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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의 역사 (1) ~ (2) (이전 글 확인은 파란 글자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마약의 역사 - 3. 환각의 원액 사람들이 양귀비를 애지중지하며 키우는 이유는 바로 수액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양귀비의 모든 힘은 바로 이 수액에서 나온다. 그런데 이 수액을 받는 일이 만만치가 않다. 꼬투리에서 수액을 받아 아편을 수확하는 일은 오로지 사람의 손으로만 할 수 있는 노동집약적인 작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세기 동안 작업 방식이 거의 변화가 없었고,
이런 이유로 아편을 만드는 데는 오랜 경험을 통해서 얻은 지식과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양귀비 꽃잎이 떨어지고 약 2주 정도가 지나면 양귀비를 재배하는 농부는 꼬투리 상태를 검사하고 머리를 똑바로 세우는 과정을 통해 수확할 준비를 한다. 이 때 꼬투리는 진한 녹색 상태여야 하며, 꼬투리의 끝이 곧추서거나 위로 굽어져 있어야 한다. 하지만 양귀비 밭의 모든 꼬투리가 동시에 무르익지 않기 때문에 농부는 몇 주 동안 주의를 기울여야만 한다.
농부들은 양귀비 수액을 채취하기 위해 손잡이 위에 3~4개의 철제 또는 유리 날들이 나란히 달린 칼을 사용한다. 이 칼을 이용해 꼬투리 표면에 수직으로 여러 개의 상처를 내는데, 이때 상처는 너무 깊어도 안 되고 너무 얕아도 안 된다.
만약 상처가 너무 깊으면 수액이 과다하게 나오면서 꼬투리가 시들어버리고, 반대로 상처가 너무 얕으면 수액의 추출 속도가 더디고 그마저도 상처에 딱지가 앉아 수확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이상적인 상처 깊이는 1~1.5mm 정도이다.
수액을 채취하는 모습
수액의 채취는 수액이 꼬투리 표면에서 밤새도록 흘러나와 천천히 응고될 수 있는 늦은 밤에 이루어진다. 만약 수액 채취를 한낮에 하게 되면 수액이 마르면서 상처 난 곳을 막아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지역에서는 빠른 속도로 수액을 채취하기 위해 한낮에 일을 하기도 한다. 한낮에 수확하는 일은 오랫동안 양귀비를 재배한 경험많은 농부만이 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경우이다.
양귀비의 수액은 걸쭉한 우윳빛 물질인데 공기 중에 노출되면 산화되면서 특이하고 야릇한 향기를 풍긴다. 그리고 짙은 갈색의 끈적한 물질로 변하는데 이것이 바로 생아편이다. 농부는 꼬투리에 들러붙은 생아편을 손잡이 짧은 철제 날을 이용해 조심스럽게 긁어모은다.
이때 농부는 철제 날에 생아편이 덮이지 않도록 물로 자주 씻어주어야 한다. 철제 날을 자주 씻어주어야만 날이 무뎌지지 않아 작업능률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 농부들은 이 과정을 매우 귀찮게 여겨 물 대신 혀로 씻기 때문에 아편에 중독되는 경우가 많다. 양귀비는 다른 농작물처럼 수확이 단발로 끝나지 않으며 하나의 양귀비 꼬투리에서 대여섯 번 정도의 수액 채취가 가능하다. 따라서 아편 수확량은 꼬투리의 크기와 농부의 경험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난다. 보통 하나의 꼬투리에서 나오는 생아편의 양이 약 80밀리그램이라고 할 때, 1만 평방미터 정도의 양귀비 밭에서 거둘 수 있는 양은 8~15kg 정도가 된다.
수확한 생아편은 약간의 열을 가하여 말랑말랑한 상태로 만든 뒤 다시 둥근 형태나 토막 형태로 변형시켜 굳을 때까지 여러 날 동안 햇볕에 말린다. 이 때 생아편은 강한 냄새를 풍기며 끈끈한 암갈색이 된다. 다 마르면 비닐이나 잎사귀로 감싼 다음 그늘진 곳에서 수개월간 또다시 건조시킨다. 건조된 생아편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딱딱해지며 무게도 늘어나 상품성이 높아진다.
농부들은 이 생아편을 그대로 넘기기도 하지만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한번 끓인 후 훈증하거나 약간의 가공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생아편을 물에 끓이면 무거운 불순물은 바닥으로 가라앉고, 불필요한 부스러기들은 위로 떠오르며 용해된다. 이것을 무명이나 촘촘한 체에 받친 후 은근한 불로 끓이면 투명한 갈색을 띤 액체아편이 된다. 이 액체아편을 틀이나 접시에 넣은 뒤 단단해질 때까지 다시 한번 건조시킨다. 몇 번의 정제과정을 거친 순도 높은 아편은 비싼 가격을 받게 되며 아편 중독자나 상인들에게 넘겨져 아편의 원래 목적,
즉 파멸이란 호수 위에 아슬아슬하게 떠 있는 천국의 쾌락을 맛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