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658일을 맞이하는 2월 2일 오늘은 생일 주인공이 네 명이나 됩니다. 단원고등학교 2학년 5반 김도현 학생, 2학년 7반 김민수 학생과 김성빈 학생, 2학년 9반 편다인 학생의 생일입니다. 반 순서대로, 같은 반에서는 이름 가나다순으로 소개합니다.
2학년 5반 김도현 학생입니다.
도현이는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아이였습니다.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해서 따로 학원에 다닌 적도 없는데, 혼자서 연습해서 피아노와 기타는 물론 바이올린, 우쿨렐레, 비파까지 연주했다고 합니다. 피아노와 기타를 가장 많이 연주해서 가장 능숙했고, 바이올린은 집에 사다두고 연습은 했지만 시간이 없어서 많이는 못 했다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도현이의 꿈은 대학에 가서 실용음악과에 진학하여 정식으로 음악을 공부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도현이가 음악을 좋아하는 것이 그냥 취미 정도라고 생각하셨지만, 따로 배우지 않았는데 음악을 들으면 바로 악기로 연주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재능인지는 나중에 깨달으셨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좀 더 일찍 도현이의 재능을 알아보고 뒷받침해주지 못한 것이 너무나 한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도현이는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따라서 단원고등학교에 입학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친구들과 좋아하는 음악이 있어서 도현이는 학교 생활을 무척 즐거워했습니다. 수학여행을 가게 되었을 때도 도현이는 굉장히 신이 나서 들떠 있었습니다. 수학여행 가기 전에 연습하던 곡이 있었는데, 도현이는 엄마한테 연습한 데까지만 들려드리고 나머지는 돌아와서 연습해서 끝까지 들려드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도현이는 약속을 지킬 수 없었습니다. 도현이 어머님은 도현이가 꿈에라도 한 번만 나와서 피아노나 기타를 연주해주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십니다. 도현이가 오늘만은 어머님 꿈에 나와서, 어머님의 기억 속에만 남은 아름다운 음악을 다시 한 번 들려드리기를 바랍니다.
함께 생일을 맞이한 2학년 7반 김민수 학생입니다.
7반에는 유독 외동이가 많습니다. 민수도 외동아들입니다. 아버지는 민수를 친구처럼 키우셨습니다. 주말이면 민수랑 아빠랑 등산하러 다녔고, 고등학교 졸업하면 아빠가 술을 가르쳐 주시겠다고 약속하기도 하셨습니다. 아버지가 민수에게 엄격하게 가르치신 것은 단 한 가지, 정직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민수는 아버님이 바라시는 대로 정직하고 성실한 아이로 자랐습니다.
민수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고, 형제도 없다 보니 딱히 마음을 터놓을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과외 선생님을 형처럼 따르고 친하게 지냈다고 합니다. 진로 상담이나 장래희망 등도 과외 선생님은 대학생이니까 대학에 대해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해서 과외 선생님께 상담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민수의 꿈은 충남교대에 진학해서 수학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같은 7반, 같이 생일을 맞이한 성빈이입니다.
성빈이는 형이 하나 있는 막내아들입니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성빈이는 형이랑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형은 성빈이를 잘 돌봐주었고, 성빈이도 형을 챙겨주며 사이 좋게 지냈습니다.
어머니는 성빈이와 성빈이 형에게 집안일 심부름을 시키시는 일이 많았는데, 성빈이는 단 한 번도 불평하지 않고 어머니가 시키시는 대로 빨래도 잘 하고 설거지, 청소도 잘 했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힘드실 때면 안마를 해 드리기도 하는 다정한 막내였습니다.
성빈이의 특기는 운동이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운동을 잘 했고 특히 태권도를 잘 했다고 합니다. 성빈이는 운동도 잘 하고 먹성도 좋아서 뭐든지 잘 먹었지만, 살찔까봐 조심하는 평범한 십대 소년이었습니다. 꿈이 많아서 장래희망은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해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성빈이 아버님은 2013년 11월에 암 판정을 받고 투병중이셨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성빈이를 잃고 나서 아버님은 2015년 7월에 성빈이 곁으로 가셨습니다. 성빈이 형은 군대를 갔고, 이제 성빈이 어머님만 혼자 남아서, 성빈이와 아버님이 있는 화성으로 이사를 하셨습니다.
성빈이와 성빈이 아버님이 이제는 춥지 않고, 아프지 않고 따뜻한 곳에서 함께 평안하고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군복무중인 성빈이 형과 혼자 생활하시는 성빈이 어머님도 언제나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함께 생일을 맞이한 2학년 9반 편다인 학생입니다.
다인이는 수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중학교 때 부모님한테 드디어 강아지를 키워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나서 유기견 보호소에 가서 봉사를 하면서 버려진 강아지들을 돌보다가 강아지 "별이"를 집에 데리고 왔습니다. 별이를 돌봐주면서 토끼도 직접 키워보고, 관찰일지를 쓰면서 동물들의 생태뿐 아니라 마음을 이해해 보려고 했습니다. 다인이는 토끼 눈 색깔이 변했다고 걱정했는데, 알고보니 토끼는 원래 자라면서 눈 색깔이 변한다는 걸 알고 안심하기도 했습니다.
다인이는 단원고 연극부에서도 활동했습니다. 첫 연극에서 주연을 맡았는데, 그 작품이 안산 청소년연극제에서 금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다인이는 잠시, 오랫동안 꿈꾸었던 수의사가 아니라 뮤지컬 배우가 될까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다인이는 집에서 엄마하고 친했습니다. 엄마가 "누구 딸?" 하고 물으시면 "엄마 딸!" 하고 대답하는 귀염둥이 애교쟁이였다고 합니다. 글재주도 좋아서, 친구가 그룹 인피니티의 가수 엘을 좋아한다고 해서 친구를 위해 팬픽을 세 개나 써 주었다고 합니다. 다인이는 자기가 쓴 소설, 강아지를 키우면서 관찰한 일들, 토끼 관찰, 유기동물들을 위한 기사 등등을 블로그에 열심히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안산 합동분향소 전광판 #1111 은 24시간 운영하며 무료입니다. #1111로 문자 보내 도현이, 민수, 성빈이, 다인이 생일을 축하해 주세요. 부모님께 삶의 희망이고 활력소이며 사랑이었던 아이들, 잃어버린 미래의 꿈들을 잊지 말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