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헌다4호지만, 철인28호의 몸통과 같은 모습 때문에 오유에선 헌다28호인, 헌다28호(...) 입니다.
작년 7월, 올해 3월, 올해 7월. 벌써 세 번째 일본 자전거 여행을 하고, 여러분들께 재미있는 후기도 세 번째 쓰게 되네요.
또 제가 뭘 좀 하느라 바빠서... 이제야 후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기다려주신 분들께 죄송하네요.
이번 여행은 확실히 좀 4박 5일에 가까운 일정이라서, 대체 얼마나 써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군요.
2500장에 가까운 사진 중에 대충 추려낸 게 170여 장인데요.
아무튼, 제가 좋아하는 오유 자게 분들께서 재미있게, 함께 저희 형제의 여행에 동참하시는 기분으로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아, 가볍게 쓰려니까 너무 좋네요.
그간 스토리펀딩이다 뭐다 해서, 되게 길고, 약간 지루하게 쓴 것 같은데.
이제는 가볍게 설렁설렁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서론에 너무 길었네요.
얼른 출발하시죠.
이번 여행은 기존의 여행들과는 다르게 꽤나 오랫동안 코스를 짰고, 또 저희가 이번 여행을 통해 여러 가지 준비하는 게 있어서.
일정이 좀 길었는데요.
우선은 지도 부터 보시죠.
이번에는 도쿄 긴자에서 차를 빌린 다음, 자전거를 싣고 후지산까지 운전을 해서 갔습니다.
그리고 첫날 밤은 차 안에서 자고난 후 후지산을 올랐죠.
후지산에 올랐다가 내려와서 카와구치코 호텔(지난 여행기를 읽으신 분들은 기억하실까요?)에서 머물렀고, 다음날 아침 하코네로 떠났습니다.
그 다음날에는 상남 해변을 따라 요코하마로 향했죠.
요코하마 야경을 구경하고 하루 잔 다음, 도쿄로 돌아왔습니다.
루트를 짠 형이 이름 붙인 <여름 낭만>이라는 것에 걸맞게, 두 개의 높은 산과, 태평양이 보이는 해변, 그리고 야경을 모두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럼 첫 날부터 시작할게요.
첫 날, 오후 7시에 도쿄의 긴자에서 차를 빌리기로 했습니다.
전철을 타고 긴자에 도착한 다음, 렌트카 회사를 찾는데 완전 미로였어요.
무슨 렌트카 회사가 지하 2층에 있는지. 깜짝 놀랐습니다.
지하 2층에 있던 토요타 렌트카.
당시가 일본에서 연휴 기간이라 차를 겨우 빌렸다고 하네요.
차량 사무소 내.
중년의 여성 직원분이 친절하게도, 형의 면허증과 제 국제 면허증, 여권을 검사하시고,
여러 가지 설명과 함께 차를 내어 주셨습니다.
운전은 제가 하게 되었네요.
운전병 출신인 형은, 일본에서 운전을 해본 지가 한 1년이나 2년 정도 된다고 하니,
한국에서 차를 모는 제가 모는 편이 낫다는 식으로 논의를 했기 때문이죠.
일단 운전자는 두 명 다 등록했는데, 제가 끝까지 운전을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제가 운전하면 제 친구들이 아무도 안타려고 하고,
저도 운전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도.
하게 되었네요.
사실 뭐, 죽어도 내가 운전하다가 죽으면 좀 덜 억울할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저녁 7시 반 무렵의 긴자.
아직 해가 밝군요.
사람들이 참 많았고, 차들도 참 많았습니다.
일본에는 아시다시피 차선이 반대라, 운전하면서 힘들었는데요.
특히 시내 주행에선 꽤나 어버버 어버버 했습니다.
무슨 좌회전 신호도 되게 짧고, 보통은 눈치껏 좌회전 하는 느낌이랄까-
우리나라 비보호 우회전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차를 몰고 일단 형의 집으로 와서,
앞에 차를 대놓고 자전거를 싣는데,
갑자기 엄청난 소나기가!
게다가 아직 도쿄를 벗어나지도 못했는데 비까지 오다니.
운전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차만 그런 지는 모르겠는데, 일본 내비게이션은 운전 중에 조작이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차를 세우고, 내비를 후지산으로 맞추고 출발했습니다.
내비의 음성은 일본어라, 형이 옆에서 통역을 해주더군요.
아무튼 우리는 수도고속도로로 갑니다.
혹시 예전에 플레이스테이션2 시절에 <수도고 배틀>이라는 게임을 아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네요.
대표적으로 <카이도 배틀>이라고, 당시 이니셜D 열풍으로 다운힐 레이싱 게임이 유명했는데요.
그 회사에서 나온 <수도고 배틀>은 도쿄의 수도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배틀을 하는 게임입니다.
실제 수도고속도로를 옮겨놓은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누군가가 하이빔을 날린다? 그럼 바로 레이싱에 돌입하는, 아주 무시무시한 게임인데요.
저는 원래 <카이도 배틀>을 하고 싶었으나, 구할 수가 없어서 <수도고 배틀>을 했었죠.
그런데 PS3를 선물받고 나서도 계속 PS2의 <수도고 배틀>을 할 만큼, 이 게임을 굉장히 재미있게 했습니다.
갑자기 이 이야기를 왜 하냐면,
제가 10대 후반? 20대 초반에 게임 속에서 달리던 그,
일본 도쿄의 수도고속도로를 30대가 되니까 직접 차로 달리게 되니 신기했습니다.
어딘가, 예전에 달려본 것 같단 기시감이 들긴 했는데, 그건 추억이 만들어낸 거짓 감정일테죠.
아무리 제가 그 게임을 많이 했어도, 길을 기억해내진 못했을테니까요.
"게임 속에서만 달리다가, 직접 달려보니까 어떻나?"
형이 묻더군요.
"신기하지."
정말 신기했습니다.
후지산 까지는 고속도로를 타고 2시간 정도를 가면 도착하더군요.
일단 도심지 내의 번잡한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슬슬 교외로 빠지니까 운전하기가 쉬웠습니다.
일본사람들은 차간 거리를 상당히 잘 지키는 편이더군요.
그래서 제가 우왕좌왕해도 양보운전을 많이 하기도 하고, 또 차간 거리가 있으니까 확실히 편했습니다.
그렇게 달리다가 보니 나온 휴게소가 있기에 들어갔죠.
이번 여행에서 우릴 안전하게 데려다 준 도요타 차 입니다.
제가 차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무슨 차인지는 모르겠는데,
7인승이라고 하더군요.
뒤에 좌석들을 다 눕히고 앞으로 당겨서 자전거 두 대를 실었어요.
번호판이 '문고' 처럼 보이네요.
이시카와 라는 곳의 휴게소군요.
한 이즈음 되려나?
이 지도 화면 캡쳐는 여기서 밖에 안했으니, 이 즈음 되는 듯 합니다.
식권을 뽑는 티켓머신.
한국말로 식권이라고 적혀 있는 게 인상깊었습니다.
이 휴게소에 한국인들이 자주 오나봅니다.
저도 일본에 휴게소는 처음이라 어버버 했네요.
구성은 뭐, 우리와 같습니다.
식당, 편의점, 특산물 판매점, 화장실, 흡연구역.
저희는 거의 아침 겸 점심 밖에 먹지 않아서 늦은 저녁을 먹게 되었습니다.
카레 돈까스.
정말 맛있었어요.
아, 대충 차 안은 이렇게 자전거를 넣었습니다.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으실까요?
저희 형은 원래 트라이애슬론용 자전거인 CEEPO VIPER를 탔는데요.
이번 여행에 앞서 여행용 자전거로 비앙키 XR1인가, 뭔가, 2인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걸 중고로 산 모양입니다.
아, 그리고 제가 일본에 가기 전에 말씀드렸던 휠셋 나는 나무.
이번에 받은 휠셋은 펄크럼7이라고 합니다.
원래 저 자전거에 붙어있었던 모양이네요.
무게가 약간 무거운 것 빼고는,
확실히 여행할 땐 제가 쓰던 마빅 코스믹보단 안정감이 있었습니다.
저도 잘은 몰라서 그저 체감상 말씀드리는 거예요ㅎㅎ
튼튼한 것 같기도 하고.
라쳇 소리도 좀 컸던 것 같고.
한국에 온 지금도, 저 휠셋이 달려 있어요.
마빅으로 갈기 귀찮아서(...)
아무튼 휴게소를 나와서 또 1시간 여를 달렸습니다.
가다가 앞에 캠핑카 하나가 있었는데요.
번호판이 '상남' 번호판이더군요.
'상남'은 만화책 '상남 2인조'의 그 상남입니다.
형이 그 번호판을 보더니.
"이번에 우리도 상남을 달리는데, 아, 상남이라니. 좋은 노래가 있지."
하면서 핸드폰으로 들려주더군요.
그 노래가 뭐냐하면.
나나오 타비토 라는 가수의 <쇼난(상남)이 멀어져간다> 라는 노래였습니다.
잔잔한 기타소리와 함께,
전 일본어를 잘 몰라서 부분 부분만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아무튼,
나나오 타비토의 목소리와 함께 밤의 고속도로를 달리는 형제들.
이 뮤직비디오를 보시면 배경이 되는 해안이 바로 상남인 모양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저는 저 풍경을 여행 3일째 되던 날에 보게 되지요.
그 후로 이 노래를 계속 듣고 있습니다.
지금도 글을 쓰면서 듣고 있죠.
이 노래를 들으면, 어째서인지 전 감정이 좀 울컥합니다.
아마, 제가 형과 함께 상남을 달릴 때, 힘들다고 형에게 좀 짜증을 냈었는데,
한국으로 돌아오는 공항에 홀로 이 노래를 듣고 있으니,
그 해안가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홀로 일본에 남겨질 형이 안쓰럽기도 하고, 또 그때 짜증내서 미안하기도 하고,
뭔가, 여름의 낭만이 끝나가는 기분도 들었고.
그래서 그런가봅니다.
사실 공항에서 혼자 이 노래 들으면서 비행기 타길 기다릴 때, 갑자기 눈물이 핑 돌더군요.
헤에.
시간 나면 한 번 들어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그렇게 달려서 도착한 후지산.
한 10시 무렵에 도착했으니 생각보다는 일찍 도착했습니다.
형이 24시간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을 알아두었고, 거길 내비로 찍어서 가는 중이었는데.
어두운 밤 산 속의 도로를 타게 되더군요.
완전 무서웠습니다.
차도 없고, 밤은 깊었고, 숲은 어둡고.
이 길이 맞나? 하면서 찾아간 곳에 주차장 문이 닫혀 있더군요.
으잉? 하면서 그 길로 더 내려가보니, 한 2킬로미터 더 가서 제3주차장이 나왔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한 거죠.
24시간 주차하는데 천 엔 정도였습니다.
그 깊은 밤에 할아버지와 할머니 직원분들이 야간 근무를 하고 계시더군요.
우린 적당한 곳에 차를 주차하고,
주변을 조금 둘러보는데,
다행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무슨 버스 정류장, 깨끗한 화장실, 그리고 수분을 보충할 수 있는 자판기가 있더군요.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말 아무도 없습니다.
여기가 버스정류장인가봐요.
그리고 저 어둠 너머에 후지산이 우뚝-
형제는 밤 11시, 차 안에서 잠을 청합니다.
뒤에 자전거를 넣어서 그런가, 접어놓은 시트 때문에 좌석이 눕혀지질 않더군요.
그래서 앉은 상태로 자다 깨다를 반복했습니다.
다행히 산이기도 하고, 날도 선선했지만,
벌레를 아주 극혐하는 형이 창문을 못열게 하는 바람에,
시동을 걸고 에어컨을 켜고 끄기를 반복하면서 어떻게든 잠이 들었네요.
"야, 이러다가 내일 후지산 올라갈 수 있겠나. 이렇게 자면 컨디션이 안좋을 것 같은데."
"뭐, 어쩔 수 있나. 그래도 가야지."
두런 두런 대화를 나누던 형제는 잠이 들고,
문득 정신을 차리니까 새벽 4시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비몽사몽한 형제.
전 차 안에서 옷을 갈아입고,
형은 차 밖에서(...) 옷을 갈아입더군요.
무슨 자연인도 아니고.
그렇게 옷을 갈아입고, 어제 사놓은 이온음료로 수통을 채우고 난 후에,
출발을 했습니다.
조금만 올라가다 보니, 밤에 아무 것도 안보이던 곳에서 후지산이 뙇! 하고 나타나더군요.
저게 바로 후지산입니다.
후지산이 저 멀리에 있어요.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어제 우리가 이 주차장까지 차로 신나게 내려왔거든요?
그렇다면, 다시 신나게 올라가야 한다는 말이 됩니다.
어우, 생각지도 못했던 업힐을 일어나자마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길이 거리가 한 2~3 킬로미터 되려나, 잘 모르겠는데요.
아무튼 꽤나, 이상하게도 아주 길고 고되게 느껴졌던 업힐이었습니다.
차도를 타고 가는데도, 벌써부터 "아, 후지산.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업힐은 여전히 저희에겐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꾸역꾸역 올라갔죠.
형도 기변을 하고 난 후에는 꽤나 수월하게 올라왔고,
저도 생각보단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후지산 스바루 라인.
스바루는 아마 그 자동차 회사 스바루가 맞을 겁니다.
민자도로인 모양이죠.
입장료도 받습니다.
자전거도 말이죠.
카드나 우리나라의 하이패스 같은 것도 안되는 모양입니다.
무조건 현금이었던 것 같아요.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버스 기사님도 손가락에 현금을 끼고 통과하는 걸 봤으니까요.
아, 자전거 요금은 한 대에 200엔입니다.
예전에도 한 번 말씀드렸는데, 후지산에는 차와 오토바이, 자전거가 모두 오를 수 있습니다.
단 산 중간 정도일려나? 5합목 까지 말이죠.
후지산은 총 10합목 까지 있습니다.
산을 오르려는 분들은 5합목부터 10합목까지 걸어서 가시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후지산이 활짝 열려있는 기간이 생각보다 짧습니다.
봄의 끝과 여름 즈음? 몇 개월 안되는 모양입니다.
워낙 고지대고, 기후도 멋대로라서 나머지는 입산 통제가 하루하루에 따라 다르다고 하더라구요.
혹시 가시려거든 참고하시고, 잘 알아보시기를.
우리 형제는 요금을 지불하고 난 후,
"화이팅!"을 외치며 후지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우리 형제의 여름 낭만인 240킬로미터 자전거 여행이 시작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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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여기까지네요.
여기까지 재미있게 보셨는지 모르겠어요ㅎㅎ
자전거 게시판에 쓸 글이 아니라 어딘가 여행게시판에 갈 것 같은 글이긴 한데,
그래도 자전거 사진이 한 장 정도 있으니, 너그러이 봐주시기를.
흠, 쓰다보니 아직 손이 덜 풀려서 글이 좀 드라이하네요.
그리고 생각보다 연재분이 많아질 것 같은 느낌입니다.
다음 화는 후지산을 오르는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
좀 더 재미있게 쓰고, 좋은 사진도 많이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그럼, 그때까지 우리 자게분들,
안전하고 즐거운 라이딩 하시기를 멀리서나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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