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어려운 일이 있었어요. 알고 계셨나요. 오래된 이야기지만 난 아직도 아프고 용서되지 않습니다. 지금 새삼스럽게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더이상 앞으로의 삶을 지난 일들 때문에 아파하며 보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억이 퇴색되어 정확한지는 모르겠어요. 우만동 집에 있을 때부터 지동을 지나 세류동의 집에서 지내는 기간동안이예요. 초등학교 말즈음부터 고등학생때까지일겁니다. 난 상습적인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누군지 묻지 마세요. 내 입으로 말하고싶지 않습니다. 입에 담고싶지도 않으니까요. 다만 내가 말하기 싫을 뿐 말을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어쨌든 난 지난 30년간 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지낸 당신들을 원망하고 아주 미워하고 있습니다.
난 그동안 누군가에겐 말했고, 누군가에겐 말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누군가는 날 괴롭게하는 장본인이었죠. 말했던 안했던 내겐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지금 확실한건 20년 가까운 시간동안 난 혼자아팠다는겁니다. 참 괴로운건 기억은 퇴색되어 흐려져도 감정만은 또렷하게 남고 시간이 지날수록 선명해지고 커진다는 겁니다. 어느날 생각지 못한 곳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밤잠 못이루고 몇날 며칠을 울면서 보내야 할만큼 사람을 쥐어 짭니다.
가족이란 이름의 당신들은 짐작이라도 했을까요. 내가 이렇게 아팠던걸. 난 아마 평생 이렇게 아플겁니다. 당신들이 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있는 한. 그래서 난 당신들이 이제라도 이 사실을 알고 당신들도 아팠으면 좋겠습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 혹시 눈물나는 사람이 있을까요. 울지 마세요. 울어야 할 사람은 당신이 아닙니다. 저죠.
전 이제부터 좀 빈정댈겁니다. 정상적인 부모라면 당연히 해야 할 책임을 해줘서 고맙습니다. 배아파 낳아주고 먹여주고 입혀준거. 아, 그리고 지금 내남편이 날 좋아할만큼 이쁘게 낳아준 것도. 당신들께 감사해야할 것이 이정도라 다행입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에 난 부끄럽지 않습니다. 내가 참 싸가지 없는게 당신들이기 때문이란걸 알고 있거든요. 내가 삐뚤어진게 좀 싸가지 없는 정도라 다행일 정도죠.
이제 진짜 하고싶은 이야길 할게요. 당신들은 내 가족의 범위에서 나가주세요. 이제 날 가족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남편뿐이었면 좋겠어요. 그럴일 없을거라 믿고있지만 혹시라도 남편이 날 떠난다고 해도 여기론 돌아오지 않을겁니다.
이 일로 당신들이 나에대해 뭐라 말하든 이젠 상관없습니다. 내게 당신들은 자격없는 사람들이거든요.
마지막으로 이 껍데기뿐인 집구석에서 제일 싫은게 뭔줄 아세요? 가족이란 이름으로 구렁이 담넘듯 슬쩍 넘어가려는 점이예요. 전 이제 그러기 싫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