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 게시판 |
베스트 |
|
유머 |
|
이야기 |
|
이슈 |
|
생활 |
|
취미 |
|
학술 |
|
방송연예 |
|
방송프로그램 |
|
디지털 |
|
스포츠 |
|
야구팀 |
|
게임1 |
|
게임2 |
|
기타 |
|
운영 |
|
임시게시판 |
|
삼성 대학총장 추천제와 대학에서 학문의 자유
삼성이 신입사원 선발에 ‘대학총장 추천제’를 도입했습니다. 총장이 추천하는 학생에 한해 서류전형을 면제하는 제도라고 합니다. 삼성은 오늘 각 대학들에게 ‘대학총장 추천제’ 인원 할당량을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이를 두고 새로운 대학 서열화 및 대학 서열의 가속화, 영호남간의 차별, 대학을 무시한 일방적 태도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대학의 자본에 대한 종속화, 이로 인해 대학이 가지는 학문의 자유가 침해될 가능성이 높아진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총장 추천제’ 인원 할당량을 통해서 삼성은 현재 대한민국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다시 한번 말해주었습니다. 대학평준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사람들의 선호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대학 간에 서열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 선호를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권력을 갖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삼성은 인원 할당량을 통해서 사람들이 가진 선호 체계까지도 지배하려고 합니다. 삼성에 얼마나 많은 인원을 추천할 수 있는가로 대학들의 서열이 재정립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이라는 서울대에는 그 여파가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겠지만, 하위권으로 내려갈 수로 그 여파는 강할 것입니다. 서울대와 같은 소위 명문대는 아직 기존의 사회적 인식, 연구실적, 동문들의 영향력, 고시합격자 수 등등과 같은 다양한 선호체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학교에게 삼성이 배정한 인원 수는 대학 선택에 있어서 강력한 판단 근거가 될 것입니다.
대학들의 입장에서는 삼성이 배정하는 인원 할당량에 목을 맬 수 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삼성이 배정한 인원 할당량에 따라 대학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형적인 인식이 사회를 지배하면 당장은 그 여파가 심각하게 느쪄지지 않은 소위 명문대들마저도 삼성의 할당량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당장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 5~10명에도 울고 웃는 대학들이 나타날 것입니다. 이미 벌써 그러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삼성은 지난 3년간 취업 규모를 기준으로 인원 할당량을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기준은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므며, 기업이 공개할 의무도 없습니다. 인원 할당량은 삼성이 얼마든지 재량껏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인원수 5~10명에 울고 웃는 대학들에게 삼성은 엄청난 권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대학에서 삼성의 이익에 반하는 혹은 기업들의 이익에 반하는 연구가 가능할 수 있을까요? 총장 추천제로 10명의 인원이 할당된다고 해도 지원자까지 합치면 수백명의 학생들이 그것과 관련이 될 것이고, 5명의 인원이 줄어드는 것만 해도 대학사회에는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삼성에 밉보이는 연구를 하는 교수가 있어서 혹은 그런 강좌가 개설되어서 삼성이 할당 인원수를 줄인다고 해도 많은 이들은 분명 기업의 사적이익 추구 행위라고 합리화해 줄 것입니다. 교수들에게 어지간한 신념이 없다면 삼성에 반하는 연구가 이뤄지기 힘들 것입니다. 대학들 입장에서도 그런 교수들의 임용을 점차 꺼리게 될 것 역시 분명합니다.
그리고 대학들은 삼성의 입맛에 맞는 연구를 진행할 것입니다. 특히나 민간연구소가 활성화되지 못한 한국적 현실에서 대학의 자본에 대한 종속은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가 가속화되면 대학에서는 지금 삼성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이야기되는 의료영리화를 정당화하는 연구만 쏟아지는 날이 올 지도 모릅니다. 너무 지나친 망상일까요? 그간의 삼성의 행태를 보면 그것은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망상이라고 하고 싶다면 백혈병 노동자들이나 삼성 노조와 관련된 글들을 찾아서 좀 읽어보고 댓글 달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미국드라마 보스턴리갈에서는 대형 석유회사들이 대학들에게 막대한 기부금을 제공하는 댓가로 대학들의 연구 결과를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조장하는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석유회사가 아니라도 그런 일들은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솔직히 대학총장 추천제를 보면서 삼성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들은 단 돈 일 원도 안 들이고, 오히려 자신이 필요해서 선발하는 직원들을 무기로 그런 효과를 얻어냅니다. 정말 똑똑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학문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결과적으로 민주주의의 기반을 침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끔씩 자신이 대한민국의 주인이라는 것을 선포하고 이를 사람들에게 과시하려고 하는 삼성의 행태를 볼 때면 민주주의 국가를 살고 있는 시민으로서 소름이 끼칩니다.
교수들에게 교육자로서 학자로서 양심이 있다면, 민주 시민으로서 자각이 있다면, 삼성의 총장 추천제는 당연히 거부해야 합니다. 꼭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스누라이프 펌
서울대를 중심으로 보이콧 의사를 확실히 밝히면 좋겠네요.
추천장 할당한다고 좋다고 보낸 대학은 그대로 일개 사기업의 직원육성기관이 되는겁니다 ㅎㅎ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