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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oda_4834
    작성자 : 겸손한사탕
    추천 : 28
    조회수 : 6181
    IP : 112.167.***.194
    댓글 : 23개
    등록시간 : 2016/12/19 18:24:32
    http://todayhumor.com/?soda_4834 모바일
    악플러 고소와 후기
     연예인들이 악플에 시달리다 악플러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는 얘기들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일반인들 역시 게임을 하다가, 때로는 정치적 논쟁을 하다가 악플과 더불어 혐오감 드는 인신공격을 하는 쌍욕을 하는 자에게 역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인터넷에서나 간접적으로 볼 수 있는 일들이 나에게도 생길 줄 정말 몰랐다.

     11월 11일 오전 중고나라에 모니터를 팔기 위해 글을 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판매 글에 댓글이 달렸다는 알람이 떴다. 보통 댓글은 궁금한걸 묻거나 네고를 요청하는 일이 부지기수라 얼마를 네고 해줘야 하나 하는 생각에 댓글을 확인했다. `사기꾼 새끼야`라는 황당한 댓글이 달려 있었다. 그간 몇 번 중고거래하진 않았지만, 결코 사기 한번 친 적 없기에 당황했다. 살짝 짜증이 몰려와 댓글로 `명예훼손으로 신고하였습니다"라는 글을 달았다. 신고할 마음은 없었지만 약간 겁을 주기 위한 생각이었다. 그렇게 사기꾼이라는 댓글을 지울걸 알았건만 달린 댓글은 당황하게 하였다.

     `씨x놈이 나이 처먹고 똑바로 살아 개새X야`

    응? 응?? 이게 무슨 소리인가? 뜬금없이 이런 육두문자라니 잠깐 화나서 같이 욕을 달까 생각했지만, 우리에게는 공권력·민중의 지팡이가 있지 않은가. 욕설 댓글이 없어질라 재빨리 인터넷에서 봤던 그대로 욕설 화면을 캡쳐·프린터를 했다. 그러고 퇴근하자마자 인근 경찰서로 달려갔다. 늦지 않게 도착한 경찰서에 안에 사이버 민원실로 들어갔다.

     들어간 민원실에는 나 말고도 다른 민원인들이 있었다. 자리에 앉아 고소장을 쓰는 동안 들려오는 내용은 단체 카톡으로 자신을 뒷담화 하겠는 사람들을 고소하겠다는 내용, 인터넷 사기꾼을 잡아달라는 내용 등이 있었다. 책상 위에 서류뭉치가 산으로 이루고 있는 조사관에게 고소장을 제출하고 상담을 시작했다. 조사관은 특정성이 없다고 고소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중고나라 카페라도 내 이름과 프로필에 사진이 있어서 특정성이 성립한다고 설득을 했다. 그제야 조사관은 납득을 하고 고소장을 받았다. 지금은 사건들이 밀려 있어서 한 달 정도 기간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 달이 지나는 동안 명예훼손으로 신고했다는 사실조차 망각한 채 평범한 일상을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점심시간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내가 잘못한 거 있나 하는 약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조사관이었다. 조사관은 욕한 사람을 찾았으니 합의를 볼 거냐고 물어봤다. 그러면서 내 번호를 피의자에게 알려줘도 되겠냐는 말을 했고 그렇게 해달라고 말했다. 속으로 합의를 해야 하겠지…. 하며 있는데 바로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받아보니 젊은 사내 목소리였다. 합의하고 싶고 정식으로 사과하고 싶다며 만나자고 했다. 굳이 만나기는 싫어 합의금 30만 원 주면 고소를 취하한다고 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있는데 자꾸만 만나서 보자는 문자와 합의금을 바로 주겠다는 내용으로 문자가 왔다. 하필이면 같은 지역에 살아 거리가 멀다는 핑계로 만남을 회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인지 한번 보고 싶었다. 제대로 사과하면 합의금은 바로 돌려주려는 생각으로 퇴근하고 바로 피의자를 만나러 갔다.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카페에 들어갔다. 전화로 누군지 확인하고 마주 앉았다. 나이와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28살에 지금은 취준생이라고 했다. 아…. 합의금 받을 게 아니라 내가 밥 한 끼 사줘야 하는 생각을 하고 욕한 이유를 묻자 피의자가 말했다.

    "저 그게 인터넷에서 욕한 거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욕한 이유는 님이 제가 올린 판매 글에 가격에 대한 태클을 걸어서 욱하는 마음에 욕을 했습니다."

    응?? 그게 무슨 소리인가? 내가 가격에 태클했다고 아무런 관련 없는 내 판매 글에 사기꾼이라고 하고 쌍욕을 한다고 그게 말이 되는가?

    "아니 그거랑 제 게시물에 욕한 거랑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지금 그 욕을 제 앞에서 할 수 있겠어요?"
     
    피의자는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자기가 뭘 잘못한 지 모르겠다는 자세로 말했다.
     
    "그걸 어떻게 합니까? 여하튼 욕한 건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제가 백수라 돈을 모았더니 6만 원 밖에 못 모았네요. 이걸로 합의하면 안 될까요?"

     날 능욕하는 건가? 아예 없으면 없다고 하던지 6만 원은 또 뭔가 싶었다. 그래도 취준생이고 하니 20만 원 정도로 깎아서 부른 뒤 나중에 돌려주자는 생각을 했다. 일단 돈 구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자초지종을 말하면 어느 정도 잘못한 걸 깨닫지 않을까 생각했다.

    "6만 원에는 절대 안 되고요 20만원 주세요. 취준생이니 그 정도에 합의 할게요"

    "저기 혹시 군대 다녀오셨죠? 군대에서 욕먹잖아요. 그때도 이렇게 고소했어요? 그건 아니잖아요?"

     아…. 괜히 20만 원 불렀구나!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은 자기가 전혀 잘못한 걸 모르고 당장 이 상황을 대충 대화로 흐지부지 하려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군대에서 욕먹은 거랑 님이 저에게 욕한 거랑 무슨 상관관계가 있어요? 됐고 6만 원으로 절대 합의 못 하니 그렇게 아세요"

     그러자 피의자는 한숨을 푹 쉬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전 돈 없으니 그냥 조사받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패기 있게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나는 자리에 앉아 괜히 시간 내서 나왔구나 하는 후회를 하며 돌아갔다. 차리리 제대로 사과했으면, 서로 기분 상하지 않고 좋게 끝낼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다.

     다음날 점심시간이 돼서 피의자에게 전화가 왔다. 또 무슨 헛소리를 하려고 하는지 그냥 무시하고 받지 않았다. 그러자 문자가 왔다. `어제 제 태도가 잘못됐네요. 정말 다시 사과드리겠습니다. 합의금 보내드리겠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밤새 인터넷 찾아보며 명예훼손에 대한 처벌을 찾아보며 걱정한 모양이다. 그래 별거 아닌 일로 복잡하게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20만 원에 합의를 보자고 했고 그렇게 입금을 받았다. 고소를 취하하고 찝찝한 20만 원 다시 돌려주자니 어제 한 태도를 생각하면 돌려주기 싫어졌다.
     

     그래서. 10만원은…. 사리사욕을 채우고 남은 10만 원은 지역 결식아동들에게 라면을 사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는 라면 10박스를 사고 동사무소 사회복지과에 찾아가 기증을 했다. 솔직히 별거 아닌 일에 열 내고 모르는 타인에게 욕 한마디 했다고 20만 원은 가혹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막상 욕을 들어본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황스럽고 짜증 났다. 사과 역시 찝찝하게 받아 기분은 그렇게 풀리진 않았지만, 연말 남의 돈으로 남을 도왔으니 그걸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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