도 없는 탑, 미드, 원딜이었다.

    그들은 탑과 미드 순으로 픽을 골랐고, 마지막으로 남은 자리는 서폿이 활약하는 동안 게임 내내 가만히 구경해야 하는 너무나도 재미 없는 챔프인 원딜뿐이었다.


    픽을 가장 늦게 한 그는 "하... 이번 판도 어거지로 원딜을 해야 하는가. 나는 언제쯤 서폿을 할 수 있을런지." 탄식을 하며 자신의 느린 손과 느린 컴퓨터를 원망해야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게 꼬우면 먼저 고르든가. 




    그리고 게임은 시작되었다.

    이번엔 어떤 식으로 캐리를 할까.

    마침 퍼플팀이 되었고 블루와 봇라인이 가까웠기에, 캐리의 첫 시작은 피들의 블루 리쉬부터였다.

    나는 리쉬견제를 위해 자리를 잡았다.



    시간은 1분 55초가 되었고 야생의 골렘이(가) 나타났다.

    미드가 첫타를 골렘에게 맞추고 빠진 뒤, 나는 피들에게 쉴드를 건 뒤 골렘에게 짤짤이를 넣기 시작했다.



    그런데 몇 대 때리던 피들은 갑자기 뒤로 빠졌다.


    나는 어그로가 풀린 채 보금자리로 되돌아가는 골렘을 보며 피들스틱에게 물었다.

    "안 잡으세요?"

    피들이 말했다.

    "저거 못땀."


    그리고 그는 뜬금없이 그 자리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시간은 2분이 훨씬 넘었고 원딜은 내 옆에서 "서폿님 얼른 봇 가서 cs 드셔야죠."라고 말하며 갈길을 보챘다.



    나는 될대로 되라. 그의 자유로운 영혼을 존중하며 봇 라인을 향해 달렸다.

    그럼에도 계속 신경이 쓰였던건 무슨 이유였을까.



    그의 행동을 계속 주시하자니, 그는 골렘 앞에서 20초간 춤을 추다가 집으로 귀환했다.

    그리고 그는 집으로 귀환하자마자 레드가 있는 정글을 가로질러 탑을 향했다.

    아무 버프도 두르지 않은채 갓 태어난 아기처럼 순수했던 그의 1레벨 갱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솔 탑을 선 두 사람의 레벨은 3이었고 1레벨이었던 피들은 부쉬에 숨어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 탑의 레벨은 높아지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피들은 방망이 깎는 노인네처럼 조용히 때를 기다렸다.




    나는 피들에 대해 [패기만 넘칠 뿐이지 그에겐 과분한 포지션이었구나.] 라고 판단하며 그에 대한 관심을 거두었으나,

    갑작스레 울려퍼지는 퍼스트 블러드 소리에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요술을 부렸는지 피들의 1렙갱은 성공했고 피들이 직접 1킬을 먹은 것이었다.




    그는 자금을 마련한 뒤 정글을 돌 심산이었을까.

    금의환향하며 다시 집으로 귀환한 그는 블루가 있는 정글로 향했다.

    지금의 그라면 리쉬 없이도 혼자 골렘을 먹을수 있으리라. 

    안심한 나는 상대 정글의 갱을 방지하고자 용 아래쪽에 와드를 박으려 했다. 



    와드를 박는 김에 좀더 수고를 하여 골렘과 혈투를 벌이게 될 피들에게 쉴드를 걸어줄까 생각하였지만,

    나는 피들의 행보에 다시한번 놀라고 말았다.




    그는 블루를 생깐 뒤 쭉 내려와 부쉬에 숨어 봇 2렙갱을 노린 것이다.

    그때 봇 라인 레벨은 모두 4를 찍은 상태였다.




    물론, 피들의 2렙갱이 강력한 것은 사실이나 그 2렙갱과 지금의 2렙갱은 의미가 다르지 않은가.

    나는 피들의 다섯 수 앞 선 생각을 읽을 수가 없어 두려웠다.




    그는 또 다시 장고의 시간에 빠진 바둑 프로선수처럼 우리의 싸움을 주시했다.

    원딜은 라인을 당긴답시고 실피만 남은 미니언의 막타만 치는 졸렬한 행위를 하고 있었고

    나는 피들의 갱실력이 너무도 궁금했던 나머지 원딜의 졸렬한 행동을 묵인했다.



    그러나 다섯 수 앞선 장고 끝에 길은 보이지 않았는지

    2렙 피들은 30초간 부쉬에서 대기하다 헛걸음을 하고야 말았다.




    이번에야말로 그는 블루를 먹겠지라고 생각한 것은 나의 어리석은 판단이었다.


    그대로 올라간 2렙 피들은 6렙 미드라이너의 싸움에 참전하였고,

    나는 또 다시 놀라고야 말았다.




    6렙 미드라이너 싸움에 2렙갱이 통한 것이다


    1킬 1어시를 먹은 그는 또 다시 집으로 향했다.




    '피들은 블루 없으면 고자' 라는 개념을 밥상 엎듯이 뒤엎은 것이다.



    그가 처음 블루골렘을 잡은 것은 봇 갱마저 성공 시킨 뒤, 다 같이 용을 때려잡고 나서도 한참 후의 일이었다. 



    믿을 수 없게도 그가 가는 곳이면 필킬 필어시가 발생하였고,


    우리 팀은 무언가에 홀린듯 쉽사리 이길 수 있었다.






    게임이 끝나기 직전, 그는 우리에게 한 마디 하였다

    "블루 보기를 돌 같이 하라."
     

     


    P.S : 피들의 플레이를 설명함에 있어 한 치의 거짓도 없음을 밝힙니다. 이 글을 보시는 피들 유저분들, 피들이 블루 없이도 정글과 갱이 가능한지 좀 댓글좀 달아주세요. 지금도 믿기지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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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6/15 00:31:14  221.139.***.75  삽질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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