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법이 있고 거기에 규격대로 맞아야 하는 강박? 저는 없습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고, 누구나 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데, 자기들의 입맛에 맞지 않다고 중립 운운하는 건 사고의 자유를 왜곡하는 짓이죠.실제로 얘도 잘못 쟤도 잘못, 이런 경우가 현실에선 더 많습니다. 그 잘잘못에 대해서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걸 진영 논리와 자신들의 이분법, 적 아니면 우리란 규격에 맞아야 성이 풀리는 분들, 대체 누가 무지한 걸까요?
자기들의 이분법이 남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건 헤게모니일 뿐입니다. 다른 분들은 다른 이분법과 정치 논리를 가질 권리가 있고, 고로 자기들의 입맛에 맞는 정의를 외치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들을 비난할 근거 없습니다. 중립이니 뭐니 이런 소리로 남의 주장을 깎아 내리는 것은, 토론이나 논쟁의 구도에서 자기만 차포 붙이고 토론에서 이기려는 수법 이상 이하도 아니더군요.
그럴 시간에 차라리 상대 논점을 윤리-정치적으로 비판할 완전한 논리를 갖추도록 노력하세요. 프레임만 가지고 이기려는 수법은 자기 무덤을 팔 뿐입니다. 그리고 그런 수법은 지적게으름을 낳아 본인에게도 안 좋습니다. 프레임이 필요 없다가 아니라, 프레임 빼고 할 말 없는 가지가 앙상한 형식 논리의 폐해에 대해서 말하는 것입니다.
시게에서 제 입장도 늘 그런식으로 매도된 경험이 있는데, 또 그런 논리는 민주당 차악론이란 헤게모니로 이어지더군요. 역사적으로 나열하면 그 차악은 최악을 부르는 지름길일 뿐입니다. 자기들의 오류와 한계를 똑바로 대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건 윤리적으로 무조건 옳습니다. 그런 윤리성을 망각한 세력, 차악론이란 프레임에 기대서 피해가려는 태도는 심지어 정치적으로도 최악의 태도일 뿐입니다.
되려 중립이란 태도가 그런 윤리성을 상기시킬 수 있는, 적 뿐만 아니라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환상도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데, 그걸 정치 도식으로 가로막는 게 아닐까요? 그렇다면 정치적으로든 윤리적으로든 최악의 범죄라고 할 수밖에요.
안창홍作 "1994년의 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