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이 없으므로 음슴체.
결혼 3년차의 남자임. 마눌이 평소에 상상력이 풍부해 자주 웃겨주는데 그저께 주말 대박 하나를 터뜨렸길래 출근 하자마자 오유에 남김.
오랜만에 약속도 안잡힌 토요일. 마눌은 거실 티비로 드라마 재방송 보느라 바쁘고 나는 내방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었음. 디아 하고 싶었는데 접속 에러나길래 그냥 오유 보면서 킥킥대는데 마눌이 손에 내 아이폰을 들고 나타남. 내가 깜빡 거실에 놔뒀던것 같은데 전화가 오길래 자기가 받았다고 함. 마눌도 아는 내 남자 후배였음. 다음은 그 후배와의 통화내용을 최대한 기억을 더듬어 재연한 것임. 이 부분 중요하니 자세히 읽어주기 바람.
후: 형. 안녕하세요.
나: 방가방가. 곧 결혼할거라매? 소식 들었엉.
후: 감사합니다. 형은 요즘 어떠세요?
나: 그냥 뭐...그렇지 뭐.
후: 에이. 뭐 대답이 그러세요. 형수님이 잘 안챙겨주시나?
나: 아니야. 그런건 아니고 ㅋㅋ
후: XX형한테 들었는데 형 요즘 디아 하신다면서욬ㅋㅋㅋ
나: ㅋㅋㅋㅋ 들켰네 ㅋㅋㅋ 남들 다 하길래 그냥 ㅋㅋㅋ 내가 좋아서 시작했나 뭐 ㅋㅋ
후: 회사에서도 몰래 엄청 달리셨다던데 ㅋㅋ 솔직히 말해보세요. 지금 레벨 몇이세요?
나: ㅋㅋㅋ 사실 벌써 악몽이야.
후: 네?
나: 나메 달리고 있다고 ㅋㅋㅋ
후: 앜ㅋㅋㅋㅋㅋ 장난 아니시네욬ㅋ 형. 저도 옛날 생각나서 요번 디아3 새로 하려고 하는데 형은 패키지로 사셨어요 다운로드로 사셧어요?
나: 너도 하게? 야! 하지맠ㅋㅋㅋ 절대로 하지막ㅋㅋㅋ
후: 형님들 다들 말리시네 ㅋㅋ 생업 포기 할까봐요? ㅋㅋㅋ
나: 야! 너 하면 무조건 후회한다. 진짜로. 나도 벌써 후회하고 있어 ㅋㅋ 하지마. 손도 대지마 ㅋㅋ
후: ㅋㅋㅋㅋㅋ
대략 이런 대화 이후 쓸데없는 몇가지 얘기를 더 하다가 전화를 끊음. 갑자기 또 디아 생각나서 로그인 시도...에러...오기로 해보려고 계속 시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마눌이 들어옴. 난 게임 하는거 들킨줄 알고 깜놀해서 얼른 창닫기. 근데 마눌 표정이 심상치 않은거임.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주먹을 꽉쥐고 부들부들 막 떨고있었음. 왜그러냐고 물으니까 갑자기 나한테 소리를 꽥 지르는거임.
"야이 나쁜놈아! 그럼 이혼해! 이혼하면 되잖아!!"
난데없이 이게 무슨 난리인가 너무 놀램. 드라마 보더니 빙의가 왔나? 일단 진정시키려고 팔을 잡으니까 뿌리치더니 나를 막 때림 ㅠㅠ
"그렇게 싫어? 그렇게 내가 싫으냐고! 차라리 말을 하지! 왜 그래 사람이 왜! 이혼 원하면 해준다고! 이 나쁜새끼야!"
도저히 달랠수가 없는 상황이었음. 나도 당황스럽고 해서 일단 힘으로 마눌을 꽉 껴안음. 마눌은 빠져나오려고 버둥대고! 마눌한테 나도 소리를 질러버림. 대체 왜 그러냐고. 이유나 좀 알자고. 그러자 마눌이 외침...
"결혼 생활이 그렇게 괴로워? 악몽같아?! 그럼 나한테 말을 하면되지! 왜 XX씨한테 그딴 소리를 하냐구!"
헐. 순간 거짓말처럼 방금 있었던 후배와의 통화 내용이 머릿속에 쫙 재생됨. 그리고 알아챔.
울 마눌...상상력 제대로 발동 한거였음.
나한테 아이폰을 넘겨주고 방을 나간 아내가 사실은 문 밖에서 통화 내용을 듣고 있었음 ㅋㅋ 근데 ㅋㅋㅋㅋ 이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오해를 한거였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후: 형. 안녕하세요.
나: 방가방가. 곧 결혼할거라매? 소식 들었엉.
후: 감사합니다. 형은 요즘 어떠세요? (마눌상상: 감사합니다. 형님 결혼 생활은 어떠세요?)
나: 그냥 뭐...그렇지 뭐.
후: 에이. 뭐 대답이 그러세요. 형수님이 잘 안챙겨주시나?
나: 아니야. 그런건 아니고 ㅋㅋ
후: XX형한테 들었는데 형 요즘 디아 하신다면서욬ㅋㅋㅋ (마눌상상: 근데 그런 결혼을 왜 하셨어요?)
나: ㅋㅋㅋㅋ 들켰네 ㅋㅋㅋ 남들 다 하길래 그냥 ㅋㅋㅋ 내가 좋아서 시작했나 뭐 ㅋㅋ
후: 회사에서도 몰래 엄청 달리셨다던데 ㅋㅋ 솔직히 말해보세요. 지금 레벨 몇이세요? (마눌상상: 그런거였어요? 형 많이 힘드시겠다)
나: ㅋㅋㅋ 사실 벌써 악몽이야.
후: 네?
나: 나메 달리고 있다고 ㅋㅋㅋ
후: 앜ㅋㅋㅋㅋㅋ 장난 아니시네욬ㅋ 형. 저도 옛날 생각나서 요번 디아3 새로 하려고 하는데 형은 패키지로 사셨어요 다운로드로 사셧어요? (마눌상상: 악몽? 그정도에요? 어쩌죠 저도 곧 결혼인데 형 얘기 들으니 불안해지네요)
나: 너도 하게? 야! 하지맠ㅋㅋㅋ 절대로 하지막ㅋㅋㅋ
후: 형님들 다들 말리시네 ㅋㅋ 생업 포기 할까봐요? ㅋㅋㅋ (마눌상상: 그래도 결혼은 하고 싶은데...)
나: 야! 너 하면 무조건 후회한다. 진짜로. 나도 벌써 후회하고 있어 ㅋㅋ 하지마. 손도 대지마 ㅋㅋ
후: ㅋㅋㅋㅋㅋ
나 정말 미친듯이 바닥을 굴러다니며 헉헉대며 웃음. 마눌은 그게 더 화가 났는지 발로 나를 차기 시작함 ㅋㅋㅋㅋ 아픈데 웃겨서 반항도 못하고 계속 맞으면서 웃다가 울다가 함. 마눌이 결국 울음이 터져서 대성통곡을 시작하니까 그제서야 웃음 멈춤. 그리고 차근차근 상황을 설명해줌. 근데 마눌이 게임을 잘 몰라서 악몽 레벨이니 뭐니 설명을 해줘도 이해를 못함. 로긴해서 직접 보여주려고 해도 로긴이 안됨 ㅋㅋㅋㅋㅋ 나보고 상황 모면하려고 거짓말 한다고 또 막 울기 시작함 ㅋㅋㅋㅋㅋ
결국 같이 디아하는 처남한테 전화해서 상황 설명함. 처남 피씨방에서 굴러다니며 웃었다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누나랑 통화해서 매형 거짓말 하는거 아니라고 설명해 줌. 그제서야 겨우 마눌 진정되고 뻘쭘했는지 다짜고짜 게임 하지 말랬는데 왜 하냐고 도리어 역정냄 ㅋㅋㅋ 귀여우면서도 왠지 더럽게 억울한데 웃겨 죽을것 같음 ㅋㅋㅋ 그래서 또 굴러다님 ㅋㅋㅋㅋ 마눌 조용히 장바구니 들고 장보러 갔다오더니 저녁에 삼겹살 구워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요일엔 부모님이랑 마눌이랑 같이 성당 다니는데 며느리가 어제 이랬다고 얘기해주니 엄마는 못알아들으시고 아빠는 빵 터져서 나처럼 헉헉대고 웃으심. 마눌이 그 얘기 하지 말랬잖아! 하면서 또 움 ㅜㅜㅋㅋㅋㅋ 엄마가 왜 남자 둘이서 지들끼리만 웃고 며느리 울리냐고 막 역정내셔서 아빠도 겨우 참으심 ㅋㅋㅋㅋ 지금 회사 출근하자마자 이 얘기부터 해줬더니 사무실 지금 난리 남 ㅋㅋㅋㅋㅋ 특히 디아 모르실줄 알았던 우리 차장님 ㅋㅋㅋㅋㅋㅋ 디아2 오래 하셔서 다 안다고 하시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모니터 너머로 보니 아직도 막 웃고계심 ㅋㅋㅋ
끝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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