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로 적힐 글은 김대중 자서전 534쪽 맨 아랫줄부터 537쪽까지의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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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선거에서 나는 졌다. 12월 16일에 치른 대통령 선거의 투표결과는 노태우 후보가 36.6%퍼센트(828만표)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김영삼은 28.0%(633만표), 나 김대중은 27.1%(611만표)의 지지를 얻었다.
선거는 명백한 부정 선거였다. 선거가 끝났어도 선거 무효와 부정선거를 자행한 정권 타도를 외치는 시위가 잇달아 열렸다. 부정 선거의 예를 들어보자. 17일 오전 7시 서울 잠실 지역에 친정부 신문 호외가 뿌려졌다. 호외는 시커먼 활자로 "노태우 대통령 당선"을 알리고 있었다. 그런데 오전 7시 현재 후보별 득표 상황이 게재되어 있었다. 오전 7시에 뿌려진 호외에 오전 7시의 후보별 득표 상황이 게재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후보별 득표 상황과 수치가 거의 완벽하게 일치했다. 훗날 밝혀졌지만 이 호외는 17일 새벽에 인쇄하여 그날 오후에 뿌려야 했는데 보급소의 실수로 미리 배포한 것이었다.
서울 구로구에서도 수상한 사건이 일어났다. 투표 당일 오전 11시께 봉인하지 않은 부재자 투표함 한 개를 밖으로 가져가려는 사람이 공정선거감시단에 붙잡혔다. 또 투표함을 개표소까지 호송할 임무가 있는 경찰 9명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한들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부재자 투표함은 모든 투표가 끝나고 나서 개표소로 운반해야 하는데도 중간에, 그것도 봉인되지 않은 투표함을 옮기려 한 것은 맹백히 부정행위였다.
적발된 투표함에서는 무더기 표가 쏟아졌다. 투표함을 바꿔치기한 혐의가 농후했다. 환표 부정에 사용될 것으로 보이는 투표용지, 붓 깍지, 인주 등 증거품이 감시단에게 적발되었다. 이에 항의하여 감시단과 시민들이 구로구청에서 농성을 벌였다. 경찰은 최루탄을 농성장에 쏟아붓고 무장한 백골단을 투입하여 이들을 해상시켰다. 비단 구로구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전국 곳곳에서 유사한 일들이 벌어졌다. 도저히 선거 결과에 승복할 수 없었다. 선거가 끝난 후 평민당은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노태우 씨의 당선을 인정할 수 없으며 노태우 씨는 국민에게 사죄하고 사퇴하라"
김영삼씨와 민주당도 '원천적인 부정선거'로 규정했다. 그리고 정권 타도 투쟁을 선언했다. 문익환 민통련 의장은 대통령 선거 무효와 구로구청 폭력사태 규명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우리 평민당은 대통령 선거 부정 백서를 발간하여 컴퓨터 개표 부정을 낱낱이 밝혔다. 컴퓨터 사전 입력과 허위 사실 방영의 실상을 폭로했다. 수많은 의혹들을 나열하고 개표 조작극의 증거들을 제시했다. 완전 범죄란 있을 수 없었다. 우리가 만든 선거 부정 백서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비롯하여 시민단체들에게 배포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 김승훈 신부와 공정선거감시단 단장 오태순 신부가 1988년 2월 16일 명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서를 토대로 "12,16 선거는 컴퓨터 부정선거였다"고 폭로했다. 선거 결과가 지역별, 후보별로 사전에 조작되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열거했다.
노태우 후보가 선거를 하루 앞둔 기자 회견에서 유독 "선거 결과에 무조건 승복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의미심장하게 되짚어봤어야 했다. 그러나 우리 야당의 부정선거 규탄은 시간이 지날수록 기세가 꺾였다. 모든 것은 승자의 광채에 묻히게 마련이었다. 야당도 이 문제에 너무 집착하기 어려웠다. 우선 4월 총선거가 눈 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선거가 끝나자 국민들은 큰 상실감에 빠졌다. 민심은 흡사 폭격을 맞은듯했다. 거리는 너무나 조용했고, 특히 민주 진영에서는 최악의 상황이 닥치자 어쩔 줄 몰라 했다. 나는 진심으로 미안했다. 어찌됐든 야권 후보 단일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많은 민주 인사들의 희생과 6.10항쟁으로 어렵게 얻은 선거에서, 그것도 오랜 독재를 물리치고 16년만에 처음으로 치른 국민의 직접선거에서 졌다. 국민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를 듯했다. 나라도 양보를 했어야 했다. 지난 일이자만 너무도 후회스럽다. 물론 단일화했어도 이긴다는 보장은 없었다. 저들의 선거 부정을 당시로서는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분열된 모습을 보인 것은 분명 잘못됐다. 언론은 야당의 패인들 단일화의 실패에서 찾았다. 그러자 모두 거기에 동의하고 말았다.
특히 나를 지지했던 사람들의 상실감은 너무나 컸다. 우리는 세상이 바뀔줄 알았기에 졌다는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선거 후유증으로 무섭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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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길어서 요약하면
선거에 부정이 있었다
1. 투표율이 이미 조작돼있는 정황이 발견됐다
2. 구로구청사건으로 대표되는 투표함 바꿔치기가 적발됐다
3. 선거일 하루 전 노태우가 뜬금없이 선거 결과에 무조건 승낙하라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런 부정선거를 인정하지 못한다. 선거 불복한다. 노태우 대국민 사과하고 내려가라. 증거 여깄다.
하지만 하루이틀지나고 관심이 사그러들어 무려 대선 불복 선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흐지부지 됐다.
그런 와중에 단일화 하지 못한게 죄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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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등장하는 사람만 몇, 등장하는 숫자만 몇 바꾸면 지금과 몹시도 흡사한 상황이네요
선관위에 이미 투표율이 선거 전날 입력돼 있었고, 선거에 공권력이 이용되고, 언론이 받아쳐주고
뭐 다른게 있다면 이번은 후보 단일화를 했고, 대선불복선언을 안한다는정도?
대선불복선언을 한 당시에도 저렇게 흐지부지 넘어갔는데 이 물러터진 김한길 나부랭이가 어떻게 당을 이끌어나가는지 보면 참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