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장이 일병때였습니다. 자주포부대에서는 겨울이 되면 기온이 낮아져 자주포 시동이 걸리지 않는걸 대비해 새벽에 30분 정도씩 시동을 걸어주는 시동 작업이라는걸 하게 됩니다. 아마 다른 전차나 기계화부대에서는 모두 하지 않았을까 생각 됩니다. 새벽에 김병장은 시동작업을 하기 위해 포상으로 가게 됩니다. 원래는 병장선임과 함께 근무여서 두명이서 가야 하지만 군대 다녀온 사람들 다 알다싶이 불침번한테 물어봐서 일직사관이 깨어있을경우에는 대충 복장착용하고 신고하고 다시자는게 보통이고 일직사관이 자고있을경우는 일어나지도 않고 그냥 후임보고 다녀오라하고 다시 잡니다. 초소근무도 안나가는데 이런 시동작업쯤은 신경도 안썼죠. 암튼 그렇게 김일병혼자서 시동작업을 하러 포상으로 가는데 산중턱에 위치한 포상까지 혼자가려면 그게 좀 무섭습니다. 더군다나 초소근무설때 고참들이 장난스레 말하고는 했던 귀신이야기들이 생각나면 진짜 장난아니게 무서웠습니다. 김병장은 안그래도 겁이 많아서 이렇게 혼자 나올경우에는 죽을 맛이었죠. 근데 그날은 진짜 너무 혼자가기가 무서 웠습니다. 그래서 김일병은 가로등빛이 들어와서 조금이나마 밝은 하나포 둘포 삼포 이렇게 세개만 시동을 켜놓고 어두운 넷포 오포 여섯포는 가지않기로 합니다. 어차피 시동소리만 들리면 어디어디 시동걸었는지 알수가 없었죠. 날도 별로 춥지않은거 같아서 별일없겠거니 하고 삼포내부로 들어가있습니다. 차가운 포안에 있자니 추워서 내부에 설치되어있는 히터를 켭니다. 히터 켠걸알면 디지게 갈굼당하겠지만 혼자니까 뭐 문제없겠다 생각하고 따뜻한 히터바람을 쐬며 앉아 있습니다. 따뜻해지니 노곤해지면서 잠이옵니다. 그렇게 김병장은 스르륵 잠이듭니다.
시끄러운 소리에 김병장은 잠에서 깹니다. 누가 포 문을 두드리길래 나가보니까 고참입니다. 시동을 오래 켜고 있는걸 이상하게 여긴 초소근무자가 와서 깨운거였습니다.
"야~ 니 포안에서 잤지?"
"아닙니다~ 날씨가 추운거 같아 좀 오래 켰습니다~"
"구라까네~ 전근무자 부터 시동 켜져있다 하드만~"
"......"
"야~ 빨리시동끄고가~"
"네 알겠습니다~"
그러고는 김병장은 시동을 끕니다. 하나포 끄고 둘포끄고 삼포끄고..... 근데 삼포까지만 끄니 조용...... 김병장은 자신의 실수를 깨닫습니다. 위에서부터 올라가서 끄고 오는척 했어야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초소 고참이 다시 옵니다.
"야~ 왜 우리포(여섯포)랑 넷포 오포는 시동 안켰냐?"
"아 그게.....넷포 오포 여섯포는 밧데리가 새거라서 안해도 됩니다~"
그러니까 조종수가 아니었던 그고참은 그런가 보다하고 가라고 합니다. 그렇게 김병장은 내무반에 들어와서 다시 자게 되는데 왠지 불안 불안 합니다.
다음날 아침.... 아침이면 조종수들은 포상에서 자기포 시동을 한번씩 켜보는데.....삼포랑 여섯포가 시동이 걸리지 않습니다. 당연히 어제 시동작업을 했던 김병장에게 찾아와 자기들포 시동작업 한거 맞냐고 묻습니다. 김병장이 대답하려고 하는데 어제 초소근무였던 그고참이 와서는 어제 일을 다 말합니다.
엎친데덮친격으로 어제 삼포히터를 끄지않은체 시동을 꺼버려서 히터가 켜져있는 삼포반장도 합세합니다. 그렇게 김병장이 했던 어제일들이 하나하나 밝혀져서 김병장은 뒤지게 갈굼을 당했드랬죠. 역시 거짓말을 해서는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