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이 붙인 대자보를 떼어내고 학부모와 동문들의 건의 글을 인터넷 사이트에서 일괄 삭제한 전북 전주의 상산고등학교가 이르면 6일부터 교육청 조사를 받는다.
자율형사립고인 이 학교는 교학사의 고교 < 한국사 > 교과서를 다른 출판사의 것과 복수로 채택한 이유에 대해, '토론을 위한 조치'라고 내세웠다. 하지만 정작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에 휘말리게 됐다.
▲지난 3일 오후 9시쯤 상산고에 내걸린 학생 대자보.
ⓒ 제보자
인터넷 글 일괄 삭제 이어 대자보도 철거...토론은?
전북교육청 핵심 관계자는 4일 오후 "다양한 토론을 하겠다던 상산고가 홈페이지에 올라온 학부모 글을 일괄 삭제하고, 교학사 교과서 채택의 문제를 지적한 학생의 대자보까지 철거한 것은 표현의 자유 침해 가능성이 있다"면서 "전북학생인권조례 위반과 교육청 지침 위반 여부를 따져보기 위해 6일쯤부터 상산고를 방문해 실태조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8월 공포된 전북학생인권조례는 제16조(표현의 자유)에서 "학교장은 학생이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경우 부당하고 자의적인 간섭이나 제한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북교육청은 '안녕 대자보' 논란이 일던 지난해 12월 23일 이 지역 초중고에 공문을 보내 "학생의 의사표현물을 강제적으로 철거하는 등 일체의 가치훼손행위를 가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상산고는 A학생이 지난 3일 오후 9시께 붙인 '교학사 교과서 채택 반대' 의사 표현 대자보를 4일 오전 8시쯤 철거했다.
이 학교 박아무개 교장은 기자와 한 통화에서 "학생이 붙인 대자보는 당연히 떼어내야 한다"면서 "잘못 알고 있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며 대자보를 붙이는 게 아니라 직접 만나서 토론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교장은 "홈페이지 또한 입에 담기 힘든 내용이 많아서 막아둔 것이며 표현의 자유를 강조한 도교육청 공문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아무개 교감도 기자와 한 통화에서 "당직근무자가 떼어냈다"면서 "대자보 내용이 교장과 교감에게 쓴 편지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전달하려고 철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감은 '교장과 교감이 철거를 지시한 것이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다.
대자보 뗀 황당 이유 "편지글이어서 교장에게 전달하려고…"
▲게시글이 무더기 삭제된 상상고 일반인게시판.
ⓒ 인터넷 갈무리
한편, 상산고 학생회는 교학사 교과서 채택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는 학생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학생은 교학사 교과서 채택에 대해 반대 서명도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학교가 어떤 방침을 취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앞서, < 오마이뉴스 > 는 지난 3일 "교학사 채택 상산고, 동문 글 무단삭제 논란" 기사에서 "상산고가 '친일 독재 옹호' 지적을 받는 교과서 채택에 항의하는 동문과 학부모 등의 글을 지난 2일 오후 공식 사이트에서 무더기로 삭제해 논란이 예상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