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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story_48276
    작성자 : ㅠㅠ
    추천 : 4
    조회수 : 150
    IP : 221.150.***.165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04/01/31 20:10:55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8276 모바일
    펌[중복이라도 읽으셈]강추해주세요
    '형아야. 나만 두고 가지 마라. 나 혼자 우찌 살라고...' 
    '조금만 참고 기다려. 엄마 찾아서 꼭 너 데리러 올게.' 

    귀성 전날 밤, 갑자기 내린 눈과 영하 10도를 밑도는 차가운 날씨로 길이 얼어붙었을 것 같아 평소 귀성을 나서던 밤늦은 시간이나 새벽 시간을 포기하고 오전 8시 반쯤 집을 나섰다. 
    예상처럼 도로는 전날 내린 눈으로 얼어 붙어있었고, 모처럼 얼어붙은 길에 익숙하지 않은 도로 위의 차들은 다들 엉금엉금 기는 듯 움직이고 있었다. 

    두 시간쯤 걸려서 닿은 팔당대교 앞, 도로는 차들로 꽉 막혀 있었고, 담배 한대 피러 내린 차창 밖에서 불어 들어오는 바람은 차갑다 못해 매섭기까지 했다. 
    라디오에서는 마침 즐겨듣던 '여성시대'가 방송 중이었는데 들려오는 귀성 소식은 암울한 소식뿐이었다. 
    인천에서 전날 저녁 8시에 출발해서 목포를 향해 가는 사람은 14시간이나 걸려서 간신히 당진을 지나노라고 말하기도 했다. 
    잠시 후 여성시대를 진행하는 가수 양희은씨가 설날 백일장에 입선된 작품 하나를 읽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어머니는 다음해 방학 때 데리러 오겠다는 약속만 남기고 여동생을 데리고 떠나가고...작은아버지 집에 맡겨진 두 형제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차가 막혀 심심하고 지루하던 차, 방송에 귀를 기울였다. 

    아이를 맡겨두고 떠난 형수가 원망스러웠을까...? 
    그 작은아버지는 선한 사람이 아니었던가 보다. 
    작은집에서 머슴처럼 살며 어린 형제의 고생이 시작되었다. 
    아주 사소한 잘못에도 작은아버지는 매를 들었고, 어떤 때는 사촌동생들 앞에 발가벗겨진 채 맞기도 했었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살며 일년을 기다렸지만 데리러 오겠다던 그 형제의 어머니는 오지 않았다. 

    작은아버지의 매질은 더욱 잦아졌고, 글을 쓴 동생은 그런 대로 독한 성격이 있었던지 오기로 잘 버텨내었지만, 형은 성격이 약했던지 아니면 형이라고 매질이 더 심했던지 작은아버지만 보면 부들부들 떨 정도로 작은아버지를 무서워했던 모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이 '은하철도999' TV 만화를 열심히 보고 있는데 형이 불렀다. 
    한창 만화영화의 재미에 빠져있던 동생은 또 뭔 일을 시킬까봐 선수를 치며 퉁명스럽게 대답했고, 아니나 다를까, 밖에 나가시던 작은아버지가 들에 나가 뭔가를 주워와 마당에 말리라고 하셨다고, 일이 많으니 형을 도와 같이하자는 말을 들었다. 

    '한참 재밌구만, 난 이거 다 보고 나서 할래~ 형 혼자 먼저 하구 있어~' 

    만화 영화가 끝나고 슬그머니 걱정이 된 동생이 들에 나가볼까 하는데 형이 수레를 밀며 허둥지둥 마당으로 들어섰다. 
    낌새를 눈치 챈 동생이 물었다. 

    '작은아부지 오는가?' 
    '그래. 큰일났다. 얼른 하자~' 

    부들부들 떨며 서둘러 실어온 것을 마당에 펴는 형. 
    곧이어 작은아버지가 들어서고 상황을 본 작은아버지는 욕과 함께 매를 가져오라 동생에게 시켰던 모양이다. 
    형과 자기가 맞을 매를 만들어준 동생. 
    그 매로 형은 온몸을 닥치는 대로 두들겨 맞고... 


    창문을 내리고 다시 담배 하나를 빼어 물었다. 
    길게 뱉어낸 담배 연기가 매서운 칼바람에 떨며 흩어졌다. 
    담배를 피워도 답답해진 가슴이 쉬 가라앉지 않았다. 


    상황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뒷간으로 형을 끌고 간 작은아버지는 기둥인지 굴뚝인지에다가 새끼줄로 형의 손을 뒤로 둘려 묶고 몸도 칭칭 묶고, 이런 새끼는 굶어 죽어도 싸다며 아무 것도 주지 말라 호통을 치고는 밖으로 나가 버렸단다. 

    '형아야. 내가 잘못했다. 형아 배 많이 고프제? 내가 밥 좀 몰래 가져다 주까?' 

    형을 돕지 않아 이렇게 된 것 같아 미안해진 동생은 형 곁을 맴돌며 형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어했지만, 형은 그러다가 들키면 너까지 죽는다며 한사코 거절만 했던 모양이었다. 

    시간이 한참을 흐르고 형이 점점 기운을 잃는 모습을 보던 동생은 참다못해 형에게 옷 하나를 덮어주고 식은 밥을 찬물에 말아 가져와 형에게 떠 먹였다. 
    온몸이 묶인 채 동생이 떠주는 밥을 받아먹던 형... 
    결국 엉엉 큰소리로 울며 애써 참아내던 설움을 토해내고 말았다. 
    형이 우니 그 모습이 슬퍼 동생도 따라 울고... 

    그리고 며칠 후의 어느 밤늦은 시간, 
    형은 잠든 동생을 깨워 오늘 나는 작은집을 떠나니 엄마 찾아 너를 데리러 올 때까지 고생되더라도 잘 참고 견디라고... 
    동생은 형 없이 나 혼자 어찌 살라고, 나를 함께 데리고 가라고 울며 매달리고... 
    그런 동생을 껴안고 한참을 울던 형이 동생 곁을 떠나갔다. 


    차는 어느 틈에 팔당대교 위에 올라있었고, 창을 내리니 매서운 바람에 콧날이 시려서일까? 
    눈에는 한 방울씩 눈물이 맺혔다가 볼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형이 야반도주를 했으니 동생이 그 후 당한 고통이야 말하나 마나... 
    일년쯤 지났을까? 
    형은 시골동네 가게에 빵을 공급해주는 아저씨 조수가 되어 동생 곁에 나타났다. 빵 하나를 동생 손에 쥐어주며 떠난 형은 그후 한 달에 한번 정도 동생을 찾아와 빵 하나씩을 건네주곤 했는데 그러다가 다시 소식이 끊어지고 일년쯤 후 눈이 많이 내려 춥던 설날... 

    동생은 형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집으로 달려오니 작은아버지 내외가 허둥대며 달려나간 흔적이 방에 보였고, 작은아버지 내외가 돌아올 때까지 동구밖에 나가 소식을 기다리는 동생을 본 동네 사람들은 이러다가 너까지 얼어죽겠다며 얼른 집에 들어가라 했지만 동생은 도저히 형의 죽음을 믿을 수가 없었다. 
    저녁 늦게 돌아온 작은아버지 내외는 형이 공장에서 일하다가 기계에 머리를 부딪혀 죽었다고 알려주었다. 

    형의 장례를 치르고 잠이 들었다가 깨어난 동생의 머리맡에는 형이 설날 동생에게 주겠다며 사두었다는 솜바지 하나 놓여있었다. 
    설날만 되면 고생만 하다가 죽은 어린 형이 생각난다며 끝을 맺는 그 글... 


    창문을 내리지도 않았는데 코에는 콧물이 가득 고이고 눈에는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차 올랐다가 뚝뚝 흘러내렸다. 
    서둘러 휴지를 찾아 코를 팽 풀며 창 밖을 보니 옆의 차에 타고 있던 사람도 나처럼 코를 팽 풀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고는 씩 웃었다. 
    그 사람 눈도 약간 충혈 된 듯 보였다. 

    방송 말미에 그 동생과 통화가 되었다. 
    그 후 작은집을 나와 어머니도 찾고 여동생도 찾았다는 그 동생의 지금 나이는 서른세살, 가정을 꾸려 두 아이의 아빠라고 했다. 
    어머니를 모시고 살다가 결혼하며 분가해서 살고 있고, 작은아버지 집에는 가지 않는다고 했다. 
    형이 남겨준 그 솜바지는 아직도 잘 간직하고 있다고... 

    하늘에 있을 형에게 안부라도 전해보라고 하자, 형~ 이라고 한번 부르고는 전파를 통해 들려오는 흐느낌. 
    가슴에 아주 저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하루도 형을 잊은 날이 없고, 형만 생각하면 간신히 달래던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며 울먹이며 이어가는 동생의 말을 들으며 내 마음도 자꾸만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닦아도 닦아도 눈물은 끊임없이 솟아났다. 


    팔당대교를 건너자 길은 시원스럽게 뚫려있었다. 
    홍천에서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고향 대구까지 6시간 40분, 길을 잘 선택한 덕분에 귀성길에 걸린 시간은 상대적으로 짧았지만, 가슴에 생긴 통증은 부모님을 만나 뵐 때까지 도무지 가라앉지가 않았다. 


    타인의 아픔을 보며 사람은 나의 행복을 돌아보게 된다고 했던가...? 
    어릴 적 어려운 형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헤어지지 않고 온 가족이 함께 그 고생을 이겨내도록 해주신 고마운 부모님의 손을 잡자 도무지 가라앉지 않을 것 같던 그 통증이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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