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실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산으로 둘러싸인 우리 학교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시골인만큼 나는 방학이 시작된지 일주일이나 지났지만 놀거리를 찾지 못해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오후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정말 심각한이야기가 있으니 학교 앞으로 오라고. 무료함에 젖어있던 나는 당연히 친구의 제안이 마음에 들었다. 한적한 동네인만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날은 학교앞이 떠들썩했다. 교문앞에는 인파가 모여있었고 여러대의 경찰차와 사람들이 교문안으로 못들어오도록 막기위해 분주히 뛰어다니는 경찰들도 보였다. 두리번거리던 나는 겨우 친구를 찾을수 있었고 친구에게서 드디어 이 난리의 진상을 알수 있었다. 사람이 죽었다. 그것도 우리학교 선생님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했다고한다. 나는 선생님이 누구인지 정말궁금했지만 그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잠시후 커다란 경찰 스타렉스에서 양쪽 팔을 경찰에게 붙들리고 야구모자를 깊게 눌러쓴 채 한 남자가 내렸다. 이 학교 학생은 물론 이 동네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나처럼 한번에 알아차렸을것이다. 건장한체격의 젊은 남자선생님은 우리학교에 한명밖에 없으니까. 바로 과학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은 학교에서 인기있는 선생님 중에 하나였다. 어린 여자교생선생님을 제외하면 제일 젊다는 것도 그렇지만, 시골에 있기엔 아깝지 않나 싶을정도로 생각이 깊고 유식하신 분이었다. 고등학생때 외과의사가 되고싶었으나 성적이 부족해 의사가 못됐고, 선생님이 되었다고 했다. 생물시간, 특히 인체에 대해 수업하실 때는 묘한 열정이 느껴지기도 했다. 도저히 살인을 할 사람으론 보이지 않았는데... 주변에 있던 아줌마들의 웅성거리는소리가 점점 커졌다. 그 중에 제일 열심히 침튀기며 말하고있던 아줌마는 경비아저씨의 부인인 김씨아줌마였다. 아줌마는 경비아저씨가 여름방학중이라 일주일에 하루, 월요일에만 학교 안으로 들어가지 않은채 건물 주위만 순찰을 돌았다고한다. 그런데 어제 오후 순찰을 돌던중 의심스러운 광경을 보았다고한다. 적갈색빛 액체와 덩어리진것들이 담겨있는 반투명한 초록빛 100리터 짜리 쓰레기봉투와 삽자루를 들고 차에서 내리는 과학선생님. 경비아저씨는 선생님이 뭔가를 땅에 묻으려고 한다는것과 뭐가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무거워보이는 듯한 봉투를 보고 처음엔 도와주려고 했다고한다. 그런데 그 때 보게된 선생님의 얼굴은 경비아저씨를 소름끼치게했다. 해가 바로 머리 위에 달려 뜨거운 햇빛에 살이 익는 듯한 날이었는데도 때 안묻은 새하얀 와이셔츠에 검정바지를 입고도 땀은커녕 창백해보이는듯한 얼굴.묵묵히 봉투를 끌고가면서도 담담한표정. 뭔가 상황이 심상지 않다는것을 느끼고 선생님을 몰래 쫓아갔고, 그가 봉투를 묻고 간 후 흙을 다시 파본 경비아저씨는 너무 놀라 비명도 지르지못했다고한다. 땅에서 반쯤 드러난 봉투 한쪽면에는 사람의 장기와 얼굴, 머리카락이 어지럽게 뒤얽혀있었다고한다. 순간 아저씨는 기절해버렸고, 깨어난것은 이미 해가 진 후였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파출소에 신고했고, 우리동네 파출소의 경찰2명이 해결하기에 살인사건은 너무 심각한 문제였기에 시내의 경찰들이 모두 출동했다고한다. 답답함을 견디지 못한 한 아줌마가 그래서 살해당한 사람이 누구냐고 동네 파출소의 젊은 경찰에게 물어봤다.경찰아저씨은 순간 말을멈추고 약하게 부르르 떨더니 말씀하셨다. 죽은 사람은 선생님의 아내라고. 다들 말을 이어 순간 무리에 정적이 감돌았다. 우리동네 나이든 파출소장의 부인이었던 이씨아줌마는 짧게 비명을 지르기도했다. 그 탓에 누군가 아줌마에게 뭔가 아는게 없냐고 물어보았고, 아줌마는 힘겹게 말을 꺼냈다. 자신은 죽은 사람이 선생님의 아내인줄은 몰랐다며, 남편인 파출소장은 연락을 받고 상부에 먼저 보고와 지원요청을하고, 시신이 묻혀있는 곳으로 제일먼저 가서 시신을 확인했는데, 살해방법이 소름끼쳤다고했다. 아저씨는 흙속에 파묻혀있던 봉투를 보고 어떻게 사람을 봉투속에 구겨넣었는가에 의문이 들어 두려움을 참고 구덩이 속에 한발을 넣고 자세히 봉투를 들여다봤는데, 그제서야 아저씨는 알수 있었다. 시신에 뼈가 한구도 없다는걸. 부검결과 봉투속엔 뼈가 한개도 없다는것을 알아냈다고한다. 나는 그 말까지 듣고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는걸 느꼈다. 가끔씩 아내를 자랑하며 웃기도 하던 선생님은, 아내를 죽인것도 모자라 온몸의 뼈를 다 발라낸 사이코였다. 그 후에 친구와 몇가지 이야기를 더 들었다. 선생님이 그날저녁, 파출소에 신고가 들어오기 직전에 시내의 경찰소에 자수를 했다는 등 점점 더 지금까지 그런 사람에게 수업을 들었다는 사실을 무섭게 만드는 내용들 뿐이었다. 결국 그날은 온몸에 오한이 드는 듯 해 친구와 몇마디 나누지 않은채 집에 돌아왔다. 이후 여름방학동안 나는 무료하지만 꺼림칙한 기분이 넘치는 일상을 보냈다. 계속해서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질않았다. 부녀회에 다녀온 어머니는 아직도 뼈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소름끼치는 소식을 전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라는게 그러하듯 방학이 끝날쯤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점점사그라들었고, 개학 후 첫날 새로오신 과학선생님에 대한 소개만 있을뿐 이었다. 개학 후 첫 과학수업을 위해 과학실을 들어갈때는 꺼림칙한기분이 들었지만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괜찮아진듯했다. 일주일정도 지난 어느날 아침 학교에 도착해보니 교문앞에 또 경찰들이 진을 치고있었다. 경비아저씨가 순찰을 돌던중 떠돌이개가 운동장 땅을 파는 것을 보았는데 하얀 막대기를 물고 나왔다고했다 그런데 잠시후 경찰들은 삽으로 땅을 파내다 말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얼핏들어보니 뼈같지만 뼈가 아니라는 듯했다. 순간 김이 빠진 나는 그냥 1교시 과학 수업을 들으려고 교실로 향하려다 목장갑을 끼고삽은 든 경찰이 한 말을 듣고말았다. 이건 뼈가 아니라 인체해부모형속에 들어있는 가짜 뼈라는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