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우리나라에서 운동권이라고 하면 왠지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
현대사를 공부하다보면 그러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집단이었음을 알게 된다.
최소한 전두환 이전인 1980년까지는 그러했다.
선글라스 아저씨가 한국형 민주주의라는 개드립을 치면서
미국은 북한과 남한을 동일시하는 지경에 이르렀었고,
학생운동의 방향은 민족주의나 민주주의의 실현에 그 촛점이 맞춰져 있었기에
정부는 학생운동을 때려잡으면서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학생운동 = 사회주의 운동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면 대단한 착각이다.
4.19도, 부마항쟁도 시민들의 절대적인 지지속에 일어났던 일이다.
애초에 6.25가 일어났던 나라에서 십수년만에 사람들이
'빨갱이 사상'을 받아들일 수 있었을 리도 없고,
국가보안법이 없는 희생양도 양산해내는 마당에
공산주의나 사회주의가 싹이 틀 수는 아예 없었다.
-즉 이승만부터 박정희때까지의 학생운동사를 뜯어보면
좌빨 운운하는 딱지 자체가 통하지 않는다는거다.
야권의 목표는 철저하게 미국식 민주주의에 맞춰져 있었고,
미국은 이상적이고 훌륭하며 정의를 추구하는 나라로 비춰졌다.
반대로 정권의 입장에서 미국은 너무나도 껄끄러운 존재였고.
웃기는건 70년대 초까지는 '모든' 사람들의 인식이 이러했다는거다.
이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제 7대 대통령 선거다.
이때 대 히트한 정치인이 바로 김대중이다.
예나 지금이나 당연하다 - 혹은 예전이 더했다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지만,
여당은 대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야당과 대결을 펼쳤다.
당시 민주공화당은 한일협정때부터 일본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자금도 빵빵한 상태였고 (CIA 내부문서에 따르면 6600만달러가 흘러들어갔다),
정권의 노골적인 편들어주기에 힘입어 대세를 몰아갔다.
그 민주공화당의 대표는 당근 박정희였고.
그런데 이때 박정희가 90만표 차이로 겨우 김대중을 이긴다.
국민이 박정희를 지지한 표시인가? 아니다.
사실 정 반대의 얘기다.
92년 이지문중위의 내부고발 건을 굳이 예를 들지 않아도,
대한민국 육군 60만명의 표는 고스란히 여당의 손으로 들어갔었다.
여기서 좋게 봐줘서 국군 장정들의 표가 5:5로 갈라지기만 했어도
박정희의 득표우위는 30만표로 줄어버린다.
거기다가 미디어는 매일 박정희 찬가를 외쳤고,
특히나 경상도쪽에서는 공공연한 선거조작이 이루어졌다.
거기다가 엄청난 무효표가 나왔는데,
그게 대부분 김대중표였다는건 공공연한 비밀.
즉 이승만때보다야 덜했지만 (4.19처럼 국민의 눈이 있으니)
지역감정의 극에 가까운 '신라임금론'이라는 개드립까지 동원해가며
개표함 바꿔치기만 못했을 뿐
완전 개 난리법석을 떨었는데도 불구하고
박정희는 '간신히' 승리를 한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위기를 느낀 박정희는 유신독재를 단행한다.
더불어 제일 큰 위협이 되는 김대중은 조용히 묻어버리려고 했는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방해를 하는 바람에 실패한다.
대신 박정희는 참 커다란 공을 남겼다.
김대중에게 '빨갱이'의 낙인을 찍어
김대중이 평생 색깔론에 시달리게 만든 것이다.
사실 이걸 그대로 받아들이면 무지 웃긴 구도가 나오는데,
빨갱이설에 미친듯이 시달리던 김대중을 구해준건 미국이었다.
빨갱이의 나라 미국... -_-;;;;
장준하의 경우 너무 성골인데다가
지나치게 잘 알려졌던 반공주의자인 탓에
빨간물을 뒤집어씌우기가 어려웠지만
김대중의 경우는 그런 면이 장준하만큼 알려져있던 쪽은 아니었다.
게다가 언론서 내내 떠들어대면 삼인성호라,
빨갱이 하나 만들어내는것 정도는 일도 아니었고.
학생운동은 이같은 정부측의 프로파간다에 대항하고
(신라임금론부터 시작해서 '선동'을 하는 쪽은 언제나 좌빨이 아니었다)
미국식의 민주주의를 외쳤다.
그리고 박정희 사후 신군부 독재가 시작되자
이에 항거하여 5.18이 일어난다.
이 5.18이 학생운동의 큰 분기점이 되는 이유는 이때 당시 미국의 태도였다.
전두환은 집권할 때 정통성과 여러가지 문제로 인해
미국에 양보해야 할 것이 많이 있었고,
남한 사회의 안정을 원했던 미국은
12.12 이후 진작에 전두환 정권과 물밑거래를 마친 상태였다.
그걸 몰랐던 시민들은 미국이 광주시민들이 도와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미국의 항공모함이 들어왔던 이유는
광주에서 대피하지 못한 자국민의 보호가 전부였고,
이미 제일 골칫덩이였던 미국과 사바사바를 끝낸 전두환은
마음놓고 광주를 밟아버린다.
이건 지식인들 입장에서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이때부터 운동권은 미국을 '민주주의의 수호자'가 아닌
'어디까지나 또 다른 외세 세력들 중 하나'로 인식하게 되고
<양키 고홈>으로 대표되는 반미 성향을 보이기 시작한다.
아, 물론 공식적으로는 미국은 전두환의 학살극을 반대했다.
공식적으로는.
지금도 미 대사관 홈페이지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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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당국은 미국에게 5 월 18 일 0001시에 시작한 전체 계엄령의 선언을
시작 2 시간 전에 통지를 했다.
미국은 정치 지도자를 체포하고 대학과 국회를 닫는
한국 군사당국의 의도를 전혀 알지 못하였다.
서울과 워싱턴에서 5 월 18 일,
미국은 급격하고 강력하게 계엄령의 구현을 거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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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써놨지만,
알다시피 수십년 전 얘기를 왜 지금까지,
그것도 대사관 홈페이지에 써놨는지 이유를 알만하지 않냐?
미군이 묵인하지 않으면 전두환이 군을 동원할 수 없었다는 점은
어린애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고,
실제로 CIA의 내부문서는 미국이 전두환 정권을 안정시키기 위해
일정 정도 수준의 국내 탄압은 무시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미국에 대한 반발로 80년대 초중반
대학가는 사회주의 열풍이 몰아닥친다.
문제는 냉전이 한창이던 세계 상황과 이 나라의 폐쇄성 때문에
제대로 된 '사회주의'를 공부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였고,
운동권은 빈약한 기반지식을 토대로 한 각자의 사회주의 해석에 의해
여러가지 파벌로 사분오열되버린다.
참고로 사람들이 햇갈려하는게 있는데.
지금와서 영화로 나와 재조명 된
그 말 많고 탈 많았던 부림사건의 문제서적 목록들을 보면
<자본론>은 있지도 않다.
왜냐? 애초에 들어올 수가 없었으니까.
그래서 '역사란 무엇인가' 같은 저서를 불온서적으로 몰았던 거다.
참고로 이 책은 요새 카이스트나 서울대를 비롯한
대학교 신입생 필독도서다 (...)
부림사건 당시의 검사 고영주가 뉴찌라시에서 인터뷰를 하기를
사건 관계자들이 맑스식 역사 발전론을 설파했다는 개소리를 하는데,
애초에 관련자들은 그런 지식 기반이 있을 수가 없었다.
자본론을 읽어봤던 사람이 없는데 뭐.... ㅡㅡ;;;
당시 재판측 정식 공소장 뒤져봐라.
부림사건 당시 피고들이 사회주의 세상 운운했다면
검찰측에 엄청나게 유리한 증언이니만큼
이게 실리지 않을 수가 없는데,
어떠한 증인도 이런 얘기를 했다는 기록이 없다.
왜냐면... 그 이론 자체를 몰랐으니까....
수꼬르들이 아무리 좌빨의 준동 운운해도
자식들 대학 보내려고 하면 수능준비로 난쏘공을 읽어야 하고
그 애들이 대학교 합격하면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어야 한다.
희한한 세상 아니냐?
여튼 이때 지식의 기반이 될 서적 자체가 구하기 힘들었던 관계로
운동권은 골방에 틀어박혀 어렵게 구한 원전을 탐독하기 시작했고
자본론,모순론, 무엇을 할것인가 등의 서적의 조잡한 번역본들이
대학가에서 유행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순수한 사회주의적 해석과 민족주의적인 해석,
그리고 예의 주체사상 등 여러가지 사상이 대학가로 유입이 되고
제헌 의회를 주장하는 CA계열 (후일 PD계로 발전한다),
주체사상에 매료된 NL 계열,
주류 NL의 주체사상에 반대하는 NL좌파 등으로 발전한다.
뭐... 이중 대한민국을 미국의 식민지 및 반봉건사회로 보는 NL계는
작금의 대한민국의 현실에 정말 안맞는 인간들인건 맞다.
이때 나온 유명한 얘기가 머리없는 NL과 손발없는 PD.
그리고 그 NL계마저도 온건주사파와 강경주사파로 또 나뉘는데,
여기서도 지들끼리 서로 싸우고 있다 (...)
한총련을 이 NL계가 장악한 탓에 숱한 문제가 불거졌었다.
반독재에 민주주의를 지향한다고는 하지만
누가 주체사상 베이스 아니랄까봐 조직이 수직적이고 권위주의적이며
가부장적인 가치관 역시 덤.
심지어 여성운동원들은 남성 운동원들의 성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개소리를 한적이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일반 국민들의 인식도 제대로 새가 되버렸다.
당연히 국가보안법의 메인 타겟은 NL쪽이다.
PD계열은 애초부터 국보법으로 묶기 어려운 세력이었고
90년대 초가 되서는 분열이 심화되어 지금은 콩가루...
참고로 노회찬이나 심상정이 이 PD쪽 출신.
게다가 촛불시위에서 '배후세력'으로 지목된 '다함께'는
NL과 PD 그 어느곳에도 속하지 않는다.
안티 신자유주의 및 반자본주의 분파인데
정말 마이너들 중 마이너.
당연히 촛불시위를 주도한적도 없다.
거기다가 정작 그 촛불시위에서는
80-90년대 시위스타일로 깃발 들고 사람들을 리드하려다가
사람들을 경찰들한테 먹이주듯이 던져주고 자기들은 빠져나오는 듯한 모습이
인터넷을 통해서 수시로 생중계되는 바람에 대차게 말아먹고
보다 못한 시민들이 얘네들 쫓아내고....
이 다함께 역시 자기들끼리 또 갈라져 싸우고 있다.
진짜 누구 말마따나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 (...)
여튼 학생운동에 대해 대략적인 면모만 살펴봐도
지금 종편같은 언론서 얘기하는 좌빨 타령이
얼마나 허황된 얘기인지 각이 나온다.
박통때에는 미국이 지지하던 학생들이 국가 전복 세력이었고,
전두환때에도 계속 그 지랄을 하다가
이때 미국의 한번의 판단미스가 결국
NL계라는 진짜 빨갱이들이 양산되는 사태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때 양산된 NL계 주체사상 파들은
현재의 통진당 지도부 일부를 제외하면 진작에 씨가 말랐고,
애초에 중도보수쪽인 민주당은 당연히 이쪽과 심하게 거리가 멀다.
당연히 수꼬르들이 광분하는 '잃어버린 10년'동안에도
한총련은 내내 이적단체였고
일반 국민들이 연세대 사태를 보며 진절머리를 낸 뒤로
NL계열은 진보 입장에서도 공공의 적이 되었다.
즉 사회적 자정작용에 의해 주사파는 도태된 지 오래인 것이다.
무리하게 증거도 없이 기소하고 정당해산까지 하려다가
사법부의 쪽을 먹을 필요는 애초에 없었다.
어차피 냅둬도 알아서 도태될 존재들이니만큼.
안철수의 예의 '요새 세상에 주사파가 어디 있습니까' 라는 발언 역시
'이 나라에 주사파는 100% 없다' 가 아닌,
'이 나라에 주사파는 전혀 영향력 있는 존재가 아니다' 라는 의미다.
뭐... '주사파 여기 있다! 이 거짓말쟁이!' 라고 외치면서
그들의 존재 의미에 감사하며 동네방네 북을 치고 다니는 정당은 하나 있지만.
그런데 평화의 댐이나 수지킴 사건,
총풍사건을 돌이켜보면 알겠지만
'북한'이 없으면 제일 곤란한건 야권이 아닌 새누리당이다.
김대중과 김정일이 공모했다는 허위사실을 안기부서 유포하다가
안기부장이 징역을 쳐먹는 사태도 그렇지만 (97년 대선),
청와대에서 북한에게 휴전선에서 총 좀 쏴달라고 부탁하는게 말이 되냐?
여기서의 야권은 당연히 민주당과 정의당,
요즈음에 와서는 안철수 신당까지 포함한다.
즉 '반 새누리' 세력들 중 NL의 존재는
통진당 지도부 일부에 국한된다는 얘기다.
농협을 해킹한게 북한이라는 괴논리로 사태를 덮은 저번 정권의 행보는
예전에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단정하고 이근안을 보내던 때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는
국민을 바보취급하는 새누리의 원래 스타일이다.
국정원 여론조작 의혹에 맞서 여기에 대해 제대로 된 해명을 하는 대신
국가 기밀문서인 NLL 대화록을 꺼내들고 엉뚱한 노무현을 종북으로 몰다가
정작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김장수가 'NLL 수호 제대로 했다' 니까
그걸 가뿐히 씹어버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말이다.
이러한 야권의 세력 분포는 새누리도 뻔히 알고있는 사실이다.
민주당과 주체사상이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도,
안철수가 종북이 아니라는 것도,
심지어는 통진당과 정의당이 아예 다른 노선이라는 것도
새누리가 모르고 이 지랄을 계속하는게 아니다.
그런데도 계속 야권 전체를 종북이니 좌빨이니 하고 싸잡는다면,
그리고 이를 이용해서 국민의 감정을 호도하고 이득을 보려 한다면,
이게 바로 일베의 슈렉들이 툭하면 얘기하면 '선동' 이 되는거다.
저 아래쪽에 매우 순진한 일베 버러지 하나가
5,18 북한간첩 침투설을 당당하게 얘기하던 TV조선을
'공정한 언론' 운운하는걸 보면 기도 안차지만
인혁당 사건을 역사의 심판에 맡기자는 분이 (부정선거를 통해서)
대통령이 된 나라다 보니 이해가 가지 않는 꼬라지는 아니다.
참고로 '좌빨'의 폭동이란 무엇인가,
'좌빨'의 역사인식이란 무엇인가를 얘기해줄 수 있는 멘트를 하나 꼽자면
-나는 이 멘트를 꼽겠다.
"문화대혁명때 수천만명이 희생당하고 엄청난 피를 흘렸다.
이런 갈등, 이런 불화, 이런 피를 흘린 사건이 있었는데도
(책임자) 몇사람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한 사람도 처벌하지 않았으며,
등소평이 중심이 돼 그 원로들을 다 대접하고 활용했다.
거기에 비하면 광주사태는 아무것도 아니다"
중공의 언론통제와 정치판 꼬라지를 동경하는 저 멘트의 발언자는
다름아닌 노태우 전 대통령이다.
북한에 총좀 쏴달라고 애걸한 이회창,
선진국들은 국정교과서를 채택한다는 괴변을 내세우며
그 예로 러시아, 북한, 캄보디아 등을 든 요즈음의 새누리는
저때로부터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승만을 성토해도 좌빨.
박정희를 비판해도 좌빨.
신군부를 욕해도 좌빨.
야권출신 대통령병 환자는 IMF 임팩트가 너무 커서 그런지 넘어가더라도
그 뒤 터진 북풍과 차떼기를 비난해도 좌빨.
각종 부패와 과다선전, 부정선거까지 저지른 사람을 비난해도 좌빨.
그리고 쿠데타를 구국의 혁명이라 부르고
세계 사법사상 암흑의 날을 만든 사건을 '역사의 인식에 맡기자'는
어떤 누님을 비난해도 죄다 좌빨.
수꼴언론들이 툭하면 입에 담고
일베애들이 매번 부르짖는 '좌빨'의 정의는,
참 편리한것 같다.
한때는 미국에 안붙으면 좌빨이었다가
독재때에는 미국을 빨아서 좌빨,
지금은 다시 친미가 아니면 좌빨이니...
북한을 욕하며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을 북한에 비교하는 주제에
“박정희의 근대민주주의는 조지 오웰의 1인 전제정치이다. 미국은 한국에 대한 군사원조를 삭감해야 한다"
라던가
"북한과 구별하기 힘든 독재가 계속된다면 주한미군이 장기주둔할 수 없다. 워싱턴과 도쿄가 공동으로 한국에 대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라는 평가를 받았던 박정희는 미친듯이 빠는걸 보면
새누리의 진영논리에 '선동' 당한 쪽이 과연 어디인가.
대한민국의 '홍위병'은 누구인가.
-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답은 뻔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