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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액정이 어둡던 방안을 밝혔다.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든지 몇년이 흘렀건만 내 방안을 밝히는 핸드폰은 요즘은 60대 이후로는
쓰지 않는다는 폴더형 핸드폰이다.
문자 메시지 0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변함 없을 이 수치를 매번 폴더가 열릴때 마다 확인하고 있건만 볼때마다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게 된다.
2년 전 취업 실패로 본격적인 백수 생활에 돌입하게 된 이후로 많고 많았던 친구라는 이름들이
차차 지워지기 시작하더니 요새 들어서는 절친이라고 생각했던 이들의 연락조차 끊겨 버렸다.
친구라는것이 부질없구나 생각하며 핸드폰 등록번호를 내려가다 보니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핸드폰에 등록된 수많은 이름들.. 내가 잘 나갈때는 항상 내 주위에 함께였던 이름들..
빈털털이 신세가 되고나니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존재들..
어두운 방구석 핸드폰 액정 불빛을 바라보던 나는 그 번호들을 삭제하기로 했다.
첫번째로 대학교 친구였던 A에 이름을 삭제하기로 했다.
A는 대학교 때 만난 친구였다.
A와 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날 술로 의기투합 하여 친해지게 되었고, 녀석이 워낙에 주당이라
A의 주량을 맞춰 줄 사람은 과에 나 정도 밖에 없었기에, 자주 어울려 마시고는 했는데,
녀석의 주머니 사정이 안좋았기에 대부분 내가 술값을 내주고는 했다.
옛 어르신들의 말씀에 "술로 친해진 친구는 믿을게 못된다." 라는 말이 있는데 정말인가보다.
2년 전 취업 실패 이후 은근히 내 연락을 피하는가 싶더니 요새는 소소한 안부조차 알지 못한다.
그때는 많이 섭섭했지만 그때 모습 그대로 술에 잔뜩 취한듯 비틀 거리며 골목 모퉁이를
돌아서는 A의 모습에 왠지 웃음이 났다.
비틀비틀 불안 하더니 결국 바닥에 누워 버린 A의 머리맡에 우리가 즐겨 마시던 맥주병을 살포시
놓고 골목길을 돌아 나와 핸드폰을 열었다.
A는 마지막까지 주당이었다.
핸드폰에서 A를 지우고 일주일이나 지났는데도 내 핸드폰에는 아무런 연락조차 없었다.
정말이지 어쩔 수 없는 녀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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