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세움시러여

24년솔로인생에 드디어 한줄기 빛이 왔다고 생각했어요

친구가 아는 동생을 소개시켜주더라구요

그래서 만났습니다

그런데 왠걸요..

정말 외모는 제 이상형에 근접할정도로 아름다웠고

성격도 나름 털털한게 제 스타일이었습니다.

게다가 집안 학벌도 괜찮았고요

저는 아! 이사람이다 하고 꼭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분위기가 무르익어갈즈음 일이 터졌습니다..

대화가 어쩌다 일본쪽으로 흘러갔어요

근데 갑자기 애니메이션 좋아하냐고 그러더라구요..

이말듣고 갑자기 아득해졌습니다.

저는 고등학생때까진 골수애니덕후였습니다..

한달에 한번 있는 그 행사(아는분들은 아실듯)에도 나갈정도였구요

그러다 대학생이되고 학교생활하고 다른 여러 취미를 가지면서

어느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2d캐릭터를 붙들고 있는 제가 한없이 역겨워졌습니다.

계기가 뭐였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네요..

그렇게 일본애니덕후를 경멸하게되었고 스스로도 저의 그런 과거가 매우 부끄러워졌어요

지금도 마찬지고요.. 그런와중에

상대분께서 이 얘기를 꺼낸겁니다.

저는 최대한 티안낼려고 아 대충대답라하고 화제돌려야겠다 하고 생각하고있었어요

그래서 원피스는 티비에서 본적있다 라고 대답 했는데 실수였습니다

아얘 모른다고 했어야 했어오

그분 완전 삘받아서 원피스르 시작해서 블리치 나루토가 어떻고.. 별에별 애니가 다 나오더라구요..

물론 그걸 제가 다 알면서도 모른척해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타입문 얘기를 하는데 완전 과거 달빠수준의 지식을 풀어놓으시더군요

물론 저는 들어본적은 있다..라고 하며 맞장구만 쳐줬습니다.

그러니까 정말 즐거운듯이 말씀을하셨어요..

대화 내내 저는 미안한 감정이었습니다..

사실 조금 불편하기도 했구요 ㅠ ㅠ

그렇게 첫 만남은 잘 끝났고 나중에 친구한테 물어보니 그분도 즐거웠다고 했다더군요

제가 이분을 계속 만난다면 정말 잘 될수도 있을것같아요..

하지만 제 안에 있는 일본애니를 경멸하는 감정은 자꾸 이 만남을 거부하려하네요..

후.. 어찌해야할까요..

굴러들어온 기회를.. 찰수도없고 끌어안을수도 없는 복잡한 심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