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군인들 불쌍하다.
가서 정말 무슨 대접을 받는지 여자는 상상도 못한다.
뭘로 가도 다 마찬가지다.
인터넷보면 군가산점 폐지로 인해 시작된 논란이 아직도 뜨겁다.
남들 다 가는 거 생색내지 마라 여자는 애 낳지 않느냐는 둥,
애는 무슨 남자를 위해 낳냐 좋아서 낳는 거 아니냐는 둥.
졸라 유치하다.
애 낳는 것도 힘들고 군대가는 것도 힘들다.
하와이 해변이랑 김정화랑 뭐가 더 이뻐? 이딴 질문이랑 똑같다.
비교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
서로 상대를 존중해주고 이해해주면 된다.
물론 나는 남자니까,
여자 입장 이해 못하는 남자 볼 때 보다, 남자입장 이해 못하는 여자 볼 때 더 화가 난다.
군인들한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갖자.
나같은 애야 카투사라 주말마다 나오고 짬 차서 주중에도 맘만 먹으면 나오니까 뭐라 그래도 참을 수 있고 힘든 것도 다 그냥 견딜만 하다.
카투사는 군대도 아니라 그래도 그냥 웃고 넘긴다.
실제로 별로 할 말이 없기도 하고.
하지만 일반 한국군들에게는,
"자대 어디였어? 엉? 부산? 뭐야 후방이네- 졸라 럴럴했겠네-ㅋㅋ"
이딴 소리 하지 말자.
군대는 어딜 가나, 뭘로 가나 다 엿같다.
나는 맹세코,
일반 한국군을 보면서,
"ㅋㅋ 등신 힘든 거 가서 뺑이 까네- 수고해라."
이런 생각이나 우월감을 가져본 적이 없다.
우리 부대 앞에서 근무서는 의경들을 볼 때도 나는 고맙고 미안하다.
그냥 한 뭉텅이로 보이는,
한명한명의 개성이나 인격이 감춰진 제복 속으로,
진짜 꽃같은 나이의 젊은 피가 있고,
우리와 똑같은 사랑의 추억도 있고,
부모님도 형제도 친구들도 돌아갈 학교도 있는 젊은이가 있다.
군인이 아니라, 당신이 가진 모든 것들을 똑같이 동등하게 가진 젊은이가 거기 서있는 거다.
누군가의 귀한 아들이고,
누군가의 따뜻한 오빠이고,
누군가의 사랑하는 사람이란 말이다.
누구나 그걸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특히 여자 중에선 드물다.
영화 <실미도> 를 보면서 내게 가장 슬프고 불쌍했던 사람들은,
설경구도 안성기도 아니었다.
그들을 막다가 이름도 없이 허무하게 죽어간 일반 사병들이었다.
군대 안갔다온 남자애들이나 대부분의 여자애들은,
"684부대 어떡해..너무 불쌍하지 않냐..?" (684 맞나 -_-;;)
이렇게 말하지만,
간단히 예를 들어 684부대가 실미도에서 빠져나와 이동할 때,
초소에서 병력이동 있다고 보고하다가 한방에 죽어버린 보초병이,
당신 자신이거나,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남자친구일 수 있는 거다.
실전 상황에서 그렇게 허무하게 죽어버리는 게 군인들이다.
그 보초병의 어머니는 아들이 죽었다는 전화를 받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계급도 일병밖에 안됐는데.
군대 간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아들.
죽었다는 통보 받고 무슨 기분이었을까.
최전방 철책근무 서는 부대로 간 것도 아닌데,
왠 미친놈들이 탈주해서 난동부리는 와중에 껴서 죽었다는 게 대체 무슨 느낌일까.
대학도 다니다 왔을지 모른다.
동아리 후배가, 친한 과 선배가 그렇게 죽으면 어떨까.
백일 휴가 나왔다고 밥사준다고 전화한 게 바로 지난달인데.
.....
이렇게까지 얘기해도 감이 안오는 사람도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냥.
군대가서 고생하는 많은 남자들이,
생각처럼 쉽게 살고 있는 건 아니라는 걸 다들 알았으면 한다.
제대한 사람들이 군대 별 거 아니라고 말하는 건,
강해졌기 때문이다.
아프고 힘든 기억도 여유로 웃음으로 넘길 수 있을 만큼의 긴 시간을 그 안에서 보냈기 때문이다.
진짜 주위에 휴가나온 친구 있으면,
부대에서 전화하고 그러면,
잘해주자.
따뜻하게 잘 지내냐고 물어보고,
편지도 한두장 쯤은 써주자.
믿기지 않고 실감도 안나겠지만,
진짜로 우리 나라는 그 군인들이 지킨다.
맨날 전화해서 대출 부탁하고 밥사달라고 조르던,
그 어리버리한 후배가, 동기가.
70만명이 모여서 진짜 우리나라를 지킨다.
고마워 하자.
등록인 : iroqu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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