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집회에 참여한 고1 여징어입니다 ^*^
집회는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 문화제 이후로 처음이었는데요.
한 3시 좀 넘어서 시청역에 도착하니까 집회에 참여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으셔서(제가 예전에 촛불집회 갔을 때가 민영화 논란 이전에 있었던 촛불 문화제로는 최대 인원이 참여했다고 했는데 이번엔 더 많았던 것 같더라고요//) 놀랐습니다.
그리고 어떤 여성분이 일인시위하는걸 보고 편의점으로 뛰어가 커피 한 캔을 사서 '수고하세요...'하면서 드리고 왔습니다.
아, 그리고 일인시위 하시는데 갑자기 어떤 할아버지 한 분이 "젊은 x들이 이러니까 나라가 이 모양이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라고 밑도 끝도 없이 시비거니까, 비슷한 연세의 다른 할아버지께서 "잘 알지도 못하긴 뭘 잘 알지도 못해요! 나라가 이 모양인건 젊은 애들 때문이 아니라 어른들이 잘못해서 그런거지! 오죽했으면 젊은 애들이 이렇게까지 하겠어?"라고 하시니까 시비거셨던 할아버지는 혼자 중얼거리다 그냥 가버리셨...
콘크리트 세대다 뭐다 해도 집회 같은데 나이 많으신 분들이 생각보다 많은걸 보면, 꼭 5-60대 세대가 다 박근혜씨를 지지하는건 아닌가 봅니다.
시청 앞으로 나가니까 정말 많은 인파가 빽빽하게 몰려있었습니다.
저는 좀 늦게 와서 제가 왔을 때는 행동의 날 집회는 거의 끝나가고 있었긴 하지만, 행동의 날 집회 끝나고 연동되서 하는 집중 촛불집회에는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한 5시 반? 그 정도 되서 촛불집회 주최하신 분들이 집회 마무리 하셨습니다.
'어라, 좀 일찍 끝났네?'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발도 시리고 해서 기차 타고 집으로 가려고 했는데,
했는데
그 시청역 5번 출구(아마도 5번 출구일겁니다)로 가려고 했는데 그 쪽 부근에서 시민들이 좀 모여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읭?? 하고 보니까 의경들이 방패들고 길을 막고 있더군요.
한 아주머니는 "(의경들) 전역하고 나오면 여러분도 노동잡니다. 좀 비켜주세요."하시더라고요.
아니; 왜 의경들이 막고 있지?하는 생각도 있었고, 어차피 5번 출구로 가기는 좀 힘든 상황이라(의경들이 막고 있던건 아닌데 그쪽으로 가는 길 중 하나를 막아버리니까 인파가 꽉꽉 몰려서 그쪽으로는 못가겠더라고요.) 서울 시청 뒷편에 난 길을 통해서 뛰어갔습니다.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다른 시민 분들과 함께 쭉 따라서 가니까 좀 번화가가 나왔습니다.
인터넷에서 지도를 검색해 보니까 무교로-세종대로-남대문로 있는 쪽이었네요.
가보니까 그 쪽도 버스&방패들이 막고 있었는데, 시민들이 처음엔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야?" 하시다가 나중엔 방패를 뚫기 시작했습니다.
아, 그리고 팩트 tv기자 한 분도 카메라 들고 취재하고 계셨습니다.
제 뒷쪽에 있던 한 분이 갑자기 "외칩시다!" 하시니까 몇몇분이 "와-"하시다가 나중에는 거기 모여 있던 모든 분들이 "와-"하고 함께 소리쳐 주셨습니다.
시위대 옆쪽에 어떤 유리벽으로 된 카페? 패스트푸드점?이 있었는데 유리 넘어로 보니까 가게에 있던 손님들도 무슨 일인가 싶어서(심지어 거기 일하던 캐셔 분도;) 다 밖으로 나오시더라고요.
결국 그렇게 하다가 방패 라인이 시민들에 의해 뚫렸습니다.
저도 뒤를 따라갔고요.
무교로를 따라 많은 시민들이 달렸습니다.
무교로를 따라 가니까 무교사거리에 또 방패 라인이 있었습니다.
경찰 쪽에서 "도로 무단 점거"~~ 어쩌구 하니까 시민들이
"광화문 가려고 또 싸워야 하는 거야?"
"지금 도로를 무단으로 점거하는건 시민이 아니라 경찰 아니예요? 왜 가는 사람들 길을 막고 그래?"
"그렇게 굴지말고 좀 열어줘요, 집에 갑시다!"라고 했습니다.(제가 들은 것만 적자면)
시민들은 자꾸자꾸 몰려들고 그렇게 경찰과 대치하고 서 있는데 갑자기 왼쪽 발가락이 뭐에 눌렸습니다.
으앗! 하고 뒤 돌아보니까 장애인 등급제 문제로 집회에 참여하셨던 분이 휠체어를 타고 인파에 묻혀 있었습니다.
휠체어 타고 가시다 보니까 다른 분들과 부딪히면서 '죄송합니다~'하시는데, 부딪힌 커플(...)은 '아뇨, 괜찮아요 ㅎㅎ'하고 웃어 주셨어요.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니까 전동휠체어 타고 대열에 합류하시는 분들이 좀 늘었습니다.
주변 시민들은 "휠체어 지나갑니다!" "휠체어 앞에 있어요. (의경 분들) 밀지 좀 말아주세요."하니까
의경들도 아까처럼 적극적으로 밀지는 못했어요.
그러니까 라인이 뚫리지는 않는데 조금씩 밀리다가, 결국엔 라인을 없애고 좀 더 뒷쪽으로 가더라고요.
의경들도 뛰고... 시민들도 막히기 전에 광화문으로 가야 하니까 같이 뛰고...
뛰다가 막히니까 얕은 담으로 막혀있는 샛길이 있거든요? 그 쪽으로 넘어서 뛰고.. 뛰고..
그러다 광화문 우체국이랑 동아일보 있는 길로 뛰어 갔습니다.
주변에 있던 분들은 "정치는 발전 안 하고 시위 진압하는 경찰들 장비만 발전했다.", "너희들이 국민의 경찰이냐, 박근혜의 경찰이냐."라고 하시고..
계속 가다 보니까 길 끝에 보이는 대왕님 동상(두둥!)..과 깃발들, 시위대들, 그리고.. 버스와 방패가 있었습니다.
완전히 버스로 막혀있는 데다가 시간도 너무 늦어서 다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청계천로 쪽에도 많은 시민들이 모여계시는 겁니다.
방패 라인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아서 많은 시민들이 청계천로를 따라 행진을 했습니다.
누가 처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구호는 "박근혜 퇴진!"
저기 왼쪽에 있는 분들 보이시죠?
그냥 걸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전부 행진하시는 분들.
왼쪽 아래에 있는 분은 촛불도 드셨네요.ㅎㅎ
그냥 지나가시는 시민 분들은 오른 편에서 대열을 보며(아마도 친구나 가족들과 약속이 있었던것 같습니다.) "어, 뭐야?"하면서 관심 있게 보시더라고요.
그렇게 가다가 완전 빽빽하게 쳐져 있는 방패 대열을 보고, 저는 시간이 너무 늦어 결국 되돌아왔습니다.(5번 출구로 가려니까 그 쪽 길도 이제는 막혀있고 흑흑.)
그렇게 집회를 모두 끝마치고 서울역에서 환승한 다음 4호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때부터는 정말 몇분 전의 일이 꿈같이 느껴질 정도로 평온한 분위기였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오유를 보니 결국 광화문 광장과 청계 광장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강경 진압한 모양이군요.
청계 광장에서도 집회가 일어날 줄 알았다면 저도 좀 더 지키고 있을걸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집회 때는 집회만 하고 갔는데, 이번에는 거리 행진까지 하게 되어 정말 기분이... 아, 어떻게 표현을 못하겠습니다 ㅎㅎ 좀 복잡미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ㅎㅎ
집회 말고도 할 말이 많았는데 글을 쓰면서 기분이 업됬는지, 할 말을 어떻게 정리할 수가 없네요 ㅎ
집회 참가하시는 오유 유저분들,
안녕하지 않은 시국이지만 집회 할 때 몸이라도 다치지 마시고, 안녕하십시오.